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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찬 작가, 무지갯빛 속 예수 성화로 현대 종교미술 새 지평 열다

무지갯빛 속에서 내미는 손… 위로와 희망을 그리다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된 예수 성화, 깊은 울림 전해

한 인물이 화면 가득 정면을 응시한다. 부드러운 갈색 곱슬머리와 온화한 눈빛, 그리고 조용하지만 단단한 표정. 무엇보다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화면 앞으로 힘 있게 내밀어진 오른손이다. 손바닥에는 붉은 상처의 흔적이 선명하다. 배경은 황금빛과 무지갯빛이 소용돌이치듯 퍼져나가며 인물을 감싸고 있다. 마치 빛이 파도처럼 일렁이며 인물과 하나가 된 듯한 인상이다.

최근 공개된 이 성화 작품은 전통적인 종교화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과감히 접목해 주목받고 있다. 두터운 붓 터치로 겹겹이 쌓아 올린 색채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질감을 만들어내며, 보는 이로 하여금 단순한 ‘그림 감상’을 넘어 정서적 체험의 영역으로 이끈다.

 

전통 성화의 상징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다

기독교 미술에서 예수의 손은 오래전부터 상징적 의미를 지녀왔다. 축복의 제스처, 치유의 손길, 희생의 증표 등 다양한 해석이 공존해왔다. 그러나 이 작품은 전통적 상징을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관람자를 향해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초대의 손’으로 재구성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손바닥의 상처는 십자가 사건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고통을 통과한 사랑의 증거로 읽힌다. 상처는 비극의 흔적이지만, 화면 속에서는 어둡지 않다. 오히려 주변을 감싸는 황금빛과 대비되며 또렷하게 드러난다. 이는 고난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암시하는 듯하다.

미술평론가들은 이 작품을 두고 “상징을 해체하지 않으면서도 감성적 접근을 강화한 사례”라고 평가한다. 인물의 표정은 엄숙하기보다는 따뜻하고, 권위적이기보다는 친밀하다. 관람자는 심판의 대상이 아니라 위로의 대상이 된다.

 

빛과 색채, 영성을 시각화하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배경을 가득 채운 색채의 향연이다. 무지개를 연상시키는 다채로운 색감은 단순한 장식적 요소가 아니다. 두꺼운 마티에르(물감 질감)가 겹겹이 쌓이며 빛의 층위를 만들어낸다. 황금빛을 중심으로 붉은색, 파란색, 초록색, 보랏빛이 회오리처럼 퍼져나가며 인물을 감싼다.

이러한 구성은 ‘빛’이라는 영적 상징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빛은 기독교 신학에서 진리, 생명, 희망을 상징한다. 화면 속 빛은 외부에서 비추는 조명이 아니라 인물 자체에서 발산되는 에너지처럼 표현된다. 이는 초월성과 내재성이 동시에 공존하는 이미지를 형성한다.

특히 두터운 붓 터치는 화면에 물리적 깊이를 부여한다. 가까이 다가가면 물감의 결이 그대로 느껴지고, 멀리서 보면 색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이중적 감상 경험은 관람자에게 몰입감을 제공한다. 단순히 ‘보는 그림’이 아니라 ‘마주하는 존재’로 다가오는 이유다.

관람자의 위치를 바꾸는 구도

작품의 구도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인물은 화면 중앙에 위치해 안정감을 주지만, 내밀어진 손이 원근감을 강하게 형성한다. 이 손은 화면 경계를 넘어 관람자의 공간으로 확장되는 듯한 효과를 만든다. 관람자는 더 이상 외부의 관찰자가 아니라, 손을 잡을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는 참여자가 된다.

미술계에서는 이를 “관람자 중심적 종교화”라고 해석한다. 전통 성화가 신성의 위엄을 강조했다면, 이 작품은 관계성을 강조한다. 인물과 관람자 사이에 보이지 않는 대화가 형성된다. 눈빛은 조용히 응시하고, 손은 다가오며, 배경의 빛은 그 만남을 감싸 안는다.

현대 공간에서의 새로운 역할

이 작품은 교회나 성당 같은 종교 공간을 넘어, 일반 가정의 거실이나 개인 기도 공간 등 다양한 장소에 놓이고 있다. 이는 종교 미술이 더 이상 특정 공간에 한정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현대인들은 일상 속에서 위로와 의미를 찾고자 하며, 예술은 그 매개체가 된다.

특히 팬데믹 이후, 개인의 내면과 영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화 작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신앙 여부를 떠나, 위로와 평안을 주는 이미지에 대한 갈망이 반영된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이 작품은 그 흐름 속에서 상징성과 감성, 장식성과 메시지를 동시에 충족시키며 주목받고 있다. 강렬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신성하지만 멀지 않은 이미지가 현대적 취향과 맞닿아 있다.

 

예술과 신앙의 접점

종교 미술은 오랜 세월 동안 시대의 변화를 반영해왔다. 중세의 아이콘, 르네상스의 사실주의, 바로크의 극적 표현을 거쳐 오늘날에는 추상과 표현주의적 요소가 가미되고 있다. 이 작품 역시 그러한 흐름 위에 서 있다.

두터운 질감과 자유로운 색채 사용은 현대 회화의 언어를 따르면서도, 중심 메시지는 변하지 않는다. 사랑, 희생, 위로, 초대. 이 네 가지 키워드는 화면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종교적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평가한다. 이는 예술이 가진 고유한 설득 방식이다. 설명이 아니라 감각을 통해, 논리가 아니라 정서를 통해 다가온다.

 

손을 내미는 이유

결국 이 작품의 핵심은 ‘손’이다. 내밀어진 손은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건네는 손이다. 동시에 선택은 관람자에게 맡겨져 있다. 그 손을 잡을 것인가, 아니면 바라볼 것인가.

이 질문은 단순한 종교적 차원을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으로 확장된다.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손을 내밀고 있는가. 상처를 숨기고 있는가, 드러내고 있는가. 화면 속 손바닥의 붉은 흔적은 고통의 상징이면서도, 동시에 사랑의 증표다.

빛으로 가득 찬 배경 속에서 인물은 말없이 서 있다. 그러나 침묵은 공허하지 않다. 오히려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 울림은 화면을 넘어 관람자의 마음에 스며든다.

예술은 때로 시대를 반영하고, 때로 시대를 위로한다. 이 작품은 후자에 가깝다. 혼란과 불안이 공존하는 시대 속에서, 한 인물이 조용히 손을 내민다. 그리고 묻는다. “함께 걸을 준비가 되었는가.”

무지갯빛 속에서 펼쳐진 그 손길은 오늘도 누군가의 공간에서, 누군가의 하루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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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2.14 18:12 수정 2026.02.1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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