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선한 목자다
요한복음 10장 1–21절은 예수가 자신을 “선한 목자”라고 선언하는 장면을 기록한 본문이다. 이 말씀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당시 종교 지도자들과의 긴장 속에서 선포된 신학적 선언이다. 예수는 양과 목자의 관계를 통해 하나님과 인간, 그리고 참된 지도자의 본질을 설명했다.
당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목자는 매우 익숙한 존재였다. 양을 보호하고 먹이며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동시에 도둑이나 강도는 양 떼를 노리는 위협적인 존재였다. 예수는 바로 이 일상의 풍경을 통해 영적 진리를 설명했다.
요한복음의 저자는 예수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반복적으로 제기한다. 빛, 생명, 떡, 길 등 다양한 상징을 통해 그 정체를 드러낸다. 그리고 요한복음 10장에서는 목자의 이미지가 등장한다. 이는 단순한 목축의 은유가 아니라 구약 전통 속에서 하나님과 지도자를 상징하는 중요한 표현이다.
이 본문은 단지 과거의 종교 논쟁을 기록한 것이 아니다. 인간이 누구의 목소리를 따라 살아가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예수는 먼저 양 우리에 들어오는 두 종류의 사람을 구분한다. 문으로 들어오는 사람과 담을 넘어오는 사람이다. 문으로 들어오는 이는 목자이고, 담을 넘어오는 이는 도둑과 강도라고 설명한다.
이 비유는 당시 종교 지도자들을 향한 강한 비판으로 읽힌다. 예수는 종교적 권위를 주장하면서도 사람들을 생명으로 인도하지 못하는 지도자들을 “도둑”과 “강도”로 묘사했다.
도둑의 목적은 분명하다. 훔치고 죽이고 멸망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목자의 목적은 전혀 다르다. 양을 보호하고 먹이며 안전하게 인도한다.
이 비유는 지도자의 본질을 묻는다. 권력과 통제를 위해 사람들을 이용하는가, 아니면 생명을 위해 섬기는가라는 질문이다.
역사적으로도 종교 공동체 안에는 두 종류의 지도자가 존재해 왔다. 하나는 권위를 앞세워 사람을 지배하려는 지도자이고, 다른 하나는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지도자다.
요한복음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참된 지도자는 문으로 들어오는 목자와 같다. 그는 정당한 길로 들어오며 양들과 관계를 맺는다.
예수는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을 설명한다. 양은 목자의 음성을 안다는 것이다.
고대 목축 문화에서 양은 여러 무리와 함께 우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아침이 되면 각 목자가 자신의 양을 불러낸다. 놀랍게도 양들은 자기 목자의 음성을 알아듣고 따라간다.
예수는 이 장면을 통해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설명했다. 신앙은 단순한 규칙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라는 뜻이다.
양은 낯선 사람의 음성을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도망친다. 그 음성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사회는 수많은 목소리로 가득하다. 정보, 이념, 욕망, 권력의 언어가 끊임없이 사람을 부른다. 그러나 그 목소리들이 모두 생명으로 인도하는 것은 아니다.
요한복음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떤 음성을 듣고 살아가는가.
목자의 음성은 강압적인 명령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신뢰와 사랑 속에서 양은 목자를 알아본다.
이 비유는 신앙의 본질이 외적 제도보다 내적 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요한복음 10장의 중심 구절은 “나는 선한 목자다”라는 선언이다.
예수는 선한 목자의 특징을 분명히 말한다. 그는 양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
반대로 삯꾼은 위험이 오면 도망간다. 양이 자신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책임의 깊이에서 나타난다. 삯꾼에게 양은 직업의 대상이지만, 목자에게 양은 자신의 삶과 연결된 존재다.
요한복음은 이 비유를 통해 예수의 십자가를 예고한다. 선한 목자의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자기 희생으로 나타난다.
예수는 또 이렇게 말한다. 자신이 스스로 목숨을 버릴 권세도 있고 다시 얻을 권세도 있다고.
이 구절은 요한복음 전체의 신학을 압축한다. 예수의 죽음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자발적인 사랑의 선택이라는 의미다.
선한 목자의 리더십은 권력을 통해 드러나지 않는다. 희생을 통해 드러난다.
요한복음 10장 마지막 부분에서는 사람들의 반응이 기록된다.
예수의 말을 듣고 사람들 사이에 분열이 일어났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귀신 들린 사람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사람들은 귀신 들린 자가 이런 말을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장면은 요한복음에서 반복되는 주제를 보여준다. 예수의 말씀은 항상 선택을 요구한다.
예수를 만난 사람들은 중립적인 상태로 머물 수 없다. 믿거나 거부하거나 둘 중 하나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예수의 정체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 논쟁 속에서도 중요한 질문은 남는다.
예수는 누구인가.
요한복음은 그 답을 독자에게 묻는다.
요한복음 10장은 단순한 목자의 비유가 아니다. 인간 존재와 지도력, 그리고 신앙의 본질을 설명하는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예수는 자신을 선한 목자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그 선언은 십자가에서 완성된다.
선한 목자는 양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
오늘의 시대에도 수많은 목소리가 인간을 부른다. 권력의 언어, 성공의 언어, 욕망의 언어가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그러나 요한복음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누구의 음성을 듣고 있는가.
양은 목자의 음성을 안다. 그리고 그 음성을 따라 생명의 길로 나아간다.
요한복음 10장은 지금도 그 목자의 음성이 세상 속에서 울려 퍼지고 있음을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