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이어진 군번의 기억
지난 토요일, 강남의 한 공간에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모인 사람들이 있었다. 각자의 삶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그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공통점이 있었다.
군 복무 시절을 함께 통과한 전우들이라는 사실이다. 전역한 지 13년이 지난 지금, 이 만남은 단순한 신년회가 아니라 하나의 시간 복원에 가까운 자리였다.
해군이라는 동일한 공간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함께 생활했던 이들이지만, 사회로 나온 이후에는 각자의 삶 속으로 흩어졌다. 몇몇은 가끔 연락을 이어왔고, 대부분은 전역 이후 처음 만나는 얼굴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이블에 앉는 순간 어색함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이름을 부르는 호칭과 웃음의 결, 말투 속에는 여전히 그 시절의 시간이 살아 있었다.
계급이 사라진 자리에서 드러난 진짜 관계
군대에서는 선임과 후임이었지만, 사실 모두 같은 해에 태어난 동갑내기들이었다. 계급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사람 대 사람의 관계였다.
13년의 세월은 외모와 삶의 무게를 바꾸어 놓았지만, 사람의 결까지 바꾸지는 못했다. 누군가는 살이 쪘고, 누군가는 머리숱이 줄었으며, 누군가는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군 부대에서 밤을 함께 버티고, 생활관에서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가장 힘든 얼굴을 보았던 기억은 여전히 공통의 언어로 남아 있었다.
추억이 아니라, 지금의 삶을 나누는 자리
이 모임은 단순한 군대 추억회로 끝나지 않았다. 이제 그들은 각자의 삶을 책임지는 어른들이었다. 직장 이야기, 육아 이야기, 진로에 대한 고민, 그리고 삶의 무게에 대한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을 함께 지나왔기에, 지금의 삶 역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관계가 되어 있었다. 그 시절의 ‘버팀’은 지금의 삶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 태도, 책임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자세, 그리고 어려움 앞에서 버텨보려는 마음. 전우라는 관계는 과거의 추억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지탱하는 힘으로 남아 있었다.
전우회가 인생회가 되는 순간
이날의 모임은 어느새 ‘전우회’가 아니라 ‘인생회’에 가까워졌다. 함께 겪은 과거가 있기에, 서로의 현재를 더 존중할 수 있었고, 각자의 미래를 더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었다.
군대에서 만들어진 인연은 단지 그 시절에 머무르지 않고, 삶의 긴 호흡 속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자주 만나지 못해도 괜찮았다. 중요한 것은, 필요할 때 다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자체가 이미 큰 위로이자 자산이었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나는 내 인생에서, 어떤 사람들과 같은 시간을 통과해 왔는가.
전우란 군대에서만의 관계가 아니다.
함께 버텨낸 시간이 만든 인연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각자의 삶이 달라져도, 한 시절을 함께 견뎌낸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의 삶 어딘가에 남아 있다.
필승이라는 구호는 그때만의 외침이 아니라, 지금의 삶에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마음의 결이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