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진짜 적은 누구인가: 미국이라는 거대 담론과 내부의 처절한 고립 사이에서

- "미국은 허세다" 테헤란 시민들이 말하는 진짜 무서운 '내부의 적'.

- 혁명 거리의 비명: 인터넷이 끊긴 사이 이란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나?

- 광고판은 화려했으나 영혼은 질식했다: 테헤란의 붉은 거짓말.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CNN은 최근 이란과 미국 사이의 고조되는 군사적 긴장 상태와 이에 대한 이란 내부의 여론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테헤란 시내에 설치된 경고 문구는 미국을 향한 강한 보복 의지를 상징하며, 현지인들은 미국의 공격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과 불안감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미국이 중동 지역의 병력을 증강하는 동안 이란 당국 또한 미사일 전력을 정비하며 무력 충돌에 대비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또한 최근 이란 내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의 여파와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인명 피해로 인해 이란 내 민심이 크게 동요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바람을 심는 자들의 도시, 테헤란의 차가운 저녁

 

테헤란의 심장부라 불리는 ‘혁명 거리’를 걷다 보면, 하늘을 가릴 듯 솟아오른 거대한 광고판이 보행자를 압도한다. 그곳에는 "바람을 심는 자, 폭풍을 거두리라"는 서슬 퍼런 문구가 적혀 있다. 워싱턴을 향한 이란 정부의 노골적인 경고이자, 곧이라도 불벼락이 떨어질 것 같은 전쟁의 전주곡이다. 테헤란과 워싱턴, 두 거대 권력이 주고받는 설전은 국제 뉴스의 헤드라인을 연일 핏빛으로 물들인다.

 

하지만, 그 화려하고 위협적인 광고판 아래를 바삐 지나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뒷모습’에 주목한다. 거창한 정치적 수사와 애국심의 구호가 난무하는 거리에서, 정작 그 땅을 딛고 살아가는 이들의 영혼은 어디를 향해 있는지, 그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적’의 실체는 무엇일까?

 

적대적 공생이 만들어낸 거대한 가두리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십 년간 지속된 제재와 핵 협상의 결렬,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은 양국 관계를 늘 폭발 직전의 화약고로 몰아넣었다. 이란 정부는 외부의 적(미국)을 명확히 설정함으로써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고 결속을 다지는, 이른바 ‘적대적 공생’의 정치를 펼쳐 왔다. 광고판의 거친 문구는 바로 이러한 통치 기제(Mechanism)의 산물이다. 그러나 이 공고한 이데올로기의 성벽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국민은 이제 더 이상 국가가 제공하는 ‘외부의 적’이라는 사탕발림에 속지 않는다.

 

권력이라는 거대 톱니바퀴에 낀 볼모들

 

현장에서 만난 이란인들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냉소적이고도 서글펐다. 그들은 자신들이 미국과 이란 정부라는 두 거대 권력의 체스판 위에 놓인 말에 불과하다고 느낀다. 테헤란에서 만난 한 여성은 차가운 표정으로 이렇게 고백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 생각에 그들은 모두 이란 국민을 상대로 협력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짧은 문장에는 국가라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불신이 담겨 있다. 외부의 위협이 실제하든 아니든, 그것이 결국은 자신들의 삶을 옥죄고 자유를 박탈하는 도구로 쓰인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민족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애국심이 국민의 이익과 정면으로 충돌할 때, 개인의 영혼은 갈 곳을 잃고 방황한다.

 

죽음보다 깊은 침묵과 뒤늦게 찾아온 진실

 

미국의 위협에 대해 이란 내부에서는 의외의 회의론도 감지된다.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에도, 거리의 시민 중 일부는 "트럼프는 감히 공격하지 못할 것이다. 그저 허세를 부리는 것일 뿐"이라며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이는 단순한 배짱이 아니라, 반복되는 정치적 쇼에 대한 학습된 무관심에 가깝다.

 

진짜 비극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었다. 최근 이란을 휩쓴 대규모 시위와 그에 따른 정부의 가혹한 탄압은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겼다. CNN의 프레드 플라이트겐 기자가 목격한 거리의 모습은 전쟁의 공포보다 더 짙은 ‘국가 폭력의 그림자’였다. 한 젊은이는 인터넷이 차단되었던 암흑의 시간 동안 벌어진 일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인터넷이 연결되고 나서야 우리는 수많은 사람이 학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증언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눈에 보이는 적의 미사일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내 이웃과 형제의 비명이 인터넷 차단이라는 장막 뒤로 사라져 버리는 ‘내부의 어둠’이 아닐까.

 

진정한 적은 우리 곁에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이란의 거리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진정한 공포는 저 멀리 대양 너머에 있는 미국의 핵 항모가 아니라, 내 말소리를 감시하고 내 이웃의 죽음을 은폐하는 ‘내부의 억압’이라고 말이다. 외부의 적을 설정해 내부를 결속시키려던 구태의연한 방식은 이제 영혼의 갈증을 느끼는 국민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작성 2026.01.29 01:36 수정 2026.01.29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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