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이란과 미국 사이의 고조되는 긴장 상태에서 양국 지도자들의 입장을 밝혔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미국이 전쟁을 일으킬 경우, 이는 단순한 충돌을 넘어 광범위한 지역적 전쟁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며 양국이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합의에 도달하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또한, 이란 당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 훈련 계획에 대한 소문을 공식적으로 부인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금 중동 호르무즈 해협에는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 오가는 정치적 메시지와 군사적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모래바람이 잠잠해진 중동의 지평선 너머로 거대한 폭풍의 전조가 읽힌다. 미국과 이란, 두 거대한 힘이 마주 보고 선 호르무즈 해협은 지금 당장이라도 불꽃이 튀면 터져버릴 것 같은 거대한 화약고와 같다. 국제부 기자로서 수많은 분쟁 지역을 다녔지만, 이번처럼 위협과 유혹, 그리고 차가운 전략적 수싸움이 이토록 정교하게 얽힌 적은 드물었다. 양국의 지도자들은 카메라 앞에서 평화를 말하면서도, 등 뒤로는 날카롭게 갈아 둔 칼을 만지고 있다. 과연 이 긴장은 파국을 향한 질주인가, 아니면 더 큰 합의를 위한 처절한 몸부림인가. 우리는 오늘, 이 위험천만한 줄타기의 이면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왜 그들은 다시 총구를 겨누는가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불신은 하루아침에 쌓인 것이 아니다. 미국은 이란의 핵 개발과 역내 영향력 확대를 ‘세계 평화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며 숨통을 조여왔다. 반면 이란은 이를 ‘주권에 대한 침해’이자 ‘생존권을 위협하는 제국주의적 압박’이라며 맞서왔다. 이 평행선 같은 대립이 최근 들어 임계점에 도달한 이유는 명확하다. 경제 제재로 벼랑 끝에 몰린 이란의 절박함과 대선을 앞두고 강력한 대외 성과를 거두려는 미국의 계산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양측은 상대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며, 누가 먼저 눈을 깜빡일지 지켜보는 거대한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
하메네이의 준엄한 경고와 트럼프의 이중적 포석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침묵을 깨고 미국을 향해 열변을 토해냈다. 그의 경고는 짧지만 묵직했다. “미국이 전쟁을 시작한다면, 그것은 단지 두 나라만의 싸움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은 단순한 겁박이 아니다. 이란이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중동 전역에 심어놓은 ‘대리 세력’이라는 카드들을 한꺼번에 뒤집겠다는 뜻이다. 전쟁이 터지는 순간, 중동 전체가 불바다가 될 것이라는 이란식 ‘상호 확정 파괴’의 선언이다.
이에 맞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문법은 기이할 정도로 이중적이다. 그는 “이란이 진지하게 대화하고 있다”라며 평화의 메신저를 자처하다가도, 금세 “합의하지 못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게 될 것”이라며 싸늘한 최후통첩을 날린다. 이는 상대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어 오판을 유도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조건으로 협상 테이블을 끌고 가려는 고도의 심리전이다. 마치 한 손에는 당근을, 다른 한 손에는 채찍을 든 노련한 조련사의 모습과 흡사하다.
호르무즈, 보이지 않는 정보전의 최전선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은 이 긴장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가장 예민한 지점이다. 최근 혁명수비대의 대규모 군사 훈련설이 파다했을 때, 이란 당국은 이례적으로 이를 공식 부인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이를 보도하자 이란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겠다”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이란이 아직은 판을 깨고 싶지 않다는 신호”라고 분석한다. 국제 시장에 충격을 주어 세계적인 비난을 사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군사적 준비 태세를 유지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호르무즈 해협 위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파와 정보들이 오가며 상대의 의중을 캐내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위태로운 균형, 그리고 우리의 과제
지금의 사태는 ‘지정학적 긴장 관리’라는 정교한 예술의 영역에 들어와 있다. 하메네이가 그어놓은 레드라인과 트럼프가 던진 모호한 시한부 제안이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외교적 해법이 승리할 것인지, 아니면 우발적인 충돌이 거대한 전쟁의 도화선이 될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지도자들의 화려한 수사 뒤에 숨겨진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다. 전쟁의 공포 속에서도 일상을 살아내는 테헤란의 시민들과 파병의 두려움을 견디는 미국의 젊은 군인들, 그들의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리는가. 정치는 책상 위에서 이루어지지만, 그 결과는 땅 위에서 피를 흘리는 이들의 몫이다. 이제 거인들은 줄타기를 멈추고, 땅으로 내려와 진정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그 길만이 공멸을 막는 유일한 출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