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빛 2 -정진채 지음
그 때 어디선가 한줄기 빛이 내려와서 진주조개의 둘레를 감 돌다가 곧 배속으로 들어간 것 같았습니다.
진주조개는 약간 뜨끔한 기운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자기자리에 돌아온 진주조개는 참새우를 만났습니다.
“아차차, 우리 집으로 간다는 게 그만 길을 잘못 딛었군요. 미안해요.”
참새우는 약간 당황하면서 황급히 자리를 피했으나, 아무래도 참새우의 거동이 수상하였습니다.
진주조개는 아까 바위게에게서 온 아픔도 있고, 아침부터 피 곤했기 때문에 잠시 몸을 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 그 참새우가 앞으로 다가와서, 깜짝 놀라 눈을 뜨고 자세히 살펴보니까, 아무래도 생김새가 좀 이상하였습니다.
“음, 수염이 없군. 한쪽 눈도 많이 상했구나. 참새우야, 이리와 잠시 쉬면 새 기운이 날 거야.”
진주조개가 참새우를 살피면서 정다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고마워요, 진주조개님. 하지만 저는 적을 찾아내어 복수를 해야 해요.”
하고 참새우가 말했습니다.
“쯔쯔쯔, 방향도 잡지 못하는 형편에 어떻게 적을 찾겠다는 거냐? 또 복수를 하더라도, 그 복수는 또 복수를 낳게 돼. 그만두고 잠시 머리를 쉬어 봐. 너의 그 고통을 절반만 맡을 테니까.”
진주조개는 방향감각을 잃어버린 참새우의 고통을 절반만 떼 내어 자기가 대신 맡기로 하였습니다.
그때, 또 어디선가 고운 햇살이 날아와 진주조개의 배 속에 박혔습니다.
참새우를 돌려보내고 나니까 점심때가 훨씬 넘었습니다. 그때 이었습니다.
“누구 없어요? 아아아아, 이제 절망이야, 도저히 더 떠오를 수 가 없어……. 아아아, 이젠 암흑이야…….”
하고 팔랑팔랑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어족이 있었습니다.
아아, 그런데 천만뜻밖에도 그것은 날치였습니다.
더구나 한쪽 날개를 잃고 시뻘건 피를 쏟으며 바닥으로 떨어 져오는 것이었습니다.
“저런?! 날치야말로 내 꿈이었는데… 푸른 파도를 가르며 물 위로 뛰어 올라, 바다 밖의 하늘과 우윳빛 구름과 갈매기의 잿빛 고운 날개를 이야기하던 내 이웃이 아닌가? 그의 날개는 꿈이었 고, 그것은 또 자유가 아니었던가? 우리 이웃 모두의.”
진주조개는 가슴이 찢기도록 아팠습니다.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볼을 타고 내렸습니다.
“아아아, 진주조개 아주머니. 난 이제 영영 날 수가 없습니다. 아 으흐흑.”
하고 날치가 진주조개를 보고 흐느꼈습니다.
“어쩌다 그렇게 되었니? 날치야.”
진주조개가 물었습니다.
“저어, 북쪽 바다를 헤엄치다가…… 갑자기 상어란 놈이…….”
“음, 말로만 듣던 포악한 녀석한테 당했구나. 그래 네가 먼저 덤볐니?”
“아주머니, 말도 마셔요. 오늘 따라 하늘이 너무도 맑아서 마음껏 헤엄을 쳤는데 예고도 없이 갑자기 등위에서……. 아아, 몸서리 쳐져요. 으흐흑.”
진주조개는 얼른 입안에서 진물을 토해 내어 날치의 상처에 발 라 주었습니다.
“네 아픔의 절반을 나와 나누자. 그러면 네 아픔은 절반이 되겠지. 그리고 떨어져나간 날갯죽지 끝에서 새 날개가 돋을 때까지, 나와 함께 열심히 용왕님께 기도하는 거야. 용왕님은 너의 새롭고 건강한 날개를 꼭 돋아나게 해 주실 거야.”
하고 진주조개가 말하였습니다.
“고마워요, 아줌마. 열심히…… 아주 열심히 기도하면서 저도 노력을…… 해 나가겠어요.”
하고 다시 용기를 회복할 수가 있었습니다.
진주조개는 그 때, 배 안으로 한 줄기 빛이 스며드는 것을 느꼈습니다.
산호 숲의 저녁은 칠흑 같은 어두움 속에 잠겼습니다.
달도 찾아오지 않고, 별들마저 숨어버린 밤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