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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교수의 제언]] 마흔 네번째 이형주 교수의 이야기, "성과는 묻지만, 현장은 돌아보지 않는다"

2026년 대한민국 스포츠, 지도 현장에서 답을 찾다

대한민국 스포츠는 늘 중요한 갈림길 앞에 서 있다. 국제대회 성적이 발표될 때마다 우리는 환호와 아쉬움을 반복하고, 그때마다 새로운 대책과 제도를 이야기한다. 유망주 발굴, 훈련 시스템 개선, 예산 확대와 같은 정책 논의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 속에서 상대적으로 덜 조명되는 공간이 있다. 바로 선수들이 실제로 훈련하고 성장하는 ‘지도 현장’ 이다. 체육관과 운동장, 코트와 트랙에서 매일 반복되는 지도 방식이 과연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다.

2026년을 향한 대한민국 스포츠의 발전을 이야기할 때, 이제는 성과와 결과를 넘어 현장의 구조와 지도 방식 자체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스포츠는 정책 문서나 회의실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지도자의 말 한마디, 훈련의 설계 방식, 선수와의 관계 속에서 스포츠의 미래가 만들어진다. 이 글은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의 해답을 지도 현장에서 찾고자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첫째, 지금의 스포츠 지도 현장은 무엇이 문제인가?
현재 많은 스포츠 현장은 여전히 결과 중심 구조에서 운영되고 있다. 단기간 성과에 대한 압박은 지도자에게 빠른 성취를 요구하고, 이는 곧 획일적인 훈련과 반복적인 지도 방식으로 이어진다. 선수 개인의 발달 속도나 심리 상태보다는 ‘지금 당장 성과가 나오는 방법’이 우선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지도자가 선수의 성장을 설계하는 역할보다, 결과를 관리하는 역할에 머무르기 쉽다.
특히 유소년과 학교 스포츠 현장에서 이러한 문제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성장 단계에 있는 선수에게 과도한 훈련과 경쟁을 요구하는 구조는 신체적 부담뿐 아니라 심리적 소진을 초래한다. 실제로 스포츠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흥미를 잃거나, 부상과 스트레스로 인해 운동을 그만두는 사례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종목 전체의 저변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진다.
또 하나의 문제는 지도자의 전문성 갱신이 쉽지 않은 환경이다. 스포츠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현장의 지도 방식은 과거 경험에 의존한 채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훈련 이론이나 안전 기준, 선수 보호에 대한 인식이 현장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면서, 변화에 대한 피로감과 저항이 쌓이기도 한다. 결국 지도 현장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과 ‘변화를 실천하기 어려운 현실’ 사이에서 정체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사진] 시각적 에이밍 라인 제공이 농구 자유투 및 3점슛 정확도에 미치는 영향

둘째, 스포츠교육 관점에서 본 지도 현장의 전환 필요성 = 공부하는 지도자 & 실천하는 지도자 = 겸손한 지도자
지도 현장이 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훈련 종목이나 방식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지도에 대한 관점 자체의 전환을 의미한다. 
스포츠교육의 관점에서 지도는 통제나 지시가 아니라, 선수의 성장을 돕는 설계 과정이어야 한다. 동일한 훈련을 모든 선수에게 적용하기보다, 연령과 수준, 경험에 따라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특히 기술 습득 이전에 강조되어야 할 것은 기본적인 태도와 관계 형성이다. 인사, 존중, 책임감, 협업과 같은 요소는 경기력과 무관한 부수적 요소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태도는 선수의 집중력과 몰입도를 높이고,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지도자가 선수와 신뢰 관계를 형성할 때, 훈련의 효과와 지속성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또한 지도자는 더 이상 경험만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현대 스포츠 환경에서 지도자는 끊임없이 배우고 갱신하는 전문가여야 한다. 안전한 훈련 환경 조성, 선수의 심리 상태 이해, 과도한 훈련을 예방하는 기준 설정 등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지도자의 부담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도자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의 i리그 현장

셋째, 현장이 바뀌어야 정책도 살아난다
그동안 다양한 스포츠 정책이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가 크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정책과 현장 사이의 거리 때문이다. 정책은 제도와 기준을 제시하지만, 실제로 이를 실행하는 주체는 지도자다. 지도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정책은 현장에서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지도 현장을 중심에 둔 정책 설계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도자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현장의 피드백이 정책 개선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마련될 때 비로소 정책은 살아 움직이게 된다. 지도자 연수와 평가 역시 단순한 형식 절차를 넘어,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는 지도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도자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스포츠환경의 개선은 곧 스포츠 경쟁력의 기반이 된다. 안전하고 존중받는 현장에서 성장한 선수는 경기력뿐 아니라 스포츠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함께 키워간다. 이는 은퇴 이후에도 스포츠와의 연결을 유지하게 만들며, 지도자·심판·행정가 등 다양한 역할로 스포츠 생태계를 확장시키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2026년 대한민국 스포츠의 발전을 위한 해답은 멀리 있지 않다. 화려한 성과나 새로운 제도보다 먼저 돌아봐야 할 곳은 지도 현장이다. 체육관과 운동장에서 어떤 말이 오가는지, 어떤 기준으로 훈련이 설계되는지, 지도자가 어떤 철학으로 선수를 대하는지가 곧 스포츠의 미래를 결정한다. 지도 현장이 바뀔 때 스포츠는 단기 성과를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선수 개인의 성장은 물론, 국민이 신뢰하는 스포츠 환경을 만드는 출발점 역시 지도 현장에 있다. 이제는 결과를 묻기 전에 과정을 돌아볼 때다. 대한민국 스포츠의 다음 도약은, 현장에서 시작된다. 다시 시작하자.

#사진 - 이형주 교수, 한기범농구교실 제공

작성 2026.01.27 21:43 수정 2026.01.27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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