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디지털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중대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2026년 1월 22일을 기점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의 안전한 활용과 신뢰 사회 구축을 위한 '인공지능 기본법(이하 AI 기본법)'이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그동안 챗GPT와 생성형 AI 도구들이 우리 삶의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며 편리함을 제공해 왔으나, 동시에 가짜 뉴스나 위변조 영상에 대한 불안감 역시 증폭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 법안은 이러한 기술적 과도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고, AI가 인간의 통제 아래 안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안전장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AI 결과물엔 반드시 '디지털 낙인'… 워터마크 의무화 시대
이번 AI 기본법의 핵심 골자는 단연 '투명성'의 확립이다. 앞으로 AI를 통해 생성된 모든 콘텐츠에는 해당 결과물이 인공지능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알리는 일종의 '디지털 이름표'인 워터마크 부착이 강제된다. 워터마크는 과거 지폐의 위조 방지를 위해 삽입하던 희미한 문양에서 유래했으나, 현대 AI 산업에서는 콘텐츠의 출처를 명확히 하는 필수적인 인증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정부가 발표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AI 생성물을 외부로 전송하거나 다운로드할 때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 일반 이용자가 육안으로 즉시 식별할 수 있는 '가시적 워터마크'를 삽입하거나, 기계가 판독하여 AI 생성물임을 걸러낼 수 있는 '메타데이터' 형태의 기술적 조치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자신이 소비하는 정보가 실제인지 AI의 창조물인지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게 된다.
딥페이크 공포로부터의 해방… 고영향 AI는 '특별 관리'
특히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딥페이크(Deepfake)' 영상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다. 실제 인물과 구분하기 힘든 가상의 영상이 범죄나 여론 조작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딥페이크 콘텐츠는 누구나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AI 생성물임을 표기해야 한다. 다만, 문화 예술적 창의성을 저해하지 않기 위해 영화나 드라마, 게임, 웹툰처럼 시청자가 가상임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로그인 안내나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표시 등 유연한 방식의 노출도 허용된다.
또한 인권과 안전에 직결된 이른바 '고영향 AI(High-Risk AI)'에 대한 관리 체계도 강화된다. 의료 수술 로봇, 원자력 발전 제어, 범죄 수사, 채용 면접 시스템, 대출 심사 알고리즘 등 인간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10대 핵심 영역이 그 대상이다. 해당 분야의 AI 사업자는 이용자에게 현재 AI가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반드시 고지해야 하며, 기술적 오류나 편향성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신뢰성 확보 조치를 마련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규제의 대상은 '기업'으로… 1년의 준비 시간 부여
일반 이용자들이 우려하는 과도한 규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AI 기본법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은 기술을 단순히 활용하는 개인이 아니라, AI 서비스를 설계하고 제공하는 'AI 사업자'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반 사용자가 AI로 그림을 그려 과제를 제출하거나 영상을 제작할 때 직접 워터마크 기술을 개발할 필요는 없다. 대신 네이버, 카카오, 구글과 같은 서비스 플랫폼 기업들이 시스템상에 자동 표기 기능을 탑재하고, 이용약관을 통해 사용자에게 이를 안내할 책임을 진다.
정부는 법 시행에 따른 산업계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최소 1년 이상의 '계도 기간'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 기간에는 즉각적인 처벌이나 과태료 부과보다는 기업들이 새로운 법적 기준에 맞춰 시스템을 고도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주력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를 위해 'AI 기본법 지원데스크'를 설치하고 실무 컨설팅과 법적 궁금증 해결을 돕는 밀착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AI 기본법 시행은 단순한 규제를 넘어, 대한민국이 'AI 신뢰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적인 초석이 될 전망이다.
투명성 확보: AI 생성물 식별 의무화로 가짜 뉴스 및 위변조 콘텐츠 확산 억제.
신뢰성 강화: 고영향 AI 관리 체계 구축으로 의료·교통·금융 등 핵심 분야 안전성 제고.
산업 보호: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계도 기간 운영으로 기업의 법적 불확실성 해소 및 책임 있는 혁신 유도.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발언처럼, 이번 법안은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족쇄가 아니라 오히려 더 큰 성장을 위한 '안전띠'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AI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도구로서 그 본연의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우리는 기술의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2026년 1월 22일, 대한민국은 이제 인공지능과 인간이 투명한 신뢰 속에 공존하는 새로운 디지털 문명 시대로 당당히 진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