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극의 대물림: 진탄의 총성, 카다피 가문의 마지막 정치적 불씨를 끄다
리비아의 옛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의 아들 세이풀이슬람 카다피가 자택을 급습한 무장 세력의 공격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리비아의 불안정한 정세가 다시 한번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지 사법 당국은 사건의 경위를 규명하기 위한 공식 수사 절차에 착수했으며, 공격에 연루된 것으로 주장되는 개인과 단체들의 정체에 대한 다양한 주장과 부인이 뒤섞이면서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4인조 무장 그룹, 자택 침입해 공격
리비아 정부 통신사 LANA와 현지 방송에 따르면, 사건은 서부 산악지대 도시인 진탄(Zintan)에 있는 세이풀이슬람 카다피의 집에서 발생했다. 세이풀이슬람의 정치 참모이자 측근으로 알려진 압둘라 오스만은 인터뷰에서 “네 명으로 구성된 무장 요원이 보안 카메라를 먼저 무력화한 뒤, 주택 내부로 진입해 세이풀이슬람을 사살했다”라고 설명했다. 공격은 짧은 시간 안에 치밀하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지며, 현장 주변에서는 사전에 정찰이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정황도 거론되고 있다.
오스만은 이번 사건을 “표적을 명확히 겨냥한 계획된 암살”로 규정하면서, 범행 배후에 정치적 동기가 자리하고 있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그는 세이풀이슬람이 리비아의 미래와 자신의 정치적 역할에 대해 논란이 많은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법적 및 정치적 투쟁을 그만두는 것을 거부해 온 점을 강조한다.
변호인단 “배신 세력의 희생양” 규정
세이풀이슬람 카다피의 변호인인 할리드 에즈-자이디(ez-Zaidi)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의뢰인의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자이디는 자신의 메시지에서 세이풀이슬람을 “타협하기를, 침묵하기를 거부했기에 배신 세력의 희생양이 된 인물”이라고 표현하며, 그를 지지해 온 리비아 시민과 유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다. 그는 또한 “사람들을 죽임으로써 대의를 침묵시킬 수 있고, 목소리를 줄임으로써 아이디어를 없앨 수 있다고 믿는 자들은 착각하고 있다”라고 밝히며, 이번 피살 사건이 오히려 리비아 사회의 갈등과 논쟁을 더 가열시킬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세이풀이슬람은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국제형사재판소(ICC)와 리비아 당국의 기소 대상이 되는 한편, 내전과 분열된 정치 구조 속에서 일부 부족 및 정치권의 잠재적 지도자 후보로 거론됐다. 이러한 이중적 위치는 그를 여전히 영향력 있는 정치 변수로 남게 했고, 이번 피살이 향후 권력 재편 구도에 어떤 파급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규군 부대는 연루설 즉각 부인
사건 직후 현지 사회관계망과 일부 뉴스 채널들에서, 트리폴리 기반의 국가통합정부(GNU)에 소속된 444여단 병사들이 공격을 주도했다는 주장이 떠돌았다. 그러나 444여단 사령부는 공식 성명을 발표해, “진탄 지역에는 우리 부대 소속 그 어떤 부대도 배치되어 있지 않다”라며 연루설을 전면 부인했다. 이 같은 부인은, 이미 다수의 민병대 세력과 무장 그룹이 난립하는 리비아 현지 상황에서 책임 공방이 장기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식 군부대가 빠르게 유착 의혹에 선을 그었음에도, 실제로 공격을 실행한 주체가 누구인지, 특정 부족, 민병대 혹은 외부 연결을 가진 조직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일부 분석가들은 과거 내전 과정에서 카다피 가문과의 결산을 미완의 과제로 남겨둔 세력들이 이번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관계했을 가능성을 거론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 증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리비아 검찰, 공식 수사 착수
리비아 검찰청은 서면 발표를 통해 세이풀이슬람 카다피 피살 사건과 관련한 형사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검사와 법의학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팀은 사건 직후 현장에 파견되어, 첫 조사를 마쳤으며, 현장에서 수거한 탄도 및 범죄 증거들을 토대로 공격 경로와 사용된 무기를 분석 중이다.
검찰은 세이풀이슬람의 사망 원인이 “화기 총상”으로 확인됐다면서, 공격에 사용된 무기들의 종류와 발사 거리, 탄도 궤적 등을 규명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건 지역에서 확보된 보안 카메라 장비, 잔해, 증인 진술 등도 종합해 공격을 계획하고 지시한 인물들과 현장을 직접 급습한 실행팀을 특정하겠다고 밝혔다.
내전 이후도 지속되는 권력투쟁의 그림자
이번 피살 사건은 2011년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장기 내전과 파편화된 정치 구조를 겪어온 리비아가 여전히 안정 모색에서 멀리 떨어져 있음을 다시 확인시킨다. 동·서·남부로 갈라진 이 나라에서, 다양한 부족, 지역 민병대, 이슬람주의 그룹 및 옛 정권 지지자들이 서로 다른 외부 세력의 지원을 받으며 영향력 확대를 모색해 왔다.
세이풀이슬람은 이러한 다층적 권력투쟁 구조 속에서, 한때 옛 정권 지지자들의 공통 후보로 거론되며, 선거 출마 가능성까지 언급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존재는, 혁명과 내전의 상처를 여전히 끌어안고 있는 리비아 내부에서 “과거와의 화해의 상징인가, 아니면 옛 정권의 복귀 위험을 상징하는가?”라는 첨예한 논쟁을 불러왔다. 이번 피살을 둘러싼 정치적 해석은 향후 리비아의 이행기 정의, 국가적 화해 및 보안 부문 개혁 논의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사회의 우려와 향후 주요 쟁점
사건이 알려지자, 이미 리비아의 취약한 안전 상황을 우려해 온 여러 국가와 국제기구는, 외교적 채널과 감시 보고서를 통해 현지 정세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유럽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리비아의 에너지 인프라, 불법 이민 루트, 무기 밀수 등이 서로 얽혀 있어, 정치적 암살로 인한 추가 불안정이 주변국에까지 파급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주요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검찰청 수사가 공격 배후와 동기를 어느 정도까지 규명해 낼 수 있는지이다. 둘째, 국내의 라이벌 정치 및 군사 세력들이 이번 사건을 자기 입장에 유리하게 해석하며 새로운 권력 재편을 모색할지이다. 셋째, 국제적 행위자들의 리비아 정치에 대한 기존 접근을 유지할지, 아니면 보안 위험 증대를 이유로 새로운 정책 전환을 검토할지이다.
세이풀이슬람 카다피의 피살은 단순히 한 정치 인물의 죽음을 넘어, 리비아 사회가 아직 정리하지 못한 과거와 현재의 충돌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