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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폐허의 끝에서 길어 올린 영혼의 노래, 김종일 시인의 ‘두 번째 첫날’

-더 이상 절망하지 마라! 김종일 시인이 폐허에서 찾아낸 '미친' 희망의 공식.

-새해 첫날보다 더 뜨거운 '두 번째 첫날', 인생의 마디마다 박힌 그림자를 지우는 법.

-무너진 자리에서 비로소 보이는 별빛, 김종일의 시가 건네는 영혼의 악수.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시간의 마디가 꺾이고 새로운 해가 차오르는 문턱에서, 김종일 시인의 시 ‘두 번째 첫날’은 단순한 송구영신의 감회를 넘어선 존재론적 성찰을 보여준다. 이 시는 과거의 상흔(묵은 달의 그림자)이 현재의 빛과 어떻게 공존하며,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새로운 숨결로 거듭나는지를 시적 미학으로 승화시켰다. 특히, ‘폐허의 끝’에서 발견한 새벽과 ‘지독한 사랑’이라는 역설적 표현은 독자들에게 깊은 영적 울림과 함께, 삶의 모든 종결이 곧 새로운 시원의 시작임을 일깨운다. 

 

시인의 심장으로 읽는 평론

 

문학의 본질이 인간 영혼의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리는 일이라면, 김종일의 시 ‘두 번째 첫날’은 그 본령에 충실한 작품이다. 시인은 새해를 단순히 달력의 교체로 보지 않는다. 그에게 새해는 ‘꺾인 마디마다 스며드는’ 존재적 침투다. 여기서 ‘꺾인 마디’는 우리가 살아내며 겪었던 좌절과 고통의 흔적이다. 빛이 비치는 이음새마다 여전히 박혀 있는 ‘묵은 달의 그림자’는 지워지지 않는 과거의 상흔을 뜻하지만, 시인은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서늘한 잔향을 더듬으며 아직 떨어지지 않은(낙화하지 않은) 마음의 문장을 만져본다. 이는 고통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의 잔해 속에서 삶의 가치를 발굴하려는 구도자적 자세다.

 

시의 중반부에서 시적 화자는 ‘폐허’를 선언한다. 

 

그러나 이 폐허는 절망의 종착역이 아니다. 기어이 고개를 드는 새벽의 자궁이다. 어제의 눈물을 거름으로 삼아 별빛을 피워올리는 대목에서 시인의 통찰은 극치에 달한다. 눈물은 슬픔의 증거가 아니라 별빛을 틔우는 생명수가 된다. 이 지점에서 화자는 ‘이전 이름을 지우는’ 결단을 내린다. 명예와 욕망, 그리고 고정관념으로 점철된 과거의 자아를 타파하고 ‘더 분명한 숨결’로 다시 태어나는 부활의 체험이다. 이는 기독교적 개혁 복음주의의 핵심인 ‘자기 비움(Kenosis)’과 ‘새로운 피조물’로서의 고백과 맞닿아 있다.

 

백미는 마지막 연에 있다. 

 

시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생을 ‘덤’이라고 표현한다. 이 겸허한 인식은 삶의 주권이 자신이 아닌 절대자에게 있음을 시인하는 신앙적 고백이다. 특히, ‘지독한 사랑’이라는 형용은 고난마저도 사랑의 한 형태임을 수용하는 처절하면서도 아름다운 긍정이다. 고통을 통과한 자만이 부를 수 있는 이 노래는, 삶의 모든 ‘끝’을 ‘처음’이라 명명하며 시를 마무리한다. 이는 절망의 끝자락에 서 있는 이 시대의 모든 영혼에 건네는 가장 뜨거운 손길이다.

 

시인의 문체는 정제되어 있으나 차갑지 않고, 깊은 묵상이 담겨 있으나 관념에 매몰되지 않는다. 한 인간의 영혼이 다른 영혼의 어깨를 가만히 짚어주는 듯한 체온이 느껴진다. 이 시는 단순히 읽히는 글이 아니라, 독자의 가슴 속에서 함께 숨 쉬며 '다시 시작할 용기'를 잉태하게 하는 생명의 언어다.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작성 2026.02.13 00:21 수정 2026.02.13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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