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를 둘러싼 긴장이 다시 국제정치의 전면으로 떠올랐다. 덴마크 외무장관이 워싱턴을 방문한 직후, 독일·영국·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이 소규모 병력을 파견해 덴마크와 합동 군사 훈련을 실시했다. 유럽 언론은 이를 "유럽의 단결"이라고 평가했지만,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그린란드는 지금, 서방 내부의 균열을 시험하는 지정학적 시험대라는 것이다.

환구시보가 주목한 것은 '행동의 규모'다. 독일은 13명, 영국은 1명, 스웨덴은 2명. 군사적 억제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상징적인 숫자다. 북극권 합동 훈련 자체도 과거에 반복되어 온 관행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실질적 대응이라기보다 덴마크를 달래고 유럽의 체면을 지키기 위한 제스처에 가깝다는 평가다. 미국의 노골적인 압박 및 이미 존재하는 군사 기지와 비교하면, 유럽의 대응은 조심스러움을 넘어 회피에 가깝다.
환구시보는 유럽 내부의 불안을 정확히 짚는다. 미국과 정면으로 충돌할 경우 NATO가 흔들릴 수 있다는 공포, 그리고 그 비용을 유럽이 감당할 수 있느냐는 현실적 계산이다. 이 때문에 유럽 일각에서는 이미 '그린란드 양보' 가능성을 내심 받아들이고 있으며, 워싱턴이 최소한의 체면만 남겨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단결을 말하지만, 결단은 유보된 상태다.
중국 매체가 이 문제를 단순한 영토 분쟁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환구시보는 그린란드 사태를 국제 규칙과 국제 질서의 문제로 확장한다. "회벽기죄(懷璧其罪)"라는 표현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잘못이 있어서가 아니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죄가 되는 상황. 이는 덴마크만의 문제가 아니라, 힘의 논리가 지배할 경우 누구나 겪게 될 운명이라는 경고다.
기사의 화살은 결국 NATO와 미국 중심의 안보 질서를 향한다. 환구시보는 NATO의 집단 안보를 제로섬 게임으로 규정하며, 배타적 동맹 구조가 오히려 전략적 불신과 군비 경쟁을 심화시켰다고 비판한다. "NATO 없는 유럽", "패권 없는 세계"라는 표현은 중국 외교 담론의 핵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반미 선동이라기보다, 유럽이 스스로 전략적 자주성을 회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도발적 질문에 가깝다.
환구시보가 특히 강조하는 대목은 유럽의 자기정체성이다. 유럽은 수십 년간 스스로를 '규칙 기반 국제 질서의 수호자'로 자임해 왔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은 대륙으로서, 힘의 논리와 '정글의 법칙'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자부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유럽은 그 가치에 걸맞은 선택을 하고 있는가? 그린란드 문제는 바로 그 진정성을 묻는 거울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의도는 분명하다. 그린란드를 통해 유럽을 중국 편으로 끌어오려는 것이 아니다. 대신 미국의 일방주의와 패권적 행동이 국제 규칙을 훼손하고 있다는 서사를 강화하고, 유럽이 그에 대해 침묵하거나 타협할 경우 그 책임 역시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부각한다. 이는 중국이 스스로를 '대안적 질서의 옹호자'로 위치시키려는 전략적 담론이다.
결국 환구시보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유럽은 패권에 안주하는 종속물이 될 것인가, 아니면 규칙을 지키는 주체로 남을 것인가? 그린란드는 북극의 섬이 아니라, 유럽 외교의 현재를 비추는 시험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