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최진실 기자] 이미 해수를 이용한 해양치유서비스 KS표준은 존재한다. 해수를 활용한 치유 활동의 시설, 위생, 운영기준을 다루는 ISO(국제표준화기구)의 국제표준을 부합화한 KS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해양치유자원을 보다 폭넓게 활용해 프로그램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해양치유서비스 단체표준’ 제정이 추진됐지만, 명칭이 유사하다는 중복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결국 표준 제정은 좌절됐다.
겉으로 보면 행정적 판단은 간단하다.
‘이미 해수를 이용한 해양치유서비스 KS표준이 있는데 또 다른 해양치유서비스 단체표준이 왜 필요한가?’
그러나 이 질문은 기능만 보고 산업 구조를 보지 못한 데서 출발한다.
해수 이용 서비스와 해양치유서비스는 무엇이 다른가.
해양치유서비스 KS표준의 대상은 ‘해수 이용’이다. 즉 해수를 활용하는 시설과 운영 기준, 위생, 안전관리가 중심이다.
반면 단체표준으로 추진되던 해양치유서비스는 해수에 한정되지 않는다. 해조류, 해양기후, 염지하수, 해양 미세환경, 지역 생태 자원 등 다양한 해양치유자원을 활용해 치유 프로그램을 설계, 운영하는 복합 서비스 산업을 지향한다.
두 서비스는 일부 요소가 겹칠 수 있다. 그러나 산업의 초점은 다르다.
▶ 기존 KS 표준 : 해수 자원을 활용한 시설 운영 중심
▶ 단체표준 추진안 : 해양치유자원을 활용한 프로그램 운영체계 중심
즉 하나는 ‘시설, 지원에 대한 활용기준이고, 다른 하나는 ’서비스 설계와 제공 체계 기준‘이다. 명칭은 비슷하지만 산업의 지향점은 다르다.
볼트라는 제품의 예를 들어 보자. 볼트는 용도에 따라 볼트라는 이름의 다양한 표준이 존재한다. 적용범위와 용도가 다르기 때문에 겹치는 부분이 있더라도 중복성 문제가 되지 않아 가능한 일이다.
이와 같이 서비스표준도 적용범위가 다르고, 서비스 제공의 지향점이다르다면, 중복성이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표준이 좌절되면 무엇이 사라지는가.
단체표준은 단순한 민간 부문의 표준 문서가 아니다.
그 산업이 독립적 시장으로 인정받는 최소한의 제도적 기반이다.
표준이 제정되면
▶ 프로그램과 품질기준이 명확해지고
▶ 전문 인력 양성 체계가 마련되며
▶ 투자 판단기준이 생기고
▶ 지자체, 민간사업자 간 서비스 수준이 균질화된다.
그러나 중복성 판단으로 제정이 좌절되면 해양치유는 ’해수 이용 서비스의 확장‘ 정도로만 인식된다. 이 순간 산업의 정체성은 축소된다. 정책 지원도, 투자 논리도, 국제적인 경쟁력 제고 전략도 힘을 잃는다.
복합 웰니스 산업이 아니라 기존 시설 서비스의 변형으로 남는다. 융합, 복합 서비스 산업으로 진화하는 시대 정신에 역행하는 것이다.
서비스 산업에서 중복 판단이 더 위험한 이유
제품 산업은 기술기준이 다르면 차이를 입증하기 쉽다.
그러나 서비스 산업은 기능이 아니라 운영 구조의 경험 설계에서 차별화된다. 해양치유는 단순히 물을 사용하는 행위가 아니라 체류형 프로그램, 건강 데이터 활용, 지역 자원 융합, 전문 인력 참여를 포함하는 종합 서비스다. 이를 기능 일부가 겹친다는 이유로 동일 범주로 묶으면 ’프로그램 산업‘이 ’시설 산업‘에 종속된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 투자 위축
▶ 국내 웰니스 서비스 산업 생태계 형성 지연
▶ 국제 웰니스 시장 선점 기회 상실
왜 이런 판단이 반복되는가.
행정의 목표는 산업 발전이 아니라 오판 방지다.
허용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책임이 발생한다. 금지해서 사라진 산업에는 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준은 늘 이렇게 작동한다.
’다르면 허용‘이 아니라 ’완전히 다르지 않으면 기존 기준 적용‘
하지만 산업 경쟁력은 그 사이 영역, 즉 부분적으로 겹치지만 구조가 다른 기술에서 탄생한다. 한 나라의 산업 경쟁력은 기술력보다 먼저 그 기술을 무엇으로 분류하느냐에서 갈린다.
▶ 제품으로 분류되면 제조업이 되고
▶ 운송으로 분류되면 운송업이 되고
▶ 서비스로 인정되면 플랫폼 산업이 된다.
표준에 대한 포괄적인 중복성 판단은 새로운 산업을 기존 산업의 내부 기능으로 환원시킨다. 이 순간 국내 산업은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없는 종속자로 전락한다.
대안은 무엇인가.
새로운 표준을 기존 KS표준과 경쟁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존 KS표준을 기본 표준으로 두고, 기본 표준에서 규정하지 않은 해양치유 프로그램 운영기준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표준을 만들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즉 같은 표준이 아니라 기본 표준 + 기본 표준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운영기준으로 나누면, 중복 논란도 피하고 서비스 산업도 키울 수 있다.
표준은 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고 다양한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경쟁력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
류길홍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한국품질진흥원(KSQ) 본부장
한국공공정책신문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