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배 후 식탁에서 시작된 작은 균열
한 사람의 진심 어린 말은, 평온하던 일상에 미세한 파문을 남긴다. 2주 전 일요일, 교회 예배를 마치고 점심 식사 자리에 앉아 있을 때였다.
소박한 반찬과 따뜻한 국이 놓인 식탁 위에서, 늘 그렇듯 신앙과 일상, 아이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었다. 그 평범한 소음 속에서 한 권사님이 내 쪽으로 다가오셨다. 그리고 나를 부르듯 조용히 말을 건넸다.
“기천 집사님, 매번 올리시는 글 잘 보고 있어요. 정말 글이 좋더라고요. 이번에 공모전이 하나 있는데, 수필 분야로 한번 도전해 보세요. 관심 있으면 제가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나는 웃으며 감사하다고 대답했지만, 그 순간 마음속에서는 전혀 다른 목소리가 올라왔다. ‘내가 과연 그럴 자격이 있을까.’ ‘내 글이 그런 자리에 설 수 있을까.’ 칭찬은 반가웠지만, 동시에 나 자신에 대한 오래된 불신도 함께 따라왔다.
그래서 나는 그 말을 그저 따뜻한 격려쯤으로 받아들인 채, 마음 깊숙이 들여다보지는 않았다.
설거지하다가 움튼 첫 번째 행동
이틀이 지나 집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였다. 접시를 헹구던 손길 사이로, 권사님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마치 그 목소리가 다시 귀에 들리는 것처럼 또렷했다. 이상하게도 그 문장을 그냥 흘려보낼 수가 없었다.
나는 물기를 닦을 틈도 없이 휴대폰을 집어 들고, 공모전에 대해 묻는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그것은 논리적 판단이라기보다, 마음이 먼저 내린 결정에 가까웠다.
몇 분 뒤 권사님은 공문을 보내 주셨고, 이내 전화까지 주셨다.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는 말과 함께 다시 한 번 등을 밀어 주셨다. 전화를 끊고 받은 마지막 메시지가 유난히 오래 마음에 남았다.
“굿!! 좋아요~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납니다^^”
‘아무것도 안 하면’이라는 문장의 무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너무 평범한 문장이었지만, 그날따라 이상하게 깊이 파고들었다. 나는 왜 그 말에 그렇게 흔들렸을까. 왜 그렇게 갑자기 휴대폰을 들어 문자를 보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결국 하나의 감정으로 귀결되었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우리는 종종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혹은 실패가 두렵다는 이유로 행동을 미룬다.
그러나 그 미룸이 쌓이면, 어느새 인생은 ‘해보지 않은 것들’로 가득 차게 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이어지는 기록의 리듬
지금의 나는 직장인이다. 한때는 전통찻집문화북카페와 자서전 프로그램, 글쓰기라는 꿈을 전면에 내세워 달렸지만, 지금은 가족의 생활을 책임지는 자리에서 하루를 산다.
퇴근 후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씻고 나면 밤 10시가 훌쩍 넘는다. 그때 나는 노트북을 켠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이웃의 글에 댓글을 남기고, ‘보통의 가치 뉴스’에 올릴 칼럼을 쓴다.
그리고 하루의 끝에는 일기와 가족에게 쓰는 편지를 남긴다. 피곤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이 반복이 내 삶을 흔들리지 않게 붙잡아 주고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세 편의 수필과 새벽의 고요
공모전에 제출할 수필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다시 문장 앞에 앉았다.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어떤 감정을 담을 것인지 오래 고민했다. 밤 1시, 2시가 되도록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고치며 내 삶을 정리했다.
그렇게 세 편의 수필이 완성되었다. 이메일을 보내는 순간, 이상하게도 결과에 대한 불안보다 묘한 평온이 찾아왔다. ‘나는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았다’는 감정이 나를 채웠기 때문이다.
개인의 기록이 사회적 의미로 확장될 때
이 경험은 단순한 개인의 에피소드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기회를 ‘아직 때가 아니다’라는 말로 흘려보내는가. 사회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도전하라고 말하지만, 동시에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도 함께 만든다.
그 사이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안전한 선택만을 하게 된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안전함은,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정체로 이어진다.
삶의 화두로 떠오른 ‘하지 않음’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하지만, 사실 더 위험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실패는 경험이 되지만, 시도하지 않은 것은 공백으로 남는다.
그 공백이 쌓이면, 인생은 후회로 무거워진다. 작은 문자 하나, 작은 지원서 하나, 작은 질문 하나가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는데, 우리는 종종 그것조차 보내지 않은 채 하루를 마감한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지금 당신의 삶을 붙잡고 있는 ‘미루기’는 무엇인가.
당신이 마음속에만 품고 있는 도전은 무엇인가. 보내지 못한 메시지, 꺼내지 못한 말, 시도하지 못한 한 걸음이 있다면, 그것이 지금의 당신을 같은 자리에 묶어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작은 행동 하나는 인생을 바꾼다.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되었다. 결과가 아니라, 움직였다는 사실이 삶을 앞으로 데려간다는 것을 말이다. 공모전의 결과가 어떻든, 나는 이미 이전의 나와는 다른 자리에 서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작은 용기 하나는 전혀 다른 내일을 만든다. 그 단순한 진리를, 나는 이제 삶으로 알고 있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