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 조직의 본부인 미국 국방부 건물은 독특하게도 오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 본부 건물은 이름 자체도 ‘오각형’을 뜻하는 펜타곤(Pentagon)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건물의 형태에 군사적 상징이나 비밀스러운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 이유는 매우 현실적인 상황에서 비롯됐다.
펜타곤 건설은 제2차 세계대전 직전인 194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은 전쟁 준비 과정에서 군 조직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여러 부서가 워싱턴 시내 곳곳의 건물에 흩어져 있었다. 업무 효율이 떨어지자 미국 정부는 육군과 군 관련 조직을 한 건물로 통합하기 위한 대규모 본부 건설을 추진하게 된다.

처음 계획된 건설 부지는 버지니아주 알링턴 지역의 특정 부지였는데, 이곳은 다섯 개의 도로에 둘러싸여 있는 독특한 지형이었다. 건축가들은 이 땅의 모양에 맞춰 건물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오각형 구조의 설계안을 만들었다. 이 설계가 바로 훗날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는 펜타곤의 기본 형태였다.
그러나 건설 계획이 진행되면서 문제가 제기됐다. 처음 예정된 부지가 알링턴 국립묘지와 너무 가까워 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건설 위치가 지금의 장소로 변경된 것이다. 새로운 부지는 넓은 평지였기 때문에 굳이 오각형 구조로 지을 필요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계는 그대로 유지됐다. 이미 설계와 공사 준비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전쟁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건설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설계를 다시 변경하면 시간과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었기 때문에 결국 기존 오각형 설계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펜타곤은 단순히 특이한 건축물이 아니라 매우 실용적인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건물 내부는 다섯 개의 동심원 형태 복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복도 길이를 모두 합치면 약 28km에 이른다. 그러나 효율적인 동선 설계 덕분에 건물 내부 어디에서 출발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무실까지 7분 안에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펜타곤은 현재도 세계에서 가장 큰 사무용 건물 중 하나로 꼽힌다. 총 면적은 약 60만㎡에 달하며 약 2만6천 명이 근무하고 하루 평균 수천 명의 방문객이 오가는 거대한 조직의 중심지다.
결국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군사 건물의 독특한 형태는 거창한 군사 철학이 아니라 지형 조건과 시간 압박이 만들어낸 실용적인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연처럼 시작된 설계가 오늘날에는 미국 군사력과 국가 안보를 상징하는 세계적인 건축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