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의 성공 신화를 써온 기획자 나상천 대표가 이번엔 무대 위에서 사고를 쳤다. 지난 2월 27일, 서울 강남구 스튜디오 그린에서 베일을 벗은 창작 뮤지컬 ‘까미난 테(Caminante)’ 쇼케이스가 관객과 평단의 극찬 속에 마무리되며, 공연계에 새로운 센세이션을 예고했다.
뮤지컬 ‘까미난 테’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걷는 네 명의 한국인이 겪는 33일간의 여정을 그린다. 아내를 잃은 요리사 ‘킴스’, 자아를 찾는 싱어송라이터 ‘도로시’, 조회수에 목마른 유튜버 ‘로저’, 그리고 비밀을 품은 대학생 ‘준상’까지. 각기 다른 상처를 품은 이들이 길 위에서 부딪히고 연대하며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은 현대인들에게 묵직한 위로를 건넨다.
특히 이번 쇼케이스는 대사 거의 없이 극 전체를 노래로 이어가는 ‘송스루(Song Through)’ 형식을 채택해 눈길을 끌었다. 총 17개의 넘버는 드라마틱한 서사와 완벽하게 맞물리며 관객들을 순식간에 피레네 산맥 너머 순례길 한복판으로 소환했다. 5명의 앙상블과 주인공들이 뿜어내는 라이브 에너지와 탄탄한 가창력은 작품의 완성도를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이 작품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제작자 나상천 대표의 독특한 이력에 있다. 서울예대 극작과 출신으로 등단한 ‘글쟁이’이자, 걸스데이·모모랜드·경서 등 정상급 아티스트를 키워낸 ‘K-팝 마케팅 전문가’인 그는 자신의 두 재능을 ‘까미난 테’에 집약시켰다.
극 초기 제목이었던 ‘까미네로’를 ‘여행자’라는 뜻의 ‘까미난 테’로 변경한 점에서도, 관객에게 더 깊은 울림을 주고자 하는 그의 세밀한 기획력을 엿볼 수 있다. 20여 년간 축적한 대중음악 제작 노하우와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서사 구축 능력이 만나,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잡은 ‘웰메이드 뮤지컬’이 탄생했다는 평가다.
쇼케이스 현장에서 목격된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철의 십자가 앞에 짐을 내려놓고 빗속에서 춤추는 장면에서는 카타르시스를,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도착해 ‘끝이 아닌 시작’을 노래하는 엔딩에서는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 공연 관계자는 “단순한 여행기를 넘어 인간의 죄책감, 상실, 욕망을 음악적 서사로 완벽하게 풀어냈다”라며 “정식 공연이 시작되면 뮤지컬 시장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공적인 첫발을 뗀 ‘까미난 테’는 이번 쇼케이스를 통해 입증된 가능성을 바탕으로 수정·보완 작업을 거쳐 2027년 하반기 정식 공연으로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K-팝의 감각적인 리듬과 산티아고의 영성(靈性)이 만난 이 특별한 무대가 한국 뮤지컬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이낙용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