기후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을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0일 오후, 구리시 아치울길에 위치한 ‘카페비니’에서는 『지방정부 ESG 공약과 정책』의 저자 김연과 함께하는 북콘서트가 시민과 전문가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지속 가능한 지역을 만들기 위한 환경·사회·거버넌스의 길’을 주제로 열렸으며, 학술적 개념으로만 여겨지던 ESG를 시민의 일상 언어로 풀어내고 지역사회에 적용할 실질적 해법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행사에는 전·현직 구리시의원과 지역 도의원 등 지역 정관계 인사들도 다수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 “ESG는 물·공기이자 공동체의 윤리”
김연 저자는 인사말을 통해 “ESG는 기업이나 정부만의 딱딱한 과제가 아니라, 우리가 마시는 물과 숨 쉬는 공기, 공동체의 윤리와 소비 방식까지 아우르는 삶 그 자체의 문제”라고 정의했다. 이어 “이번 북콘서트가 지방정부와 시민,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지속 가능한 지역의 해법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취지를 밝혔다.
김 저자는 20명의 공동저자와 함께 집필한 세 권의 저서를 통해 지방정부 ESG의 이론과 실제, 정책 분석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왔다. 특히 이번에 다룬 『지방정부 ESG 공약과 정책』은 민선 5기부터 8기까지 지방자치단체의 공약과 행정 성과를 ESG 기준으로 분석한 최초의 종합 자료로, 학계와 행정 현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행사의 백미는 참석자들을 ESG의 세 가지 영역(환경·사회·거버넌스)으로 분류해 소개하고, 실제 지역 현장의 활동가들을 연결한 점이었다. 경기도 탄소중립 추진단, 지역자활센터, 산업재해 피해자 단체, 시민봉사대, 문화·예술 활동가 등 다양한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ESG는 이미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 지역 의회 “ESG는 지방행정의 나침반”
축사에 나선 신동화 구리시의회 의장은 “매니페스토 공약이 행정의 ‘설계도’라면, ESG 공약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라고 비유했다. 신 의장은 “과거의 행정을 평가하고 현재를 견제하며 미래 예산을 심의하는 의회야말로 거버넌스의 핵심 축”이라며 “지속 가능성과 가치를 고민하는 행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봉수 의원 역시 “이 책은 5개 광역자치단체와 15개 기초자치단체의 실제 사례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점과 넘어서야 할 과제를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께서 강조하듯 지방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에서, 이 책은 시의적절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전문가 대담… “공공디자인·동물복지도 ESG의 일환”
2부 순서로 진행된 전문가 대담에서는 ESG를 생활 밀착형 개념으로 확장하는 논의가 이어졌다.
양세훈 박사는 『지방정부 ESG 공약과 정책』이 세종도서 우수 학술도서로 선정된 점을 언급하며 “학술적 가치와 대중적 필요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양 박사는 “서울, 경기, 대전 등에서 시행 중인 동물복지 지원센터나 반려동물 전용 공원 등도 지방정부가 ESG 관점에서 설계한 대표적 정책 사례”라고 분석했다.
안수지 박사는 ‘공공디자인’을 사회(Social) 영역의 핵심 사례로 꼽았다. 안 박사는 “수원시의 경우 인권센터 활동을 기반으로 공공디자인에 ‘배려’와 ‘인권’의 가치를 담았다”며 “유니버설 디자인과 범죄예방 디자인(CPTED) 도입은 공공시설이 시민의 삶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지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라고 설명했다.
행사를 마무리하며 김연 저자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구리시의 현주소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김 저자는 “기업의 ESG 경영을 견인해야 할 주체는 지방정부임에도, 구리시는 아직 관련 조례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환경, 안전, 사회적 책임 등 산발적으로 흩어진 활동들을 하나의 정책 틀로 묶어내야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윤리적 운영과 민주적 의사결정, 그리고 시민 참여를 전제로 한 과감한 행정 전환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