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기획연재] 7화 SNS를 사랑한 아티스트, 알베르 키위(Albert Kiwi) 작가 "내면의 소음을 예술적 몰입으로”, K현대미술관 '괴짜전'에서 '마이크로폼 아트'의 신대륙을 건축하다

"낮에는 R&D 직장인, 밤에는 화가"… 일상의 산만함을 꾸덕한 오일 파스텔의 '몰입'으로 덮다

피카소 '게르니카'에 역전의 은유를 입히다, 반도체 '예술 칩' 까지… 캔버스 넘어선 재료의 파격

"인스타그램이 곧 갤러리" 영향력 있는 'SNS 작가'를 꿈꾸며 소통을 예술로 큐레이팅하다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화면이라는 좁은 디지털 대륙을 무한한 상상의 대륙으로 건축하며, 그 안에서 마이크로폼 아트(Microform Art)라는 독창적인 장르를 개척해 온 아티스트가 있다. 그는 스스로를 갤러리의 흰 벽 속에 가두는 대신, 대중과 가장 긴밀하게 호흡할 수 있는 디지털 공간에서 예술의 문턱을 지워버린다. 


The Imaginary Pocus는 창간 특집 기획 "OO을 사랑한 아티스트"의 일곱 번째 주인공으로, 산만함이라는 내면의 소음을 캔버스 위 완벽한 몰입으로 승화시킨, ‘SNS를 사랑한 아티스트 알베르 키위(Albert Kiwi)’ 작가를 만났다.

 

‘내면의 비평가’ - 백지 앞에서 고뇌하는 알베르 키위 작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작품 = 작가 제공

 

현실의 모든 순간이 레퍼런스가 되는 이중생활
알베르 키위는 전업 작가라는 타이틀 뒤에 현실적인 직장인의 삶을 숨기지 않는다. 아크릴 관련 기업의 R&D 및 경영지원을 담당하며 낮에는 논리적인 업무를, 밤에는 자유로운 창작을 이어가는 그는 현대인들이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상상의 롤모델이다. 생계를 위해 선택한 길이었지만, 그는 이 이중생활을 단순한 결핍이 아닌 거대한 영감의 원천으로 재정의했다.


그에게 직장이란 단순한 노동의 현장이 아니다. 출퇴근길의 풍경, 동료들과 나누는 대화, 업무 프로세스 등 직장 생활의 모든 과정은 그에게 살아있는 레퍼런스가 된다. 그는 R&D 업무 특유의 논리적 사고보다는 무의식중에 조립되는 상(Image)들을 수집하며, 현실에 두 발을 딛고 있기에 가능한 생명력 넘치는 예술을 탄생시킨다.


그의 필명 알베르 키위는 실존주의 철학자 알베르 카뮈의 지적인 무게와, 본명(김현석)의 이니셜이자 상큼한 과일인 키위의 대중성을 결합한 것이다. 이는 무거운 철학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위트 있는 색감으로 풀어내는 그의 작품 세계와 닮아 있다. 스웨덴 일러스트레이터 마그누스 칼슨과 밴드 라디오헤드의 뮤직비디오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그의 화법은, 고립과 내면의 비평가라는 다소 우울한 주제조차 원색적인 색감으로 포장하여 아이러니한 위로를 건넨다.


SNS, 비교를 넘어선 연결과 교감의 미학
이번 연재의 핵심 키워드인 SNS는 그에게 단순한 홍보 수단을 넘어,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자 완전히 열린 세상 그 자체다. 그는 SNS를 통해 갤러리라는 제도권의 권위에 굴복하지 않고도 고립되지 않은 채 자유롭게 관객과 소통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SNS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SNS가 타인과의 비교나 박탈감으로 행복도를 낮추는 공간이 아니라, 애초의 목적대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한 연결과 교감이 일어나는 공간이길 바란다. 이를 위해 그는 스스로 인플루언서가 되기를 자처하며 팔로워 10만 명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명세가 아니라, 도구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 더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고, 실험적이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작업들로 삶의 원동력을 제공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시도다.


그에게 있어 SNS 계정 운영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작품 활동이다. 그는 단순히 결과물을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매자에게 영상 편지를 보내거나 댓글로 소통하며 관계 자체를 큐레이팅한다. 게시물에 찍히는 좋아요와 공유, 저장 수가 올라갈 때 느끼는 희열은 그에게 세상과 연결되고 있다는 가장 확실하고 감각적인 신호다.


