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순간 일상이 되어버린 놀이
2025년 연말부터, 나와 아들이 함께 빠진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인형뽑기다.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요즘 인형뽑기 매장에 가보면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가득하다.
어느 순간부터 동네 곳곳에 인형뽑기 매장이 늘어났다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잠깐 들러 한두 번 해보는 놀이였지만, 어느새 주말이면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향하는 장소가 되었다.
천 원이라는 숫자가 주는 착각
2026년이 시작된 이후, 우리는 거의 매주 인형뽑기 매장을 찾았다. 한 게임에 천 원. 금액만 놓고 보면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진다. 커피 한 잔보다도 적은 돈이라는 생각이 들면, 그 천 원의 무게는 더 가볍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깊은 고민 없이 주사위를 굴리듯 버튼을 누르게 된다. 문제는 그 시작이 생각보다 쉽게 반복된다는 데 있었다.
‘아쉽게’라는 감정의 힘
인형은 한 번에 잡히지 않는다. 잡히는 듯하다가, 아쉽게도 떨어진다. 그 ‘아쉽게’라는 순간이 사람의 마음을 가장 강하게 흔든다.
“한 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이번엔 진짜 될 것 같은데.”
이 말은 아이의 입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어른인 나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 번의 결제가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된다. 정신을 차려보면 결제 금액은 이미 만 원을 넘기고, 그 모든 과정은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짧은 시간, 길어진 결제 내역
인형 하나를 뽑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게임은 어느새 이만 원, 삼만 원으로 이어진다. 카드는 여러 번 긁히고, 손에는 인형보다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다.
짧은 시간 동안 벌어진 일이지만, 마음에는 묘한 허탈함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카드 명세서 앞에서 멈춰 서다
어느 날 카드 명세서를 확인하다가 문득 손이 멈췄다. 명세서에 인형뽑기 매장 이름이 줄지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1월 한 달 동안 인형뽑기에 쓴 금액은 15만 원이었다. 한 게임에 천 원이니, 계산해 보면 150게임을 한 셈이다. 그 숫자를 보는 순간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었다.
“나는 이 돈의 무게를 알고 있었을까?”
“아이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었을까?”
남아 있는 것은 인형과 질문
물론 돈을 전부 날린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인형을 열 개 정도는 뽑았다. 아들은 그 인형들을 집으로 가져와 하나하나 이름을 붙이고, 침대 위에 가지런히 놓아두었다.
그 모습을 보면 ‘그래도 의미는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크게 남은 것은 이 경험을 통해 얻게 된 질문과 배움이었다.
놀이로 포장된 선택의 연속
인형뽑기는 단순한 놀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선택의 연속이다. 멈출 것인가, 한 번 더 할 것인가. 이 선택이 반복되다 보면 돈보다 감정이 앞서게 된다.
아쉬움, 기대, 그리고 ‘이번엔 될 것 같다’는 착각이 카드 한 번 더 긁게 만든다. 유혹은 늘 이렇게 교묘한 얼굴로 다가온다.
아이와 나, 함께한 약속
그래서 결정을 내렸다. 아들에게도,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약속을 하나 했다.
“한 달에 한 번만 가자.”
아예 끊겠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현실적인 약속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혹을 완전히 없애기보다, 스스로 조절해 보는 연습을 해보고 싶었다. 이 약속은 아이를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나 자신을 위한 다짐이기도 했다.
어른이 먼저 보여야 할 모습
아이에게 돈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어른인 내가 유혹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돈은 그냥 쓰는 것이 아니라는 것, 작은 금액도 모이면 큰 금액이 된다는 것, 그리고 ‘하고 싶다’는 마음과 ‘해야 한다’는 선택은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여전히 매력적인 유혹 앞에서
인형뽑기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불빛은 화려하고, 인형은 귀엽고, 성공했을 때의 짜릿함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혹은 늘 가장 즐거운 얼굴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것을 부정하기보다, 인식하고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나는 지금 어떤 ‘천 원짜리 유혹’에 익숙해져 있는가.
혹시 부담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복하고 있는 소비는 없는지, 그 작은 선택들이 쌓여 어떤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소비의 모습은 무엇인지도 함께 고민해볼 질문이다.
유혹 앞에서 멈추는 연습도 배움이다
참을 수 없는 유혹 앞에서 완벽하게 이겨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적어도 돌아보고 다짐할 수는 있었다. 인형 열 개보다 더 큰 수확은 돈의 소중함과 멈추는 용기를 배운 경험이었다.
일상 속 유혹은 사라지지 않지만, 그것을 대하는 태도는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인형뽑기 경험 역시, 일상을 통해 배우는 소중한 공부였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