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이 생애의 3분의 1을 할애하는 '수면'이 이제 단순한 휴식을 넘어, 미래의 건강 상태를 미리 내다볼 수 있는 가장 정교한 창으로 변모하고 있다. 스탠퍼드 의과대학 연구팀이 단 하룻밤의 수면 데이터만으로도 향후 수십 년 내 발생할 수 있는 100여 가지 이상의 질환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는 혁신적인 인공지능(AI) 모델을 세상에 내놓았다.
현지 시각으로 최근, 스탠퍼드 의대 엠마뉴엘 미뇨 교수와 제임스 저우 교수팀은 대규모 생체 신호를 학습한 수면 전용 파운데이션 모델인 '슬립FM(SleepFM)'을 개발하고 관련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수면 분석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어, 수면 중 발생하는 방대한 생리적 데이터를 인류의 질병 지도로 치환했다는 점에서 전 세계 의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방대한 '수면의 언어'를 해독하다
그동안 수면다원검사는 뇌파, 심전도, 호흡 패턴 등 인간의 생리적 지표를 가장 정밀하게 측정하는 '골드 스탠더드'로 인정받아 왔다. 그러나 하룻밤 8시간 동안 쏟아지는 엄청난 정보량에도 불구하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수면무호흡증이나 수면 단계 분류 등 극히 일부분의 데이터만 분석에 활용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를 주도한 미뇨 교수는 AI가 이러한 데이터 속에 숨겨진 잠재력을 완전히 끌어낼 수 있는 핵심 도구임을 강조했다.
연구팀은 약 6만 5,000명의 환자로부터 얻은 60만 시간 분량의 수면다원검사 데이터를 슬립FM에 학습시켰다. 이 모델은 대형언어모델(LLM)이 문장을 학습하듯 수면 데이터를 5초 단위의 짧은 조각으로 나누어 분석한다. 특히 '리브-원-아웃 대조 학습'이라는 독창적인 방식을 도입하여, 특정 생체 신호가 누락된 상황에서도 다른 신호와의 상관관계를 통해 전체적인 건강 상태를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했다.
암부터 사망 위험까지, 25년의 미래를 내다보는 눈
슬립FM의 진가는 단순한 수면 질환 진단을 넘어선다. 스탠퍼드 수면의학센터가 1970년대부터 축적해온 전자의무기록(EHR)과 연계한 분석 결과, 이 모델은 최대 25년에 이르는 장기적인 질병 발생 가능성을 경이로운 수준으로 예측해냈다.
분석 대상이 된 1,000여 개의 질환 범주 중 130개 분야에서 탁월한 예측력을 보였으며, 특히 중증 질환에서의 성과가 독보적이다. 파킨슨병의 경우 예측 지표인 C-index가 0.89에 달했으며, 치매(0.85), 심근경색(0.81) 등 고위험군 질환에서도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유방암(0.87)과 전립선암(0.89) 같은 주요 암 질환과 전체적인 사망 위험(0.84)까지 예측하는 등, 수면 데이터가 전신 건강의 '블랙박스'임을 입증했다.
정밀의료와 예방의학의 새로운 표준
제임스 저우 교수는 수면이 삶의 핵심 요소임에도 그동안 AI 연구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왔음을 지적하며, 이번 연구가 수면 데이터를 통한 질병 조기 발견의 강력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향후 슬립FM을 스마트워치나 반지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 데이터와 결합하여, 일반인들도 일상 속에서 간편하게 자신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덴마크공과대학교, 하버드 의과대학 등 세계 유수의 연구진이 공동 참여하여 객관성과 신뢰도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슬립FM의 공개가 병원 중심의 사후 치료 시스템을 개인 중심의 사전 예방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정밀의료 시대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슬립FM 모델은 오픈소스 플랫폼인 깃허브를 통해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공개되어 후속 연구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본 기사는 스탠퍼드 의대가 개발한 AI 모델 '슬립FM'이 수면 데이터만을 활용해 암, 치매, 심혈관 질환 등 130개 이상의 질병을 예측할 수 있음을 다루고 있다. 이는 고비용의 정밀 검사 없이도 수면 패턴 분석만으로 중증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길을 열었으며,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과 결합하여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지능 기술이 수면이라는 미답의 영역을 개척하며 예방 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슬립FM은 데이터의 힘이 어떻게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기술의 진보가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됨에 따라, 인류는 이제 잠든 사이에도 자신의 미래를 지키는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