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로봇공학의 메카로 불리는 MIT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CSAIL)의 수장, 다니엘라 루스(Daniela Rus) 소장이 기술 격변의 파고(波高)를 넘고 있는 현대인들을 향해 날카로우면서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통째로 집어삼킬 것이라는 막연한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루스 소장은 문제의 본질이 '기술 그 자체'가 아닌 '기술을 수용하는 인간의 태도'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AI는 도구일 뿐, 진짜 경쟁자는 AI를 다루는 인간"
많은 이들이 AI가 자신의 업무를 대신하고 결국 해고 통보를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루스 소장의 진단은 다르다. 그녀는 AI를 인간의 지적 한계를 확장해주는 '인지적 보조 도구(Cognitive Tool)'로 정의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AI라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고 업무 효율을 극대화한 '숙련된 인간'이 그렇지 못한 이들을 도태시키는 구조로 재편될 것이라는 경고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아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고유한 직무 영역에 AI를 어떻게 접목하고 운용하느냐가 미래 생존의 핵심 변별력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결국 'AI 문해력'이 곧 계급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온디바이스 AI'의 습격, 주머니 속의 기술 민주화
루스 소장은 향후 경제 지형을 바꿀 게임 체인저로 '온디바이스 AI(Edge AI)'를 꼽았다. 거대 기업의 클라우드 서버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안에서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AI 기술이다. 그녀는 이를 "AI의 민주화"라고 명명했다. 과거 대형 메인프레임 컴퓨터가 개인용 PC로 보급되면서 폭발적인 경제 성장이 일어났듯, AI가 개인의 주머니 속으로 완벽하게 이식되는 순간 제2의 경제 부흥기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이 기술은 '1인 기업' 시대를 가속화한다. 과거에는 수십 명의 개발자와 운영팀이 필요했던 스타트업 비즈니스가 이제는 거실에서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가능해진다. AI가 기획, 코딩, 마케팅의 상당 부분을 보조함으로써 개인의 아이디어가 즉시 비즈니스로 연결되는 장벽 없는 창업 생태계가 구축될 예정이다.
로봇의 상식 부재와 인간 고유의 인지 영역
로봇공학의 한계에 대해서도 루스 소장은 흥미로운 사례를 들었다. 정원 관리 로봇이 명품 구두를 신은 사람을 식물로 오인해 물을 주려 했던 해프닝은, 현재의 AI와 로봇이 가진 '상식(Common Sense)'의 결핍을 여실히 보여준다.
물리적인 데이터 학습을 통해 식기세척기를 비우거나 단순 조리를 하는 등의 작업은 수월해졌으나, 복잡한 맥락을 읽고 순간적인 판단을 내리는 인지 능력은 여전히 인간만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다만, 2030년 무렵에는 이러한 인지적 보완이 이루어져 서비스 산업 전반에서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감정을 읽고 서빙을 돕는 등 일상의 풍경이 획기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암기 무용론의 반전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암기 교육'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루스 소장은 단호하게 반대한다. 그녀는 "지식을 뇌에 저장하지 않으면 개념 간의 연결이 일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창의성이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축적된 서로 다른 데이터들이 예기치 못한 순간에 '불꽃'처럼 튀며 연결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검색 결과에 의존하는 뇌는 '박스 밖의 사고'를 할 수 없다. 서로 다른 학문적 지식을 내면화하고 있을 때 비로소 독창적인 신경망 모델이 탄생하듯, 지식의 내면화(Internalization)는 AI 시대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로봇공학의 거장이 꿈꾸는 미래 비즈니스, '실버 케어'와 '노화 극복'의 기술적 해법
평생을 기계와 씨름해온 그녀가 바라보는 미래의 가장 유망한 비즈니스는 '실버 케어(노인 돌봄)'다. 고령화 사회의 난제를 로봇 기술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나아가 그녀는 기술을 통해 인간의 노화 시계를 늦추거나 되돌리는 꿈을 꾼다. 결국 AI와 로봇공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생물학적 불완전함을 보완하고 삶의 질을 극대화하는 데 있음을 역설했다.
MIT 다니엘라 루스 소장은 AI를 '인지적 도구'로 정의하며, AI 활용 능력이 미래 일자리의 핵심임을 강조했다. 온디바이스 AI를 통한 기술 민주화로 1인 창업 시대가 열릴 것이며, 창의성을 위해서는 여전히 지식의 암기와 내면화가 필수적임을 밝혔다.
AI 시대에 우리가 갖춰야 할 태도는 명확하다. 기술을 두려워하며 회피할 것이 아니라, 이를 가장 잘 다루는 '숙련된 도구 사용자'가 되어야 한다. 더불어 검색 엔진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의 지식을 탄탄히 쌓아 창의적 연결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 AI는 죄가 없다. 그 파도를 타고 나아갈지, 휩쓸려 갈지는 오직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