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026년으로 예정된 수도권 지역 내 생활 폐기물의 직매립 금지 조치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충북 증평군이 거대한 환경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렸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쓰레기가 인근 청주 지역 소각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하자, 증평군이 3만 7천여 군민의 생존권을 걸고 공식적인 반대 기치를 높였다. 이는 특정 지역의 편의를 위해 타 지역의 희생을 강요하는 ‘환경 불평등’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풀이된다.
수도권 쓰레기의 습격, ‘청정 증평’을 위협하다
최근 환경당국의 규제 강화에 따라 수도권 지자체들은 자체 매립 대신 외부 위탁 처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문제는 그 불똥이 충북권으로 튀었다는 점이다. 증평군과 인접한 청주시 청원구 일대의 민간 소각장 3곳은 이미 수도권 5개 기초지자체와 연간 2만 6,000톤이 넘는 생활폐기물 처리 계약을 체결했다. 사실상 수도권의 ‘쓰레기 처리장’ 역할을 충북이 떠안게 된 셈이다.
증평군이 특히 분노하는 지점은 물리적 거리다. 논란이 된 소각 시설 중 한 곳은 증평군 경계와 고작 1.6km 떨어져 있다. 나머지 시설들도 반경 5km 이내에 포진해 있어, 소각 과정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과 극심한 악취가 바람을 타고 고스란히 증평 군민들의 생활권을 침해하고 있다. 여기에 폐기물을 운반하는 대형 차량들이 쉼 없이 오가며 발생하는 교통 체증과 미세먼지, 소음 문제는 군민들의 일상을 피폐하게 만드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쓰레기 발생지가 책임져야”... 무너진 원칙에 전문가도 우려
자원순환 분야의 권위자인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현재의 상황을 ‘지역 간 갈등의 도화선’으로 규정했다. 홍 소장은 폐기물은 그것을 배출한 지자체가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는 ‘발생지 책임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 원칙이 흔들릴 경우 환경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으로 쏠리는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증평군은 단순한 항의를 넘어 실질적인 압박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군은 수도권 쓰레기를 반입하는 소각 시설의 허용 용량 준수 여부를 철저히 감시하고, 관리 주체인 인근 시군에 강력한 지도 점검을 공식 요청할 방침이다. 또한, ‘발생지 처리 원칙’이 법적·행정적으로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중앙 정부에 제도 개선을 강력히 건의하기로 했다.
생존권 수호 나선 증평군, “타협은 없다”
증평군 관계자는 “수도권 지자체들이 자신들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원거리 지역에 환경적 부담을 떠넘기는 행태는 지방자치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날을 세웠다. 군은 앞으로 환경영향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소각재 운반 차량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교통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등 전방위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2026년 직매립 금지라는 환경적 대전환기를 앞두고 대한민국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증평군의 이번 결단은 지역 이기주의가 아닌, 보편적 환경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정당한 방어 기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3만 7천 군민의 건강권과 직결된 이번 ‘쓰레기 전쟁’에서 증평군이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폐기물 처리는 현대 사회의 피할 수 없는 과제이나, 그 부담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 증평군의 이번 대응은 단순한 지역 간 갈등을 넘어, 향후 국가 환경 정책이 나아가야 할 ‘공정성’과 ‘책임 행정’의 기준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