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정부와 주요 종교계가 반사회적 활동을 일삼는 특정 종교 단체들에 대해 강력한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대한민국 대통령과 7대 종단 지도자들은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신천지, 통일교 등 이른바 이단으로 규정된 종교 집단들이 야기하는 사회적 폐단이 이미 수용 가능한 한계선을 넘어섰다는 점에 깊이 공감했다.
이에 따라 이들 집단에 대한 강제적인 해산 조치와 더불어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물리적인 행정 처분이나 법적 대응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종교적 신념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사회적 갈등의 불씨가 되고 타인을 향한 증오로 발현되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심리적·사회학적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음의 붕괴가 부른 비명-근대성에 대한 ‘심리적 공황’
학계에서는 종교적 근본주의가 득세하는 이면에 현대인이 겪는 극심한 ‘심리적 공황 상태’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정보 기술의 발달과 과학적 합리주의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는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며, 이는 과거 개인이 믿어 의심치 않았던 ‘절대 불변의 가치(Canon)’를 끊임없이 위협한다.
자신이 평생을 바쳐 지지해 온 신앙 체계나 가치관이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개인을 깊은 불안 속으로 밀어 넣는다.
독일의 철학자 하버마스(Habermas)는 이러한 근본주의적 태도를 ‘자신의 신념이 현대적 이성과 합리적 소통으로 수용되기 어려운 지점에서도 이를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목소리로 관철하려는 고집스러운 태도’라고 정의했다.
즉, 내면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더욱 극단적이고 광적인 종교 의례에 몰입하거나, 타협이 불가능한 배타적 교리에 집착함으로써 무너져가는 자아를 방어하려는 심리적 기제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적을 만들어야 유지되는 성벽- ‘반세속화’와 배타적 정체성
이러한 개인의 심리적 불안은 종교라는 집단 안에서 ‘배타적 정체성’으로 더욱 견고해진다.
특히 한국의 근본주의 개신교 집단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진화론, 공산주의, 동성애, 이슬람’에 대한 이른바 ‘4대 혐오’는 이러한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이들 집단은 다원성이 강조되는 현대 사회를 ‘세속화’라는 거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이에 저항하는 ‘반세속화(Anti-secularization)’를 집단의 생존 지표로 설정한다.
집단 내부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외부의 적’을 상정하는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다.
“우리는 신성하고 선택받은 존재이며, 우리의 신념을 따르지 않는 외부 세계는 속되고 악한 존재”라는 이분법적 논리는 구성원들에게 강력한 소속감과 우월감을 제공한다.
외부 대상을 혐오하고 공격함으로써 자신들의 신앙 체계가 옳다는 것을 확인받으려 하는 것이다.
통계적으로도 교회 내 직분이 높거나 예배 참석 빈도가 잦을수록 이러한 배타적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집단에 대한 충성도가 개인의 합리적 사고를 압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무너지는 사회적 신뢰-낮아진 시민성이 초래한 위기
문제는 이러한 종교적 배타성이 단순히 개인의 신념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의 ‘시민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 사회가 종교, 특히 특정 종교 집단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차별’, ‘혐오’, ‘범죄’와 같은 부정적인 수식어들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종교가 더 이상 사랑과 자비를 전파하는 통로가 아니라 갈등을 조장하고 이기적인 욕망을 실현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근본주의적 성향이 강해질수록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거나 공적인 이성에 기반해 소통하는 능력은 급격히 저하된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인 ‘다원주의’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하며, 결국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를 파괴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종교적 배타성이 쌓아 올린 높은 성벽은 결국 사회적 연대를 방해하고 공동체의 통합을 저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치유와 대안- ‘성벽’을 허물고 ‘항해’의 파트너가 되는 법
전문가들은 이러한 심리적 고착 상태와 혐오의 문화를 극복하기 위해 ‘민주주의적 덕성’의 회복과 ‘환대의 내러티브’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내가 믿는 것만이 절대적이라는 독선적 태도에서 벗어나
타인의 주장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시민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는 기본적으로 낯선 이를 환대하고 평화를 실천하는 공동체로서의 본질을 가지고 있다.
종교가 ‘아군과 적군’을 나누는 날카로운 칼날이 아니라,
소외된 이들을 보듬고 평화를 구축하는 따뜻한 손길이 될 때 우리 사회의 갈등은 비로소 치유될 수 있다.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 위에서 자신만의 뗏목 위에 성벽을 높이 쌓는 것은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결국 배를 가라앉게 할 뿐이다.
이제는 성벽을 허물고 바다의 변화를 수용하며 다른 배들과 함께 안전한 항구를 향해 협력하며 나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본 기사는 최근 대두되는 종교적 배타성의 원인을 개인의 심리적 불안과 집단의 정체성 강화 측면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종교적 근본주의가 사회적 혐오로 변질되는 과정을 밝히고, 민주적 시민성과 환대의 정신이 사회 갈등 해결의 핵심임을 제시했다.
이 기사가 종교계 내 자정 작용을 유도하고, 다원주의 사회에서의 건강한 종교 문화 정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신념은 한 인간을 지탱하는 힘이 되지만, 그것이 타인에 대한 증오의 근거가 될 때 신앙의 가치는 소멸한다.
불안을 혐오로 분출하기보다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환대의 정신'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종교가 사회적 신뢰를 되찾고 공동체의 진정한
연대를 실현하는 유일한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