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S = 서세교 기자] 세계태권도연맹(WT, 총재 조정원)이 16년 전 연맹 공식 계좌로 입금된 3,000만 원의 반환을 거부하며 "회계상 문제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연맹은 돈의 출처와 명목에 대해 "당시 직원이 모두 퇴사해 알 수 없고, 개인 간의 거래일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해 글로벌 스포츠 기구로서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드러내고 있다.
◆ 1월에 나간 돈을 12월에 메꿨다? 등장한 '유령 가지급금'
본지가 주상헌 전 성남시청 태권도 감독의 '3,000만 원 차용 및 반환 거부' 건에 대해 WT 측에 공식 질의서를 보낸 결과, 연맹 서정강 사무총장은 지난 12일 회신 공문을 보내왔다.
연맹은 가장 핵심 쟁점이었던 '가지급금 환수' 처리 근거에 대해 "2009년 1월 5일 같은 금액(3,000만 원)으로 가지급금(가불) 처리된 내역이 있다"며 "따라서 (주상헌 씨가 송금한 12월 31일에) 가지급금 환수로 장부에 기재된 것은 회계상 문제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해명은 더 큰 의혹을 낳고 있다. '가지급금(가불)'은 통상적으로 조직 내부 임직원의 업무 추진 등을 위해 미리 지급하는 돈이다. 주상헌 씨는 당시 연맹과 고용 관계가 없는 외부인(성남시청 소속)이었다. 만약 주 씨에게 1월 5일에 3,000만 원이 지급된 적이 없다면, 도대체 연맹 공금 3,000만 원은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갔으며, 왜 연맹 직원이 아닌 주 씨가 연말 결산 시기(12월 31일)에 그 펑크 난 돈을 메워야만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 "직원 다 퇴사해서 모른다"... 꼬리 자르기 나선 연맹
당시 주 씨에게 금전을 요구했던 인물은 WT의 총무부장 A 씨로 알려져 있다. 주 씨는 "총재 선거 등으로 결산 자금이 부족하니 연맹 계좌로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송금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연맹은 공문에서 "무려 16년이라는 장기간이 경과하였고, 당시 관련 업무를 담당했거나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직원이 모두 퇴사한 상태"라며 "현재로서는 회계장부 외 어떤 사실관계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나아가 "주상헌, 총무부장 A 씨, 기타 관련된 제3자 사이의 금전거래 관계에 대해서는 당 연맹에서 이를 전혀 알지 못한다"며 "이러한 사항은 개별적 금전거래 당사자들 간에 정리가 되어야 할 문제"라고 책임을 개인들에게 돌렸다.
◆ 공적 계좌로 돈 받아놓고 '개인 거래' 치부... 법적 분쟁 예고
전문가들은 연맹의 이러한 해명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돈이 오간 곳은 총무부장 A 씨의 개인 통장이 아니라 '세계태권도연맹(WT)의 공식 법인 계좌'였다. 법인 계좌로 거액의 돈을 입금받아 연맹의 회계 장부를 맞춰놓고, 이제 와서 "직원이 퇴사해서 모르는 개인 간의 거래"라고 발뺌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는 비판이다.
주상헌 씨 측은 연맹의 이번 답변이 오히려 '회계 조작'의 강력한 방증이라고 보고 있다. 2009년 1월 5일 자로 지출되었다는 3,000만 원의 실제 수령자가 누구인지 지출결의서를 통해 밝혀낸다면, 당시 연맹 내부의 자금 유용 실태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주 씨 측 법률 대리인은 "연맹이 회계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2009년 1월 5일 자 가지급금 지출 전표와 영수증을 법정에서 공개하도록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할 것"이라며, 조정원 총재 및 당시 책임자들을 상대로 한 강도 높은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올림픽 종목을 관장하는 국제 기구의 투명성에 먹칠을 하고 있는 16년 전 3,000만 원의 진실이 사법 기관의 손에서 밝혀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