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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위 칼럼] “몸 뉠 방이 없다” 전세 절벽에 몰린 서울 직장인들

집은 쌓이는데 전세는 사라졌다 서울 아파트 시장, 매매·임대 ‘역주행’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만 남았다 서울 집값의 기묘한 역설

월급의 40%가 월세로 전세 붕괴가 만든 서울의 현실

출처 : ChatGPT

집은 쌓이는데 전세는 사라졌다 서울 아파트 시장, 매매 임대 ‘역주행’

성동 성북 관악 등 전세 매물 1년 새 최대 90% 급감 월세 비중 60% 돌파 속 세입자 부담 가중, 세제 대출 규제가 향방 가른다

 

“집은 넘치는데 몸 뉠 방은 없다.”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 씨의 말은 지금 서울 주택시장의 단면을 압축한다. 매매 매물은 산처럼 쌓이는데 정작 전세 물량은 자취를 감췄다. 매매와 임대가 엇박자를 내는 기형적 구조 속에서 실수요자들의 발걸음은 갈 곳을 잃고 있다.

 

25일 기준 성동구 아파트 전세 매물은 551건이다. 1년 전 1401건과 비교하면 약 40% 감소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과 서울부동산광장 통계에서도 흐름은 같다. 24일 기준 성동구 아파트 전세 물량은 555건으로, 지난해 1363건 대비 60% 가까이 줄었다.

 

성동구는 강북권 최대 규모 재개발이 추진되는 핵심 입지다. 1만 가구 규모 초고층 주거벨트 조성이 예고돼 있다. 그러나 철거를 앞둔 구역이 늘면서 당장 입주 가능한 전세 매물은 손에 꼽힌다. 현장 중개업소에는 “전세는 씨가 말랐다”는 하소연이 이어진다.

 

동대문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2월 말 기준 매매 물건은 전월 대비 31.3% 급증해 1992건에 달했다. 반면 전세 물건은 424건으로, 전년 대비 70% 감소했다. 전월 615건에서 한 달 만에 200건 가까이 줄었다. 매매 공급 확대가 임대차 시장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구조적 단절이 확인된다.

 

성북구는 더 극단적이다. 설 연휴 전 1597건이던 매매 매물은 1903건으로 약 20% 늘었다. 그러나 전세 매물은 1년 전 1359건에서 124건으로 91% 급감했다. 전세 시장의 사실상 ‘증발’이다.

 

강남구 역시 매매 물건은 8800건 이상 쌓여 있다. 그러나 전세 매물은 1년 넘게 5000건 안팎에서 정체돼 있다. 관악구도 매매는 늘고 전세는 78% 감소했다.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면 대비는 더 선명하다.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6만5000건을 넘는다. 전세 매물은 1만8932건이다. 전년 동기 2만8942건 대비 1만 건 가까이 줄었다.

 

매매는 넘치고 전세는 얼어붙었다. 세입자의 선택지는 좁아졌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매도 물량은 증가했지만, 임대 공급은 회복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동구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직전 거래가보다 1억에서 2억원 낮춘 급매가 나와도 대출 규제로 거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택하거나, 매수자가 입주하면서 기존 전세 물량이 시장에서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전세를 끼고 버티기보다 월세 전환을 선택하는 사례도 늘었다.

 

실제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 비중은 60%를 넘어섰다. 신규 계약 10건 중 6건이 월세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가 월세로 밀려나는 ‘비자발적 월세 전환’이 확산되고 있다.

 

월세 부담은 가파르게 오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50만4000원을 기록했다. 사상 첫 ‘150만원 시대’다. 2년 전보다 36.7% 상승했다. 통계청 기준 서울 30대 직장인 평균 세후 소득 약 350만원과 비교하면 소득의 40%가 주거비로 지출되는 셈이다.

 

박 씨는 “월급을 받으면 절반 가까이가 집주인 계좌로 자동이체 된다”며 “전세를 원해도 물건이 없다”고 토로했다.

정책 변수도 시장을 흔든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연장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규제지역 내 일부 다주택자의 급매물이 당분간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 시각은 엇갈린다. 보유세 강화 기조가 세입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늘어난 세금 부담이 월세와 전세가에 반영되며 가계 부담을 키운다는 주장이다. 특히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조치가 신규 전세 공급을 막았다고 지적했다. 전세대출 없이는 잔금 마련이 어려운 현실에서 신축 아파트 전세 물량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반면 이를 시장 정상화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성북구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갭투자 중심 구조가 축소되는 신호”라며 “실거주 중심 거래가 늘면 깡통전세 역전세 위험은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도 ‘제로섬’ 논리를 제시했다.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임대 공급은 줄지만, 그 집을 산 세입자가 임대 시장에서 빠져 전체 수급은 균형을 맞춘다는 설명이다. 통계상 전세 매물이 줄어도 실수요 전환 물량이 존재한다는 해석이다.

 

정부는 12일 실거주 의무 완화 보완책을 발표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신축 아파트의 전입 의무를 유예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근본적 세제 개편 없이는 시장 정체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5월 세제 분수령을 앞두고 정책 기조는 다주택자 매도 유도에 방점이 찍혀 있다. 매매와 임대의 엇박자가 해소될지, 아니면 월세 부담만 더 커질지 시장의 눈이 정부를 향하고 있다. 집은 쌓였다. 그러나 세입자의 방은 여전히 부족하다.

작성 2026.02.26 10:29 수정 2026.02.2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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