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료의 대상은 아이인가, 관계인가
자폐증 치료는 오랫동안 ‘아이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왔다. 문제 행동을 줄이고, 언어를 늘리고, 사회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치료는 대부분 전문가 중심으로 진행됐고, 부모는 그 과정을 돕는 조력자로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조금 다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의 본질이 단순한 행동 문제가 아니라 상호작용의 어려움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치료의 중심이 바뀌고 있다. 질문은 더 이상 “아이를 어떻게 교정할 것인가”가 아니다. 이제는 “아이와 가장 오래, 가장 깊게 연결되어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 답은 분명하다. 부모다.
이 지점에서 PCIT(Parent-Child Interaction Therapy)는 자폐 치료의 판을 바꾸는 접근으로 주목받고 있다. PCIT는 아이를 직접 훈련시키기보다 부모와 아이의 상호작용 방식을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 단일 기법이 아니라, 관계·행동·정서 조절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구조를 가진 치료다. 자폐 치료의 방향이 ‘통합’으로 이동하는 지금, PCIT는 하나의 선택지가 아니라 하나의 전략이 되고 있다.
자폐 치료는 왜 통합이어야 하는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단일 증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의사소통의 어려움, 사회적 상호작용의 제한, 감각 과민, 반복 행동, 정서 조절의 문제 등 다양한 영역이 얽혀 있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치료는 영역별로 분절되어 왔다. 언어는 언어치료, 행동은 행동치료, 감각은 감각통합치료로 나뉘었다. 물론 각각의 개입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한 가지 치료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부모들은 이런 상황에서 ‘치료 스케줄 관리자’가 된다. 아이는 하루에도 여러 기관을 오가고, 가정은 치료의 연장선이 된다. 하지만 아이의 삶은 분절되어 있지 않다. 아이의 발달은 하나의 통합된 경험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 지점에서 통합치료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통합치료란 여러 기법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일상과 관계 속에서 동시에 작동하는 개입 구조를 의미한다.
PCIT는 바로 이 통합성을 가진다. 놀이 기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성, 정서 조절, 행동 조절을 동시에 다룬다. 부모는 치료실에서 배운 기술을 집으로 가져가 일상 속에서 반복한다. 치료와 생활의 경계가 사라지는 구조다.
PCIT는 무엇을 바꾸는가
PCIT의 핵심은 두 단계로 구성된다. 첫째는 관계 증진 단계다. 부모는 아이가 주도하는 놀이에 참여하며, 비판·지시·질문을 줄이고 긍정적 반응을 늘린다. 이는 아이에게 안정감을 제공한다. 자폐 아동에게 특히 중요한 것은 예측 가능성과 정서적 안전이다. 둘째는 행동 지도 단계다. 부모는 일관된 지시와 명확한 한계를 설정하는 방법을 배운다.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 구조적으로 대응하는 기술을 습득한다.
이 과정에서 변화하는 것은 단지 아이의 행동이 아니다. 부모의 반응 패턴, 가정의 분위기, 상호작용의 리듬이 달라진다. 자폐 아동의 행동 문제는 종종 부모의 양육 실패로 오해되지만, 실제로는 상호작용의 엇박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PCIT는 그 엇박자를 조정하는 접근이다.
전문가들은 PCIT의 강점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부모 역량 강화, 둘째, 가정 적용 가능성, 세째, 장기적 유지 효과가 강점이다. 특히 자폐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치료실에서만 작동하는 기술은 한계가 있다. PCIT는 부모가 매일 적용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확장한다.
왜 지금 PCIT인가
자폐 치료는 점점 조기 개입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위험 소견 단계부터 개입이 시작된다.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훈련’하기보다 ‘연결’하는 것이다. PCIT는 고위험군부터 확진 아동까지 적용 가능하며, 발달 단계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중재와 병행이 가능하다. 언어치료, ABA, 감각통합치료와 충돌하지 않고 오히려 기반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PCIT는 부모의 심리적 부담을 줄인다. 자폐 진단을 받은 부모는 죄책감과 불안을 동시에 경험한다. PCIT는 “당신이 아이의 가장 중요한 치료 자원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인식 전환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정서적 회복을 동반한다. 통합치료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더 일관된 철학이다. PCIT는 그 철학을 제시한다. 치료는 기술이 아니라 관계에서 시작된다는 관점이다.
자폐 치료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가
자폐증 치료를 ‘정복’한다는 표현은 조심스러울 수 있다. 자폐는 단순히 제거해야 할 질환이 아니라, 이해와 지원이 필요한 발달 특성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치료 패러다임은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를 고치려는 접근에서, 아이를 이해하고 연결하는 접근으로 이동하고 있다.
PCIT 통합치료는 그 전환점에 서 있다. 치료의 목적은 아이를 정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특성을 가지고도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동반자는 부모다. 자폐 치료의 판을 바꾸는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이다. 관계를 중심에 두는 시선. 지금이 바로 그 시선을 선택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