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에는 국방비 증액, 국가 안보, 군사훈련, 전쟁 가능성이란 단어가 등장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습니다. 이미 전쟁중인 곳도 있으며, 발포 명령만을 기다리는 듯한 긴장감도 전해집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일본 중의원 선거 결과가 다르게 들려옵니다. 예전 같으면 이웃 나라의 정치 뉴스 정도였겠지만, 이번에는 “헌법 개정 가능 의석수”라는 표현이 유독 남았습니다. 최근에 읽었던 다카하타 이사오의 책 <당신이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빨강머리 앤>, <엄마 찾아 삼만리>를 만든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어린 시절 전쟁의 참상을 직접 겪은 피해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일본의 평화헌법을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일본이 전쟁을 일으키고자 하는 상황에서 많은 시민들은 적극적으로 전쟁을 원했던 건 아닙니다. 대부분은 평범한 시민들이었죠. 그러나 “살아서 포로가 되는 치욕을 당하지 말라”와 같은 명령 아래, 원치 않던 전쟁에 떠밀리듯 참여했다고 말합니다.
다카하타 이사오는 평화헌법은 이상적인 선언문이 아니라, 바로 그 ‘거부하지 못함’을 막기 위한 장치로 여겼습니다. 덧붙여, 일본 사회의 특징으로 ‘분위기를 읽는 태도’를 지적합니다.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말하지 않는 분위기, 튀는 행동을 꺼리는 마음, 주변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성향.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전쟁이 가능해졌다고 말합니다.
문득 학교폭력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법과 처벌도 필요하지만 실제로 폭력을 멈추게 하는 것은 ‘그만해. 하지마’라고 말하는 주변 사람 1~2명의 존재라고 하죠.
위 이야기가 꼭 일본 사회에만 해당할까요. 어느 나라든 위기 상황에서는 비슷한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반복되는 안보-전쟁 이슈 속에서 사람은 점점 익숙해지고, 익숙함은 판단을 흐리게 합니다.
이런 의문도 생깁니다. 만약 전쟁이 발발하면 우리는, 그리고 과연 나는 어떤 태도를 보일까. 지켜야 할 사람들이 눈앞에 있고, 가만히 있으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전쟁 반대나 상대방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취할 숫 있을까.
물은 엎질러지고 나서 담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더더욱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거창한 평화 선언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말하고, 동시에 그 말을 지켜 줄 장치를 무너뜨리지 않으려는 태도는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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