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N TURK에 따르면, 그리스 총리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는 다가오는 앙카라 방문을 앞두고 그리스와 튀르키예 간의 평화적인 공존을 강조하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자신과 에르도안 대통령을 숙련된 지도자라고 지칭하며, 현재의 지정학적 불안 속에서 양국이 추가적인 갈등을 일으키지 않도록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미초타키스 총리는 두 국가가 지리적으로 인접하여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임을 인정하며, 열린 소통 창구를 통해 위기를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한 관광 분야의 비자 간소화와 불법 이주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 등 실질적인 협력이 양국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평가했다. 이는 국방력을 강화하면서도 동시에 예측 가능한 외교 관계를 구축하여 동남부 유럽의 긴장을 완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파란 바다 위, 증오 대신 ‘현실’을 심다
지도 위에서 그리스와 튀르키예를 바라보면, 마치 서로의 목을 죄는 듯하면서도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연인 혹은 원수의 형국이다. 수백 년의 세월 동안 에개해는 신화의 낭만보다는 갈등의 화약고에 가까웠다. 하지만 2026년 2월, 이 차가운 바다에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앙카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이다.
단순히 악수하러 가는 길이 아니다. 이는 해묵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당 가능한 일상’으로 바꾸려는 베테랑 정치 가문의 후예, 미초타키스의 치밀한 승부수다. 그가 최근 언론을 통해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리는 싸우기엔 너무 노련해졌고, 등지기엔 너무 가깝다"라는 고백이다. 이 글은 그저 먼 나라의 외교 정세가 아니다. 매일 아침 생존의 전장에서 갈등을 마주하는 우리 모두에게, ‘지혜로운 양보’가 어떻게 ‘실질적인 풍요’로 돌아오는지를 보여주는 한 편의 서사시다.
"우리는 춤추는 법을 배운 노련한 리더들이다"
미초타키스 총리가 이번 방문을 앞두고 선택한 단어는 '노련함(Experienced)'이었다. 그는 자신과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향해 "우리는 충분히 겪어본 리더들"이라고 명명했다. 이 말 뒤에는 수많은 충돌과 위기를 넘겨온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서늘한 통찰이 담겨 있다.
그리스와 튀르키예 사이에는 영유권, 이주민 문제, 에너지 자원 등 폭발성이 강한 뇌관들이 널려 있다. 하지만 미초타키스는 감정적인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대신 전략적 자제를 선택했다. "이미 세상엔 골치 아픈 일이 차고 넘치는데, 우리까지 짐을 더할 필요가 있겠는가?"라는 그의 자조 섞인 확신은, 국제 정세를 읽는 그의 시선이 얼마나 현실적인지를 보여 준다. 이는 서방 동맹국들에 보내는 "우리는 통제 가능한 파트너"라는 강력한 신호탄이기도 하다.
'마쿰(Mahkum)', 피할 수 없는 이웃이라는 감옥이자 축복
총리는 양국 관계를 '마쿰(Mahkum)'이라는 단어로 정의했다. 튀르키예어로 '죄수' 혹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을 뜻하는 이 단어는 지독하게 현실적이다. 이사 갈 수 없는 이웃이라면, 증오하는 데 에너지를 쓰기보다 그 증오가 선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뜻이다. 그는 '탱고를 추려면 두 사람이 필요하다'라는 오래된 격언을 꺼내 들었다. 한쪽이 발을 밟아도 음악을 멈추지 않으려면 서로의 보폭을 읽어야 한다. 그리스는 안보에 있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국방력 강화를 지속하면서도, 동시에 에르도안의 집무실로 향하는 핫라인을 항상 열어두었다. 이것이 바로 미초타키스가 말하는 '예측 가능한 관계'의 핵심이다. 상대가 다음에 어디로 움직일지 안다면, 오해로 인한 총성은 울리지 않는다.
'조용한 바다'가 가져온 지갑 속의 평화
이러한 외교적 로우키(Low-key) 전략은 시민들의 삶을 바꾸고 있다. 이른바 '조용한 바다' 정책이 가져온 ROI(투자 대비 효과)는 눈부시다. 동에게해의 그리스 섬들은 이제 튀르키예인들에게 '도착 비자'를 발행하며 문을 활짝 열었다. 과거 군함이 오가던 물길을 이제는 관광객을 태운 페리가 오간다. 수만 명의 튀르키예인이 그리스의 식당과 호텔을 채우며 경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념은 배를 채워주지 못하지만, 평화는 지역 경제를 살린다. 미초타키스는 이 '실리적 평화'를 통해 자국민들에게 외교의 정답을 숫자로 증명해 보였다.
갈등의 종식이 아닌, 공존의 새로운 표준
2026년 2월의 앙카라 회담은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마법 지팡이가 아닐 것이다. 여전히 에개해 밑바닥에는 갈등의 침전물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미초타키스는 '완벽한 해결' 대신 '지속 가능한 관리'를 택했다. 그는 우리에게 묻는다. 불타는 적대감으로 서로를 소멸시킬 것인가, 아니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함께 노를 저어 나갈 것인가. 그의 노련한 리더십은 자국 내 정치적 수요를 충족시키면서도 역내 불안정성을 낮추는 정교한 줄타기를 수행 중이다. 이 '예측 가능한 미래'야말로 동지중해를 넘어 갈등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모두 배워야 할 생존의 기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