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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별연재칼럼 11화] 질문이라는 프리즘, 그리고 어린 예술가들과의 줄다리기

"선심 쓰듯 건네는 정답, 아이들과의 흥미로운 줄다리기"

"마주 보는 우리를 연결하는 빛, 그 '뾰족한 질문'에 대하여"

"잠자던 뇌세포를 깨우는 순간, 내 안의 선명한 프리즘이 켜지다"

 

정말 뜬금없는 순간에 찾아오는 감동이 있습니다. 거창한 위인전이나 오래된 고전이 아니라, 나와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짓고 책을 만드는 어린 아티스트들에게서 그 무한한 전율을 느끼곤 합니다. 우리는 흔히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만, 정작 그들과 마주 앉아보면 내가 내미는 질문보다 훨씬 더 깊고 본질적인 물음으로 답하는 그들의 센스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것은 가르침의 현장이 아니라, 서로의 영혼을 건드리는 짜릿한 경탄의 순간입니다.

 

AI-generated illustration by AI Artist BookMagician 책마법사 <나의 질문자> = The Imaginary Pocus

 

글을 쓴다는 것은 일종의 흥미로운 줄다리기와 같습니다. 한 번에 떠오른 생각으로 첫 문장을 던지면, 아이들은 가벼운 칭찬을 발판 삼아 두세 번째 글줄을 거침없이 이어나갑니다. 때로는 내가 무엇을 궁금해할지 미리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이야기의 핵심을 일부러 쏙 빼놓고 마무리를 짓는 개구쟁이 같은 면모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기꺼이 그들이 기다리는 질문을 팬심을 가득 담아 건네고, 그들은 마치 선심이라도 쓰듯 감춰두었던 답을 하사합니다.

 

이 과정에서 어른이라는 껍질을 벗고 그들과 동등한 위치, 아니 때로는 그보다 낮은 곳에서 그들의 세계를 올려다보게 됩니다. 부족한 설명조차 찰떡같이 알아듣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그 순수한 마음 앞에서, 어찌 사회에서 배운 거짓 웃음을 지을 수 있을까요. 그들이 소소한 나이 같은 질문이나 책을 만들게 된 이유, 혹은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책이나 남자 친구에 대해 묻는다면, 나 역시 준비해 둔 답들 중 가장 황당하고 재미있는 것을 펼쳐 보이며 그들의 호기심에 화답합니다.

 

하지만 이 관계의 백미는 단순한 농담 따먹기가 아닙니다. 가장 짜릿한 기분을 느끼는 순간은 바로 호기심 충만한 아티스트들의 뾰족한 질문과 마주할 때입니다. 이야기 속 주인공이 왜 그래야만 하는지, 그 당위성을 물어오는 아이들에게 몸에 밴 어른들의 논리로 무심코 대답했다가는 그야말로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효율이나 관습으로 무장한 어른의 대답은 아이들의 직관 앞에서 무력해지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훅 들어오는 그 깊은 생각 한 줄기가 마주 보는 우리를 연결하는 빛이 되곤 합니다. 책으로 쓰려고 했을 때는 전혀 생각나지 않던 것들이, 아이들의 그 깊고 순수한 물음 하나로 인해 내면 깊숙이 응축되어 있던 생각들을 깨우고, 머릿속의 선명한 프리즘을 통해 눈앞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납니다. 그들의 날카로운 질문 버튼이 잠자던 나의 뇌세포를 자극해 풀가동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순간, 내가 알던 나보다 더 확장되는 경험을 합니다. 눈물나게 만족스러운 이 감동은 혼자만의 사색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경지입니다. 배우거나 느낄 때보다 무언가를 해내고자 애쓰며 치열하게 고민할 때 진짜 질문이 나타납니다. 묻지 않으면 답하지 않게 되고, 결국 아는 것조차 모르는 상태로 남게 됩니다. 그렇기에 부족해서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알기 위해 질문하는 그들의 태도는 지금을 이루고 오지 않은 미래까지 엿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늘 가까이에서 반짝이는 눈빛으로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열망은 그래서 더욱 간절합니다. 사랑스러운 질문자들과 만나고 헤어질 때 또 다른 혜안과 맑은 진리를 두 손에 받드는 즐거움을 만끽합니다.

우리는 어쩌면 답을 찾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만나기 위해 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의 맑은 질문 속에서 비로소  수천 년 전 철학자들의 미소를 한층 깊이 바라봅니다.

 

 

 

 

 

작성 2026.02.15 20:55 수정 2026.02.15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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