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브뤼셀과 테헤란: 정규군이 서로를 '테러리스트'라 부르는 시대

- EU의 혁명수비대 지정 움직임에 테헤란의 '눈에는 눈' 맞대응 선언.

- 이란의 상호주의 경고가 던진 파문.

- 갈등의 끝은 어디인가.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이란 정부가 유럽연합(EU)의 제재 움직임에 대해 강력하게 보복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란 국가안보최고위원회 사무총장은 혁명수비대를 테러 단체로 지정한 유럽 국가들의 군대를 똑같이 테러 조직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방침은 과거 미국이 유사한 조치를 취했을 때 이란이 미군을 테러범으로 규정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결정이다. 이란 의회는 이미 작년에 유럽 군대를 테러 집단으로 정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두었음을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발표는 서방의 압박에 맞서 대등한 수준의 외교적 결단을 내리겠다는 이란의 강경한 입장을 잘 보여준다. 

 

최근 페르시아만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유독 차갑고 날카롭다. 유럽연합(EU)과 이란 사이의 외교적 온도가 급격히 빙결점으로 치닫고 있다. EU가 이란의 헌법적 정규군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테헤란은 즉각적으로 "너희 군대도 테러리스트가 될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를 날렸다.

 

단순한 말싸움이라고 치부하기엔 그 이면에 담긴 지정학적 무게가 너무나 무겁다. 이것은 국가의 자존심을 건 영혼의 싸움이자, 국제법적 근거를 미리 다져놓은 치밀한 전략의 산물이다. 서로의 심장부에 칼을 겨눈 채 '테러리스트'라는 낙인을 찍으려는 이 위험한 줄다리기가 전 세계 안보 지형에 어떤 거대한 균열을 일으키고 있는지, 그 심연을 깊이 들여다본다.

 

'테러리스트'라는 낙인의 무기화

 

국제 사회에서 특정 국가의 정규군을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는 것은 사실상 외교 관계의 종말을 의미한다. EU가 이란의 혁명수비대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이란 정권의 핵심 전력을 마비시키고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이란은 이를 단순한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상호주의'라는 명확한 보복 원칙을 세웠다. 한쪽이 선을 넘으면 똑같은 깊이로 상처를 내겠다는 의지다.

 

이미 법으로 요새를 쌓은 이란

 

이란의 이러한 반응은 충동적인 감정 표출이 아니다. 이란 의회는 이미 2023년에 EU가 혁명수비대를 테러 목록에 포함할 경우, 유럽 국가의 군대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즉, 오늘날의 갈등을 수년 전부터 예상하고 법적, 제도적 요새를 미리 구축해 놓은 것이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알리 라리자니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점을 분명히 한다.

 

"유럽연합은 이란 의회의 결정에 따라, 혁명수비대에 맞선 최근 EU 결정에 포함된 국가들의 군대가 테러리스트로 간주된다는 사실을 물론 알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행동을 한 유럽 국가들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2019년의 트라우마

 

이란이 이토록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이유는 과거의 뼈아픈 경험 때문이다. 2019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혁명수비대를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을 당시, 이란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군을 테러 조직으로 맞지정하며 급하게 대응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은 '사후 대응은 늦다'는 것이었다. 테헤란의 지도부는 그날의 기억을 바탕으로 향후 유사한 상황에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기 위해 상호 지정 정책을 법제화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그 법적 칼날이 유럽을 향해 번뜩이고 있다.

 

갈등의 끝은 어디인가

 

이란의 확고한 상호주의 정책은 EU를 향해 "우리를 테러리스트라 부른다면 당신들도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정규군이 서로를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는 이 위험한 선례는 국제 외교의 격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작은 오해나 국지적 충돌조차 전면적인 전쟁으로 비화시킬 수 있는 뇌관을 장착한 것과 같다.

 

이 거대한 불신의 소용돌이 속에서 과연 외교적 이성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국가의 이름으로 서로를 악마화하는 이 과정이 진정 평화를 위한 길인지, 아니면 모두를 파멸로 이끄는 공멸의 서막인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차가운 낙인이 아니라,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는 최소한의 존중이다. 페르시아만의 파도가 더 이상 피로 물들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작성 2026.01.31 00:03 수정 2026.01.3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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