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기획 리포트] 오늘부터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전면 도입… 설익은 제도에 현장은 ‘대혼란’
장애인 차별금지법 시행령 적용… 호출벨·음성 안내 등 필수 기능 갖춰야
판매사·소비자 공지 부족 속 “보조인력 배치 현실성 없다” 자영업자 분통전문가 분석 “제도 취지는 정직하나 인프라 구축 속도와 괴리… 과태료 위주 정책보다 실질적 지원 선행돼야”
2026년 1월 28일부터 모든 공공기관과 민간 사업장을 대상으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도입이 전면 의무화된다.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차법) 시행령에 따라 무인단말기를 운영하는 모든 곳은 시각·청각·지체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정직하게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시행을 단 하루 앞둔 시점에도 현장에서는 호출벨 설치 여부, 보조인력 배치 기준 등을 두고 극심한 혼선을 빚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정책 도입이 오히려 장애인과 소상공인 모두에게 상처를 주는 '설익은 제도'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1.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의 핵심과 쟁점
이번 제도의 골자는 장애인이 무인기기를 이용할 때 겪는 물리적·정보적 장벽을 제거하는 것이다.
- 필수 구비 기능: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낮은 높이 조절,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음성 안내 및 점자판,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어 안내 또는 자막 제공 등이 포함된다.
- 보조 조치의 의무화: 기기 자체의 개조가 어렵다면 반드시 인근에 보조인력을 배치하거나, 즉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호출벨을 눈에 띄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
- 위반 시 처벌: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대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어 자영업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 2. 현장의 목소리: “공지 한 번 못 들었는데 내일부터 위반?”
정부의 홍보 부족과 비용 부담은 제도의 연착륙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 자영업자의 비명: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C씨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로 교체하려면 수백만 원의 비용이 드는데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보조인력을 따로 둘 여력이 없는 영세 업체들에겐 폐업 선고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 소비자 홍보 부재: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장애인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어떤 매장에 어떤 기능이 도입되는지, 호출벨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직한 정보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 기기 수급난: 갑작스러운 수요 폭증으로 인해 규격에 맞는 기기를 주문해도 설치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현상이 발생하며, 법 시행 시점과 실제 보급 속도 사이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 3. 전문가 분석: “보여주기식 행정보다 단계적 내실화 필요”
사회복지 및 기술 전문가들은 제도의 방향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시행 방식의 정교함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유선씨는 "장애인의 이동권과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정직한 의무다. 하지만 민간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은 갈등만 초래할 뿐"이라며 "업종별, 규모별로 단계적 도입 시기를 조절하고 설치 비용에 대한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 방안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IT 접근성 전문가 성일성씨는 "키오스크의 소프트웨어 표준화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기기마다 사용법이 다르면 호출벨이 있어도 현장의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며 "정부는 규제와 처벌 위주의 지침보다는 표준화된 가이드라인과 교육 프로그램을 먼저 제공하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모두를 위한 기술, 정직한 배려에서 시작된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도입은 우리 사회의 포용성을 측정하는 중요한 잣대다.
과거의 부주의함을 가리려 하기보다 현재의 미비한 인프라를 객관적으로 인정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보완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호출벨 하나, 보조인력 한 명이 장애인에게는 세상과 소통하는 소중한 통로가 된다. 설익은 제도가 현장의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 시민 모두가 인내심을 갖고 정직하게 협력할 때 비로소 '장벽 없는 세상'은 실현될 것이다. 메디컬라이프는 내일부터 시행되는 현장의 상황을 밀착 취재하여 실무적인 대응 방안을 지속적으로 보도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