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는 생명을 살리는 일, 재활은 삶을 되돌리는 일이다”

고령화 시대, 재활의학으로 인간의 존엄을 말하다
한양대 구리병원 재활의학과 윤여준 교수 인터뷰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의료의 패러다임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고 생명을 연장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일상을 유지하며 살아갈 것인가가 의료의 핵심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재활의학이 있다.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재활의학과 윤여준 교수는 “재활의학은 삶을 다시 인간답게 만드는 의학”이라고 정의한다.
윤 교수가 재활의학을 선택한 이유 역시 분명하다. 그는 “급성기 치료가 생명을 살리는 과정이라면, 재활은 그 이후의 삶을 다시 기능하게 만드는 과정”이라며 “환자가 다시 걷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역동적인 변화에 깊이 매료됐다”고 말한다. 질병의 종결이 아닌, 삶의 회복을 목표로 하는 의학이라는 점이 그의 선택을 이끌었다.
고령사회에서 더욱 중요해진 재활의학의 역할
윤 교수는 고령사회로 접어든 현재, 재활의학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지금은 ‘얼마나 오래 사는가’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일상을 영위하는가’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뇌졸중이나 퇴행성 신경질환은 생명을 위협하지 않더라도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그는 “재활의학은 고령 환자가 타인의 도움 없이 일상을 유지하고, 노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가장 핵심적인 의료 분야”라고 설명한다.

로봇과 AI, 재활의학의 미래를 열다
윤 교수는 임상 진료뿐 아니라 미래 의료기술 연구에도 적극적이다. 현재 그는 로봇 보행 재활 장치(외골격 로봇, 엔드이펙터)와 딥러닝 기반 보행 분석 시스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은 연구 단계이지만, 이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는 향후 환자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보조기기를 설계하고, 보다 정밀한 치료 경로를 제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그는 “재활의학은 경험의학에서 데이터 기반 정밀의학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뇌신경 재활의 핵심은 ‘뇌 가소성의 극대화’
윤 교수의 주요 전문 분야는 뇌신경 재활이다. 뇌경색, 뇌출혈, 파킨슨병, 외상성 뇌손상과 같은 질환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뇌 가소성이다. 그는 “뇌졸중의 경우 골든타임 내 집중 재활이 예후를 결정하고, 파킨슨병은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장기 관리가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외상성 뇌손상 환자의 경우 신체 기능뿐 아니라 인지 기능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윤 교수는 뇌 영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손상 경로를 분석하고, 환자별 1대1 맞춤 재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뇌 영상 기반 인지 평가와 예후 예측 연구
최근 윤 교수는 뇌 영상 기반 인지 평가 및 예후 예측 연구로 대한재활의학회 연구비를 수주했다. MRI와 DTI(확산텐서영상)을 활용해 뇌 신경망의 연결성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인지 저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며 회복 가능성을 예측하는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단순한 희망이 아니라, 데이터에 근거한 치료 로드맵을 환자에게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연구”라고 강조한다.
일상을 되찾기 위한 특수 클리닉 운영
한양대 구리병원 재활의학과는 환자의 실제 일상과 직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수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경직 클리닉에서는 뇌손상 이후 발생하는 근육 경직을 보툴리눔 톡신 주사와 약물치료로 완화해 통증을 줄이고 관절 변형을 예방한다. 삼킴 클리닉은 생명과 직결되는 연하장애를 다루는 곳으로, 비디오 투시 연하 검사(VFSS)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전문적인 훈련을 통해 환자가 다시 ‘먹는 즐거움’을 찾도록 돕는다.
“재활은 혼자가 아닌, 함께 걷는 길”
윤 교수는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깊은 신뢰의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의 뇌에는 스스로 회복하려는 놀라운 힘이 있다. 재활은 그 가능성을 끌어내는 과정이며, 결코 혼자 걷는 길이 아니다.” 그는 최신 연구에 기반한 과학적 치료와 의료진의 진심이 만난다면, 일상으로의 복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다시 힘 있게 걸을 수 있는 그날까지, 우리는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윤여준 교수 프로필
윤여준 교수는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뇌신경 재활, 인지·언어 재활, 연하장애, 경직 치료를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로봇 보행 재활과 AI 기반 보행 분석, 뇌 영상 기반 인지 기능 평가 연구를 수행하며, JNER, JBHI 등 다수의 국제 SCI(E)급 학술지에 연구 성과를 발표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