오일 파스텔에서 예술 칩까지, 재료의 파격적 확장
알베르 키위가 다른 작가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지점은 바로 재료와 물성에 대한 끊임없는 실험 정신이다. 그의 작업은 ADHD 성향으로 인한 산만함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오일 파스텔에서 출발했다. 수정이 어렵고 거친 오일 파스텔을 손에 쥐고, 캔버스의 결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꾹꾹 눌러 담는 과정에서 그는 완벽한 몰입의 쾌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R&D 직무 경험을 살려 공학적 상상력을 예술로 끌어들인다. 가장 최근인 2026년 1월 28일 부터 시작된 ArtNGallery 개관전시에서 선보인 예술 칩(Art Chip) 프로젝트는 그 정점이다. 전자기판에 심어진 반도체 칩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업에 대해 그는 현실 공간에 심어진 그림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벽에 못을 박아 고정하는 고전적 방식을 거부하고, 프레임과 이미지를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는 플랫폼 구조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제시한다. 이는 평면 회화에 머무르는 대다수 작가와 달리, 이미지를 담는 그릇(Frame)과 구조(Structure)까지 발명해 내는 알베르 키위만의 독보적인 차별점이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싱어송라이터 이고도의 앨범 커버로 제작된 작품 = 작가 제공

 

브랜드 협업부터 미술관까지, 마이크로폼 아티스트의 증명된 행보
알베르 키위는 하루아침에 나타난 SNS 스타가 아니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자신만의 예술 영토를 확장해 온, 단단한 이력을 지닌 아티스트다. 2013년 키엘(Kiehl’s) 울트라아트프로젝트 멤버로 활동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이후 패션 브랜드 에피그램(2021), 코스메틱 브랜드 마르마르디(2021) 등 대중적인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감각적인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172G 갤러리(2023), P1 갤러리(2024) 등에서 꾸준히 개인전을 개최하며 ‘마이크로폼 아트’라는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해 왔다.

 

이러한 그의 행보는 작년(2025년), 서울 K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이상한 나라의 괴짜들 : Geeky Land 2025》 참여를 통해 정점에 달했다. 당시 그가 선보인 대형 신작 『화가 모자를 쓴 게르니카』(90×90cm)는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마치 한국의 상모돌리기를 연상시키는 리듬감 있는 구성을 보여주는데, 작가는 그림 속 상징들에게 화가들이 즐겨 쓰는 베레모를 씌워 독특한 의미를 부여했다.


본래 '게르니카'의 참상을 그린 이는 피카소이지만, 알베르 키위는 작품 속 상징들에게 화가의 모자를 씌움으로써 '상징들이 곧 현실을 그려내고 있다'는 역전의 은유를 표현하고자 했다. 여기에 한국 전통의 오방색으로 풍부한 컬러감을 담아내며 동서양과 시대를 관통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이와 더불어 캔버스에 실제 반도체 칩을 심는 등 재료의 한계를 넘어서는 시도는 그가 가진 R&D 직장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예술가적 실험 정신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작년의 전시를 놓친 독자라면, 현재 서울 마곡에 위치한 ArtNGallery에서 열리고 있는 개관 기획전에 주목해야 한다. 당초 2월 2일 종료 예정이었으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오는 2월 8일까지 연장된 이번 전시에서 그는 캔버스를 넘어선 신작 ‘예술 칩(Art Chip)’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전자기판에 심어진 반도체 칩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들은 ‘현실 공간에 심어진 그림’을 표방한다. 벽에 못을 박아 고정하는 고전적 방식을 거부하고, 프레임과 이미지를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는 플랫폼 구조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제시한 것이다. 평면 회화를 넘어 이미지를 담는 그릇(Frame)과 구조(Structure)까지 발명해 낸 알베르 키위의 가장 최신작을 목격할 수 있는 기회, 2월 8일까지 ArtNGallery에서 만날 수 있다.


