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 교양의 옷을 입다
- 종교 문해력으로 읽는 서양 문명의 뿌리
기독교는 2천 년 동안 서양 문명을 지탱해 온 중심축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는 종종 신앙의 문제로만 한정된다. 믿는 사람에게는 신앙의 대상이지만,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종교적 관습이나 역사적 유산으로 여겨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김학철 교수의 『교양으로 읽는 기독교』(복있는사람, 2025)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그는 “기독교 교양이란, 보편적 언어로 기독교를 서술하고 그것을 살아내는 힘”이라고 말한다.
즉, 신앙의 언어를 인문학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이다. 종교와 철학, 예술과 정치, 윤리와 문학이 얽힌 거대한 문명 속에서 기독교를 하나의 교양으로 읽는 일은 단순히 종교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인류의 정신사를 탐구하는 일이다.
오늘날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를 이해하는 능력이며, 타인의 관점을 해석하는 사고의 힘이다.
김학철 교수가 제시하는 ‘종교 문해력(religious literacy)’은 바로 그 문해력의 확장된 개념이다.
그는 “종교 문맹(religious illiteracy)”이 현대사회의 위기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종교를 무지하거나 오해한 채 편견 속에 가두는 태도는, 세계 문명에 대한 이해의 결핍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교양으로 읽는 기독교』는 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기독교를 사회적 이해의 언어로 해석하는 훈련서로 기능한다.
종교 문해력은 단지 교리를 아는 것이 아니라, “왜 인간은 신을 필요로 했는가”, “기독교는 문명에 어떤 윤리적 토대를 제공했는가”를 묻는 지적 탐구이다.
이 책은 신앙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종교를 공공의 대화 속으로 가져오려는 현대적 시도를 보여준다.
기독교는 단순한 신앙 공동체를 넘어 서양 문명의 뿌리를 형성했다.
법, 윤리, 정치, 예술, 과학 등 서양의 거의 모든 지적 구조에는 기독교적 사유의 흔적이 있다.
『교양으로 읽는 기독교』는 예수를 중심으로 한 초기 공동체의 형성과 성장, 그리고 기독교가 로마제국과 만나면서 어떻게 보편 종교로 자리 잡았는지를 설명한다.
또한 중세를 거치며 기독교가 이성과 신앙의 갈등 속에서 철학적 담론을 발전시켜온 과정을 조명한다.
아우구스티누스의 내면 사유, 토마스 아퀴나스의 합리적 신학, 루터의 종교개혁, 근대 시민사회의 형성까지—기독교는 서양 문명과 함께 진화해왔다.
김학철 교수는 이를 단순한 역사 서술로 보지 않는다. 그는 기독교가 인간이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지성의 옷을 입게 되었는가를 추적한다.
그의 분석은 기독교를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사유의 주제로 끌어올리며, 독자로 하여금 “서양 문명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기독교를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김학철 교수의 ‘기독교 교양학’은 단순한 종교 해설서가 아니다.
그는 종교를 학문적으로 해석하는 신학자이면서, 동시에 철학과 문화를 잇는 해석자로서의 역할을 자임한다.
그의 접근법은 ‘신앙과 이성’의 화해를 목표로 한다.
기독교는 때로 과학과 대립하고, 이성과 충돌해온 역사로 기억된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그 긴장이 서양 문명의 창조적 에너지가 되었다고 본다.
예컨대, “신앙 없는 이성은 공허하고, 이성 없는 신앙은 위험하다”는 그의 말은 현대의 종교 담론에 큰 울림을 준다.
‘기독교 교양학’은 종교를 교리로서가 아니라, 삶의 지혜로서 다시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그 속에서 신앙은 더 이상 폐쇄적 세계관이 아니라, 인간의 질문을 확장시키는 사유의 장이 된다.
김 교수의 관점에서 교양은 ‘배움’이 아니라 ‘성찰’이다. 즉, 아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것을 살아내는 실천이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김 교수는 “기독교는 절망의 시대에 희망을 말하는 종교”라고 말한다.
그의 희망은 신비적 낙관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려는 윤리적 의지에 가깝다.
절망과 냉소가 만연한 시대에, 기독교 교양은 다시금 인간이 ‘의미’를 묻는 방법을 가르친다.
그는 “삶의 의미는 밖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계와 실천 속에서 형성된다”고 말한다.
이 점에서 『교양으로 읽는 기독교』는 신앙인에게는 믿음의 뿌리를 성찰하게 하고, 비신앙인에게는 인류 문명의 사유 구조를 이해하게 하는 교양서가 된다.
기독교의 본질이 ‘하나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그 믿음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임을 일깨우는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종교를 넘어선 인간학의 언어로 신앙을 다시 써 내려간다.
『교양으로 읽는 기독교』는 신앙을 사유로, 교리를 교양으로 바꾸는 시도다.
김학철 교수의 문장은 교리적이지 않다. 오히려 인문학자의 언어로 종교의 본질을 탐구한다.
그가 제안하는 ‘기독교 교양학’은 신앙을 넘어, 인간이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을 재정의한다.
결국, “기독교, 교양의 옷을 입다”라는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그것은 신앙이 사유의 옷을 입고 세상과 대화하기 시작했다는 선언이다.
이 책은 종교와 이성, 신앙과 사회가 단절된 시대에 다시금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지적 화해의 언어로서 의미를 가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