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베네수엘라는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닌 ‘권력 공백 상태의 혼란’에 직면했다. 겉으로는 정권이 유지되는 듯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통제와 공포, 그리고 불확실성이 동시에 확산되고 있다. 마두로 이후의 베네수엘라는 과연 혁명의 연속일까, 아니면 체제 변형의 전조일까.
마두로 체포 직후 베네수엘라 국영 방송이 보인 초기 대응은 체제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몇 시간 동안 공식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채 문서 화면을 그대로 송출하거나, 앵커들이 당황한 모습을 보인 장면은 ‘준비되지 않은 권력 이양’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결정적 순간은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생중계 전화 연결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마두로 대통령의 생사 확인”을 요구했을 때였다. 이 발언은 역설적으로 대통령의 부재를 국민에게 공식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국영 방송은 빠르게 방향을 전환했다. 마두로 아들의 결사항전 발언, 중국·북한 등 우호국의 지지 메시지, 반미 전문가 패널 토론이 집중 편성되며 내부 결속과 반미 정서 고취에 주력했다. 그러나 화면 밖 현실은 다르다. 해외에 체류 중인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환호와 축제를 벌이는 것과 달리, 본토의 거리는 침묵에 가깝다. ‘콜렉티보스’로 불리는 무장 친정부 조직이 도심 곳곳을 장악하며, 시민들이 공개적으로 감정을 표출하기 어려운 공포 분위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실질적 권력의 중심은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과 그 가문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오빠인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까지 포함한 이 가문은 베네수엘라 권력 핵심을 장악하고 있으며, 과거 우파 정권 시절 아버지가 고문 끝에 사망한 이력은 이들의 뿌리 깊은 반미 성향을 설명하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동시에 지난 대선에서 마두로의 51% 승리를 전격 발표한 과정에 로드리게스 의장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은, 체제의 정당성 논란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향후 정세의 핵심 변수는 세 가지다.
첫째, 로드리게스 체제의 실용적 변신 가능성이다. 델시 로드리게스가 최근 SNS를 통해 미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한 점은 이념보다 생존을 우선시하는 현실 인식을 반영한다.
둘째, 선거의 불확실성이다.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등 야권 인사가 존재하지만, 대규모 해외 이탈로 인해 유권자 기반이 약화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셋째, 미국의 전략이다. 워싱턴은 즉각적인 민주 선거보다, 현 집권 세력을 단계적으로 압박하며 ‘통제 가능한 협력 대상’으로 전환시키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마두로 이후의 베네수엘라는 혁명과 붕괴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선장은 사라졌지만, 배는 여전히 기존 항로를 유지한 채 거친 파도를 맞고 있다. 로드리게스 체제는 반미 혁명의 언어를 유지하면서도, 생존을 위해 새로운 항로를 탐색하는 모순된 상태에 놓여 있다. 단기간 내 안정은 쉽지 않다.
베네수엘라의 앞날은 내부 통제, 외부 압박, 그리고 체제 적응이라는 세 축이 어떻게 충돌하고 타협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단순한 정권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방향성과 생존 전략을 가늠하는 중대한 시험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