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천문화재단이 1월 14일부터 2월 22일까지 금나래갤러리에서 개최한 기획전 ‘지구의 다른 거주자들’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44일간 진행된 이번 전시는 기후위기와 인공지능(AI) 확산이라는 동시대적 전환 속에서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공존 가능성을 예술적으로 탐색한 자리였다.
전시는 단순 관람을 넘어 관객이 직접 사유와 논의 과정에 참여하도록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특히 연계 프로그램 ‘사물의 극장: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계약’을 통해 시민들이 가상의 ‘기후생태헌법’을 제정하는 과정을 운영했다. 한 달간 네 차례 논의를 거쳐 총 22개 조항의 헌법 초안이 마련됐으며, 이 가운데 10대 요구안은 현장 투표와 합의를 통해 확정됐다.
주요 요구안에는 대지·동물·해양의 권리 보장과 비지배 원칙, 대지의 기억과 역사에 대한 권리, 미래세대 참여 보장과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 AI 학습 활용에 대한 알 권리 및 거부권, 미래세대 몫 자원 보전에 대한 국가 의무 등이 포함됐다. 가상 헌법이라는 형식을 빌려 시민이 기후위기를 주체적으로 논의하고 대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전시에는 권은비, 김영준, 남소연, 믹스앤픽스, 배윤환 등 5명(팀)의 작가가 참여해 영상, 설치,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벽화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들은 공생, 사물성, 얽힘의 문제를 다각도로 제시하며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 질문을 던졌다.
연계 프로그램은 총 8회 운영됐다. AI와 협업해 비인간 존재의 소리를 상상하는 작곡 워크숍, 기계 작동 방식을 탐구하는 비주얼 시(詩) 작성 프로그램, 작가와의 대화, AI 전문가와 함께하는 창작 워크숍 등이 마련돼 예술과 기술, 생태 담론을 연결했다.
관람객들은 포스트휴머니즘 담론을 체감할 수 있는 기획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새로운 형식의 전시 경험이 인상적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시 전 과정은 영상으로 기록돼 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이경미 기획자는 비인간 존재를 감각하는 예술적 시도와 실천적 논의가 결합된 전시였다고 평가했으며, 서영철 대표이사는 기후위기를 예술을 통해 시민과 공유하고 질문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