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엔비디아의 H200 인공지능(AI) 칩에 대해 중국 수출을 조건부로 허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성능 AI 반도체에 대한 전면 차단 기조를 일부 완화하면서,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완전 봉쇄’에서 ‘관리된 공급’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 통화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H200 칩의 대중 수출을 승인된 고객사에 한해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공식화됐다. 미 정부는 블랙웰·루빈 등 차세대 최첨단 AI 칩은 기존대로 수출을 금지하되, H200은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특히 H200 판매액의 약 25%를 미국 정부가 회수하는 조건이 포함되면서, 이번 조치는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닌 안보와 산업 이익을 결합한 구조로 설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 상무부와 백악관은 승인된 고객사 선별, 최종 사용자 검증, 안보 심사를 전제로 한 다층적·차등적 수출 통제 규정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022년 이후 유지돼 온 고성능 GPU 대중 수출 통제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일부 중간급 칩에 한해 예외를 두는 ‘세분화된 수출 통제’로 정책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H200은 최상위 칩 바로 아래급 성능으로, 중국의 AI·클라우드 기업 수요를 제한적으로 충족시키면서도 군사적 활용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관리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산 AI 칩 접근성이 일부 회복돼 단기적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동시에 미국이 공급을 통제할 수 있는 구조적 의존 리스크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불확실성도 남는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국산 GPU와 AI 가속기 개발을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엔비디아 H200의 대중 수출 허용은 미·중 기술 경쟁이 전면적 디커플링이 아닌 ‘관리된 경쟁’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최첨단 AI 칩과 핵심 장비에 대한 제재는 유지되는 만큼, 이번 조치가 구조적 갈등 해소로 이어지기보다는 제한적 완화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업계 역시 강화된 수출 통제 준수와 안보 심사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전략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