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단어인데 왜 자꾸 틀릴까?

최근 학습코칭 상담에서 만난 초등학교 4학년 A는 영어 단어를 비교적 많이 알고 있었고, 단어 시험 성적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그러나 실제 읽기 상황을 관찰해 보니, 단어를 정확히 읽지 않고 비슷해 보이는 단어로 추측해 발음하고 해석하는 오류가 반복되고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want를 went로, where를 what으로 읽는 경우였다. 아이는 “아는 단어라서 그냥 읽었다”고 말했지만, 문장을 다시 확인해 보게 하면 의미가 맞지 않는다는 점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 문제 진단: ‘대충 읽기’가 만든 자동 추측 회로
A의 읽기 과정을 세밀하게 살펴본 결과, 단어 전체를 보지 않고 첫 글자와 단어 길이만으로 의미를 빠르게 완성하는 읽기 전략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읽기 속도를 높이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인지적 전략이지만, 영어 학습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특히 want–went, where–what과 같이 철자 일부가 유사하고 발음이 비슷하며 문장 속에서 모두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 있는 단어는 아이의 추측 읽기를 더욱 강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 경우 문제는 발음이나 단어 암기량이 아니라, 읽기 과정에서 확인 단계가 생략되어 있다는 점에 있다.
■ 코칭 방향 설정: 더 많이 외우는 대신, 확인하는 법을 가르치다
이번 코칭의 핵심 목표는 단순했다.
“빨리 읽기보다, 끝까지 확인하고 읽기”
이를 위해 학습량을 늘리기보다는, 아이의 읽기 전략 자체를 점검하고 재구성하는 데 집중했다.
■ 단계별 코칭 전략

1️ 끝까지 보는 시각 확인 훈련
단어를 읽을 때 반드시 앞 글자,가운데 철자,끝 철자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소리 내어 읽게 했다.
“want와 went는 앞은 비슷하지만, 끝이 다르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인식시키는 과정이었다.
2️의미 검증 질문 적용
읽은 직후 바로 정답 여부를 말해주지 않고 다음 질문을 던졌다.
“이 문장에서 went가 들어가면 말이 자연스러워?”
“혹시 want랑 헷갈린 건 아닐까?”
이 질문을 통해 아이는 처음으로 자신이 보고 읽은 것이 아니라 짐작해서 읽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됐다.
3️ 헷갈린 단어 기록 카드
일반적인 오답 노트 대신, 헷갈린 단어를 정리하도록 했다.
want / went, where / what 각 단어에 대해
① 발음 차이 ② 의미 차이 ③ 짧은 예문 한 문장 만 기록해 학습 부담을 최소화했다. 이 방식은 아이가 실수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학습 자료로 활용하도록 돕는 효과가 있었다.
4️속도 분리 훈련
읽기 시간을 두 구간으로 나눴다.
✔ 정확히 읽는 연습 시간: 속도 평가 없음
✔ 자유 읽기 시간: 의미 중심 읽기 허용
자유롭게 본인의 속도대로 읽는 시간과 별도로, 정확한 읽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 부모 코칭: 정답 지적보다 ‘과정 질문’
부모에게는 아이가 틀렸을 때 즉각적으로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권했다.
❌ “이거 왜 틀렸어?”
⭕ “이 단어를 이렇게 읽은 이유가 뭐였을까?”
이 질문의 변화만으로도 아이는 실수를 방어하지 않게 되었고, 스스로 다시 확인하는 행동이 점차 늘어났다.
■ 코칭 결과: 읽기 태도의 변화
4주간의 코칭 후, A는 낯선 단어뿐 아니라 익숙한 단어 앞에서도 잠시 멈춰 철자를 확인하는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읽기 속도는 일시적으로 느려졌지만, 문장 이해 정확도는 눈에 띄게 향상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아이가 “아는 단어인데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추측 대신 확인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영어 학습에서 나타나는 오독 문제는 단어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 굴러가기 시작한 읽기 전략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암기가 아니라, 단어를 끝까지 보고 의미를 검증하는 힘을 길러주는 코칭이다. 작은 확인 습관 하나가, 이후 중등 영어 학습의 안정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