진정한 예술성, 그리고 마이크로폼 아트라는 새로운 사조
아날로그인 오일 파스텔과 디지털인 SNS, 그리고 인간과 기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에게 진정한 예술성이란 무엇일까. 그는 예술을 의식과 감각을 다루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노래, 춤, 그림 등 장르를 불문하고, 그 안에서 감응과 상호작용이 필수적으로 일어난다면 그 모든 행위가 진정한 예술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개방적인 철학은 그의 미래 비전으로 이어진다. 그는 자신이 정의한 마이크로폼 아트를 하나의 정식 예술 사조로 정립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단순히 혼자 활동하는 것을 넘어, SNS를 유통 채널이 아닌 정체성으로 삼는 작가들을 모아 SNS 작가 단체전을 기획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일반인들도 AI 기술을 통해 생성한 이미지를 가지고 전시에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이는 기술을 도구 삼아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그의 포용적인 예술 철학을 보여준다.

 

‘비행’은 아날로그 작업에서 디지털 작업으로 전환을 선언한 후 그려진 작품 = 작가 제공

 

알베르 키위의 예술적 이정표: 인생작 3선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가장 선명하게 투영한 세 가지 작품으로 내면의 비평가, 우리 같은 사람들, 그리고 비행을 꼽는다.


첫 번째, ‘내면의 비평가’는 백지 앞에서 고뇌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작품이다. 우리는 모두 스스로에게 가장 가혹한 비평가가 된다는 통찰을 담은 이 그림은 케이옥션 온라인 경매에서 처음으로 낙찰되어 컬렉터와의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준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두 번째, ‘우리 같은 사람들’은 싱어송라이터 이고도의 앨범 커버로 제작된 작품이다. 음악과 미술의 결합을 꿈꾸던 작가의 상상이 현실이 된 순간으로, 그의 예술적 영토가 청각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세 번째, ‘비행’은 아날로그 작업에서 디지털 작업으로 전환을 선언한 후 그려진 작품이다. 기존의 틀을 깨고 비상하는 해방감을 표현한 이 작품은, 끊임없이 새로운 매체를 탐구하는 알베르 키위의 실험 정신을 상징한다.


상상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에필로그
삶이 자신만의 예술이 되는 순간을 만나지 못해 방황하는 이들에게, 알베르 키위는 거창한 조언 대신 담백하고 위트 있는 경험담을 건넨다.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언가를 시도한다는 건 엄청난 각오가 필요하고 수고스러운 일이지만, 한 번쯤 찍먹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는 "나 그거 하려고 했었는데"라는 후회보다 "나 그런 것까지 해봤네"라는 경험을 남기는 삶을 지향한다. 

 

훗날 자신의 모든 흔적이 개성을 완성시키는 매력적인 레퍼런스로 기억되길 바라는 그는, 오늘도 스마트폰 화면 위에서, 그리고 캔버스 위에서 자신만의 상상을 현실로 건축해 나가고 있다.
현실의 제약 속에서도 자신만의 예술을 꽃피우고 싶은가? 그렇다면 알베르 키위가 건네는 마이크로폼 아트의 세계로 접속해 보자. 그곳엔 좋아요의 숫자를 넘어선, 사람과 사람을 잇는 가장 따뜻한 예술의 온도가 기다리고 있다.

 

‘SNS를 사랑한 아티스트' 알베르 키위 작가 = 작가 제공

 

[아티스트 소개: 알베르 키위]
기업 R&D 직장인이자 디지털과 캔버스를 오가는 ‘마이크로폼 아티스트’. 내면의 산만함을 오일 파스텔의 묵직한 질감을 통해 ‘완벽한 몰입’으로 승화시켰다. 인스타그램(@albert_kiwi)을 갤러리 삼아 컬렉터와 직접 소통하며, K현대미술관 《괴짜전 2025》와 현재 ArtNGallery 개관전에서 『화가 모자를 쓴 게르니카』, 『예술 칩』 등 신작을 선보였다. “개성을 완성시키는 매력적인 레퍼런스”가 되겠다는 비전 아래, SNS 활동을 하나의 예술 사조로 정립해 나가고 있다.

[The Pocus Archive: 아티스트 아카이브 – OO을 사랑한 아티스트]
AI가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결국 인간의 마음과 상상의 힘에 있다. 본지 The Imaginary Pocus는 창간을 맞이하여 기술만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감성과 상상 세계를 지켜가는 예술가들을 조명하는 연재 시리즈 [OO을 사랑한 아티스트]를 선보인다. The Pocus Archive는 앞으로도 자신만의 가치를 사랑하며 자신의 원하는 미래를 실현하는 아티스트들을 엄선하여 기록할 예정이다.

 

 

 

 

 

 

 

 

 

 

 

 


 

작성 2026.02.04 01:03 수정 2026.02.04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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