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하늘을 수놓은 거대한 불꽃, 예천의 소망을 태우다
예천군이 2026년 병오년 정월대보름을 맞아 군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달집태우기 행사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지난 3일 저녁, 예천읍 한천체육공원은 붉게 타오르는 불꽃과 함께 1,000여 명의 군민이 내뿜는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민속놀이의 재현을 넘어, 일상의 고단함과 액운을 씻어내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예천의 의지를 하나로 모으는 상징적인 장이 되었다.
거대한 달집이 밤하늘을 향해 기세 좋게 타오를 때, 현장에 모인 이들은 저마다의 간절한 소망을 불꽃에 실어 보내며 잊혀 가던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금 확인했다.
본 기사는 예천의 밤을 희망으로 물들인 현장의 생생한 기록을 담아내며, 나눔과 상생이라는 인류 보편의 철학이 어떻게 지역 축제의 불꽃 속에 녹아들었는지 그 깊이 있는 현장을 조명한다.
순환과 회복의 상징, 달빛 아래 새겨진 나눔의 철학
정월 대보름은 단순히 하늘에 뜬 만월을 감상하는 날이 아니다.
한 해의 첫 번째 보름달은 순환과 완성, 그리고 회복을 상징하며 공동체의 정신을 재정비하는 의례적 장치로 기능한다. 달빛은 태양처럼 강렬하지 않지만 은은하게 세상을 비추며 경쟁보다는 상생을, 개인의 욕망보다는 이웃과의 연결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러한 맥락에서 달집태우기는 정화와 재생을 상징하는 불을 통해 묵은 액운을 태우고 새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집단적 의례다. 불꽃이 타오르는 순간 개인의 소망은 공동체의 기원으로 확장되며, 이는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를 함께 맞이하겠다는 철학적 선언과 같다. 또한 대보름의 나눔은 존재의 상호의존성을 인정하는 행위다.
부족함 속에서도 음식을 나누며 "당신의 안녕이 곧 나의 안녕"이라는 암묵적 합의를 확인하는 과정은 공동체의 생존 전략이자 가장 고귀한 윤리적 실천이다. 결국 달집태우기는 인간이 홀로 완성되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를 비추는 빛이 될 때 비로소 온전해진다는 관계의 본질을 일깨우는 소중한 문화적 유산이다.
1,000여 명의 염원이 모인 현장, 병오년 대보름의 기록
2026년 3월 3일 오후 5시 30분, 예천읍 한천체육공원에서 ‘병오년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가 개최되었다.
(사)민예총 예천군지부(지부장 한해수)와 예천군농민회(회장 안상훈)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김학동 예천군수와 강영구 예천군의회 의장을 비롯해 지역 내외빈 30여 명과 1,000여 명의 군민이 운집했다.
행사는 군민이 직접 참여하는 다리밟기와 길놀이로 서막을 열었으며, 풍물 공연과 소원지 쓰기 등 다채로운 사전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18시 30분부터 시작된 본 제례에서는 김학동 군수가 초헌관을, 강영구 의장이 아헌관을 맡아 정성을 올렸고, 군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제례 시간도 마련되어 화합의 의미를 더했다.
이어 군민들의 소망이 담긴 소원지를 매단 대형 달집에 불을 붙이자 현장의 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예천경찰서와 예천소방서 등 유관기관의 철저한 협조와 안전 관리 속에 행사는 질서 있게 진행되었으며, 참여한 군민들은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며 한 해의 풍년과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시간을 가졌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교, 살아 숨 쉬는 민속 체험의 장
예천군 정월대보름 행사의 진정한 가치는 잊혀가는 세시풍속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군민들이 몸소 체험하게 한 지점에 있다. 행사의 서막을 알린 '다리밟기'는 자신의 나이만큼 다리를 왕복하면 일 년 내내 다리에 병이 생기지 않는다는 민간 신앙에서 유래한 전통 의례다. 한천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 진행된 이 퍼포먼스는 단순한 보행을 넘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문화적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
현장 곳곳에 마련된 체험 부스에서는 올 한 해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며 딱딱한 견과류를 깨무는 '부럼 깨기'와 액운을 쫓는 풍물 공연이 이어지며 명절 특유의 흥겨움을 더했다. 특히 남녀노소 불문하고 정성스럽게 적어 내려간 '소원지 쓰기'는 조상들의 소박한 기복 신앙이 오늘날의 희망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체험형 민속 한마당은 전통문화가 박제된 유산이 아니라, 오늘날의 삶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역동적인 자산임을 증명하며 지역민들에게 강한 문화적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민·관이 하나 된 결속의 장, 예천을 밝힌 상생의 불꽃
예천군 정월 대보름 행사는 단순히 전통을 재현하는 자리를 넘어, 민·관이 한마음으로 결집하는 진정한 화합의 현장이었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예천읍 한천체육공원을 가득 메운 1,000여 명의 군민은 추위를 잊은 채 한데 어우러져 서로의 안녕을 빌었다.
김학동 군수와 강영구 군의장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은 군민들과 함께 고유제를 지내며 지역 발전과 번영을 위해 두 손을 모았다. 특히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으로 이어지는 제례 절차에 군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여 행사 주체와 객체의 경계를 허물고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화합의 장을 연출했다. 활활 타오르는 거대한 달집을 향해 함성을 내지르며 하나 된 예천군민의 모습은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공동체 의식이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결속력은 향후 예천군이 직면한 여러 과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데 있어 든든한 정신적 자양분이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예천의 밤을 밝힌 희망의 등불, 연대와 나눔의 가치를 남기다
예천군 한천체육공원을 밝힌 병오년의 불꽃은 단순한 축제 이상의 기록을 남겼다. 1,000여 명의 군민이 결집한 이번 행사는 예천경찰서와 예천소방서, 그리고 여러 사회단체의 긴밀한 협력 덕분에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안전하게 성료되었다.
김학동 예천군수는 현장에서 군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한 유관 기관 및 단체 관계자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며, 사고 없는 행사를 위해 만전을 기해준 노고를 높이 평가했다. 특히 김 군수는 이번 행사의 성공을 발판 삼아 향후에는 보다 더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과 풍성한 볼거리를 마련하여 군민들에게 고품격 전통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타오르는 달집은 액운을 태우는 도구인 동시에 연대와 나눔의 철학을 시각화한 상징이었다. 현대 사회의 파편화된 개인주의 속에서 예천군민들이 보여준 결속의 모습은 가장 인간다운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를 증명했다.
보름달의 빛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 곁에 머물며 묻는다. 나눔 없는 번영이 가능한가. 예천의 밤을 달군 그날의 불꽃은 서로를 비추는 빛이 되어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게 지탱할 희망의 근거로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