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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이 기억해야 할 날 - 박종철 고문치사

발렌타인 날만큼 중요한 민주화 운동 사

출처: kbs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2월 14일이 다가오면 한국인은 초콜릿이나 연인을 위한 무언가를 준비하느라고 바쁘다. 그러나 2월 14일은 한국 역사에서 다른 사건으로 중요한 날이다. 박종철이나 22살의 젊은 대학생이 독재 시절 고문으로 죽음을 당한 날이기도 하다.

 

 1987년 1월 14일 선배 박종운의 위치를 알아 내기 위해 독재 정권은 박종철을 끌고 가 잔혹한 폭행과 전기고문, 물고문 등을 했다. 특히 물고문 과정에서 목을 질식시켜 죽음에 이르게 했는데 이를 한 이들이 조한경, 강진규, 황정웅, 반금곤, 이정호 수사관이다. 고문을 이기지 못한 22살의 청년은 죽음을 맞았다. 

 독재 정권은 ‘책상을 '탁' 치니 갑자기 ‘억’소리를 지르면서 쓰러졌다‘는 발표로 고문으로 인한 죽음의 진실을 묻으려 했다. 그러나 양심 있는 의사 황적준 박사가 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했고 천주교 사제단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협력해서 이를 세상에 알렸기에 이 죽음의 진상은 알려질 수 있었다. 

 

 이때 박종철 열사가 끌려간 곳이 ’남영동 대공분실‘이라는 곳이다. 박종철 열사 외에도 많은 민주화 운동을 하던 이들이 끌려가 고문을 당한 이 장소는 현재 민주인권 기념관으로 운영 중이다. 이 건물을 설계한 이는 내가 좋아했던 건축가이다. 김수근 건축가라도 현재 활동하는 많은 건축가의 스승 같은 이로 잠실올림픽 경기장을 비롯한 우리나라에 많은 건물을 설계했다. 하지만, 사람을 괴롭히기 위한 반인권적 건축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그가 지은 멋진 건물조차 보기 힘들어졌다.

 한국인이 2월 14일을 박종철 고문치사가 일어난 것보다 발렌타인 날로 기억하는 것은 사회지도층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평범하게 바쁜 일상을 사느라 사랑하는 이를 챙기기 힘들기에 그날이라도 사랑하는 이를 챙길 수밖에 없는 그런 날이 되었다. 

 

 평상시에 잘 표현하고 사는 사람들은 굳이 그런 날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평소에 자기를 잘 표현 못하고 사는 사람은 초콜릿이라도 하나 사서 마음을 표현하고 싶을 것이고, 상대방도 그렇게라도 표현을 받고 싶을 것이다. 게다가 사랑을 표현하는 게 어색했던 사람들은 더 그런 날이 필요할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한국인들도 공공장소에서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이 존재할 만큼 일상에서 표현을 잘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그런 사람이 굳이 특정한 날을 잡아 표현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미국은 자신의 대표적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킹 주니어를 기리는 날이 있다. 연방 공휴일로 1월 셋째 월요일로 지정하고 있다. 태어난 날은 1월 19일이지만, 미국 공휴일은 몇 번째 주 월요일 금요일 이런 식으로 지정해서 해마다 비슷한 날에 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나라에서 생각 있는 사람들이 날을 만들었기에 평범한 사람들도 그날이 되면 마틴 루터킹 주니어가 한 일에 대해 그 역사적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트럼프는 제멋대로 관세 매긴 4월 2일을 ‘Liberation Day’라고 이름을 붙여서 기억하게 만들려고 한다. 

 

 한국의 독립운동이나 민주주의 운동을 기리는 것은 한민족이라면 당연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의 위정자들은 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반민특위(반민족특별위원회)를 강제 해산시킨 날을 현충일로 지정해서 친일파 김창룡을 기리는 것도 그렇지만, 한민족에게 중요한 인물을 기리는 날 하나 없다. 

 그런데 다른 민족 종교를 기리는 공휴일은 두 개나 있다. 노태우는 한글날은 없애면서(https://www.hankyung.com/article/202210056300i) 종교 기념일은 그대로 두었다. 그런 부류를 보수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다행히 2013년부터 한글날은 다시 공휴일이 되었다. 

 

 모든 역사적 사건을 공휴일로 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reenactment’처럼 역사 재현하는 행사나 뭔가 전 국가적 차원에서 같이 기릴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갈 수는 있다. 발렌타인에 초콜릿을 주듯이 그 날이 되면 꼭 해야 할 무언가를 하나씩 만들어 가는 것이다. 

 미국이 남북전쟁을 재현해서 그날을 기억하듯이 삼일절이나 광복절을 그런 의미 있는 행사를 만들 수 있다. 그저 노는 날이 아니라 한민족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날이라고 새겨질 수 있는 의식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것이 문화의 힘이 되는 것이다. 

 

작성 2026.02.11 08:11 수정 2026.02.1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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