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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cus 기획] 95퍼센트가 선택한 공부 외주화, 선생님은 인공지능을 채점한다

독후감부터 코딩까지 AI에 맡기는 아이들, 학업 하청 시대의 교실 풍경

채점 속도는 빨라졌지만 깊어지는 교사들의 딜레마, 주인을 알 수 없는 답안지

잡아내지 못하는 15퍼센트의 사각지대, 과정 중심의 평가 재설계 시급

 

교실의 하청생, 95퍼센트가 쓰는 보이지 않는 파트너
인공지능 탐지기 앞의 교실: 보이지 않는 학생의 등장 서울의 한 고등학교 영어 수업 시간. 교사가 학생이 제출한 독후감을 직접 작성했는지 묻고 탐지 프로그램에 과제를 넣자 인공지능 생성 확률 92퍼센트라는 결과가 화면에 나타난다. 이는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 현재 우리 중고등학교 교실에서 매일같이 벌어지는 현실이다. 

최근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지역 중고등학생 2만 6천여 명 중 무려 94.7퍼센트가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등학생의 20.1퍼센트는 매일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으며, 전체 학생의 80퍼센트가 학업 목적으로 챗지피티나 제미나이 등을 찾는다. 바야흐로 교사들이 보이지 않는 학생, 즉 기계를 가르치고 평가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Invisible Author> by AI Artist BookMagician 책마법사 = The Imaginary Pocus

 

공부를 외주화하다: 과목별 편차가 뚜렷한 인공지능 하청 현상 
학생들에게 인공지능은 일종의 든든한 하청 업체로 자리 잡았다. 과목별 활용 실태를 보면 국어와 영어 과목에서 독후감, 에세이, 번역, 파워포인트 제작 등에 인공지능을 동원하는 비율이 60퍼센트를 웃돌아 30퍼센트대인 수학이나 20퍼센트대인 예체능 과목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한 고등학생은 독후감 초안을 인공지능에게 맡기고 자신은 수정만 한 뒤, 남는 시간에 진짜 책을 읽는다고 말한다. 


중학생 역시 수학 문제를 풀 때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면 정답과 함께 틀린 이유까지 설명해 주어 편리하다고 덧붙인다. 코딩 숙제 역시 전용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해 완성한다. 학업이라는 노동을 기계에 맡기고 자신은 결과물만 검수하는 효율적인 방식을 택한 셈이다.

 

편리함의 역설: 교사와 학부모의 깊어지는 윤리적 딜레마 
이러한 변화 앞에서 교사들의 딜레마는 깊어지고 있다. 교사들 역시 71.9퍼센트가 수업 준비와 평가에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서술형 답안 채점 속도는 10배 이상 빨라졌고 생활기록부 코멘트 작성의 노동 강도도 크게 줄었다. 하지만 편리함의 이면에는 불공정과 윤리적 혼란이 자리한다. 탐지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학생이 직접 쓴 글인지 기계가 쓴 글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직하게 과제를 수행한 학생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학부모들의 마음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대학 진학이나 사회 진출 후 기술을 다루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불안감과, 너무 이른 시기부터 기계에 의존해 아이의 본원적인 사고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한다. 자녀의 과제를 검증해 보려 탐지 앱을 설치해 보지만, 가정에서 이를 체계적으로 지도하고 통제할 뾰족한 방법은 없는 실정이다.

 

잡아낼 수 없는 15퍼센트의 사각지대: 비판적 사고의 상실과 교육 공백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학생들의 맹신과 무비판적인 수용 태도에 있다. 실제 교사의 93.4퍼센트가 학생들의 인공지능 과의존 현상을 우려하고 있으며, 92.4퍼센트는 표절과 편향된 정보의 여과 없는 활용을 지적한다. 학생들은 편향된 정보라는 개념조차 모른 채 출처 없는 기계의 답변을 그대로 베낀다. 탐지 프로그램의 정확도 역시 85퍼센트 수준에 머물러 나머지 15퍼센트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기술로 잡아낼 수 없는 한계를 지닌다.

 

현장의 교사는 학생들이 답을 아는 척하는 것이 가장 무서운 일이라고 꼬집는다. 더욱이 현재 학생들에게 정보 통신 윤리나 활용 교육을 해본 경험이 있는 교사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7.6퍼센트에 불과하다. 37.7퍼센트의 교사가 시간 부족을, 22.8퍼센트가 이해 부족을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어 교육의 공백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평가의 재설계: 과정 중심 교육과 맞춤형 정책의 시급성 
전문가들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면 평가 방식의 근본적인 재설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객관식 지필고사나 단순 서술형 과제 대신, 구술 평가와 프로젝트 비중을 50퍼센트 이상으로 높이는 과정 중심의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의 사용을 아예 전제로 한 과제를 내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다.

 

핀란드의 초등학교나 미국의 대학들처럼 기계가 내놓은 답변에서 오류를 찾아내 수정하게 하거나, 인공지능과의 협업 과정을 리포트로 제출하게 하는 방식이다. 서울시 교육청이 2026년 관련 가이드라인 배포를 계획하고 교육부가 정책을 논의 중이지만, 현장의 변화 속도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전국 단위의 필수 교과 지정과 교사 연수 의무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교실 밖에서 시작하는 변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과 부모의 역할 
제도적 뒷받침과 더불어 가정에서의 역할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인공지능에게 던지는 질문, 즉 프롬프트를 바꾸어 가며 도출되는 결과의 차이를 비교하는 검증 놀이를 해보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기계의 답변이 왜 이렇게 나왔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효과적인 프롬프트 설계 기술을 익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다.

95퍼센트의 학생이 이미 새로운 기술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교육의 본질은 답을 찾아내는 것에서 생각하는 방법을 기르는 것으로 진화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파트너가 단순한 하청 업체가 아닌 비판적 사고를 돕는 진정한 학습 동반자로 자리매김할 때, 우리 교육은 기술에 잠식되지 않고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작성 2026.02.21 06:22 수정 2026.02.21 06:31

RSS피드 기사제공처 : The Imaginary Pocus / 등록기자: 김명민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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