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최진실 기자] 해 질 녘 강가에 서면 우리는 비로소 ‘흐름’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구름이 흘러가고, 강물이 흘러가고, 바람이 흘러가듯 우리의 생각과 마음, 그리고 시간도 멈춤 없이 흘러간다.
그래서일까. 삶은 붙잡으려 할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놓아줄수록 고요히 곁에 머문다. 좋은 하루도 흘러가고, 나쁜 하루도 흘러간다. 기쁜 날이 영원하지 않듯, 고단한 날 또한 영원하지 않다. 만약 시간이 멈춰 서 있다면 어떨까?
흐르지 않는 물이 결국 썩어가듯, 멈춘 삶 역시 생기를 잃고 말 것이다. 흘러가기에 우리는 다시 숨 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아픈 일도, 힘든 일도, 슬픈 일도 결국은 강물처럼 저만치 떠내려간다.
그것이 삶이 우리에게 허락한 최소한의 자비다. 세월이 흐르는 것은 아쉽다. 그러나 빈자리는 새로운 것으로 채워진다. 떠난 자리에는 다른 만남이 오고, 잃은 자리에는 또 다른 깨달음이 스며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를 인생이라 하고, 세월이라 하며, 더 나아가 ‘회자정리(會者定離)’라 부른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단순한 진리.
냉정해 보이지만, 그 질서 덕분에 우리는 매 순간을 더욱 소중히 붙든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다. 노을이 가장 고울 때는 그것이 곧 저무는 빛이라는 사실을 잊는다.
한낮의 분주함 속에서는 세월의 속도를 실감하지 못한다. 그러다 해 질 녘 강가에 서면, “이제야 조금은 인생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즈음, 이미 많은 시간이 저편으로 흘러가 버렸음을 알아차린다.
그래서 속상하다. 알 것 같을 때쯤, 삶은 또 한 걸음 앞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낙조는 지는 해이기에 아름답다. 끝이 있기에 빛은 더욱 선명해진다. 우리 삶 또한 마찬가지다.
붙잡으려 애쓰기보다, 오늘의 빛을 온전히 바라보는 일. 흘러가는 것을 인정하되, 그 흐름 속에서 최선을 다해 숨 쉬는 일. 그것이 사색이 우리에게 남겨주는 조용한 답일지 모른다.오늘도 하루가 흘러간다. 다행히도, 그리고 고맙게도.
낙조가 하늘을 비워주어야 별이 뜨고 내일의 태양이 돋아나듯, 우리 삶의 관계와 욕심도 적절한 때에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낙조사색'을 통해 우리는 깨닫는다. 저무는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거룩한 후퇴라는 것을 말이다.
노을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며, 사람이 아름다운 이유는 언젠가 헤어질 것을 알면서도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서서울생활과학고등학교 정년퇴임
학교법인 동광학원 감사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조정위원
한국정책방송 전문위원
Job & Future News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