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사이트뉴스 박주환 기자] 최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K-컬처의 열풍은 비단 대중음악이나 드라마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장 한국적인 색채와 해학을 담은 ‘민화’가 그 중심에 서 있다. 과거 민초들의 소박한 삶과 간절한 염원을 담았던 민화는 이제 ‘낡은 골동품’이라는 해묵은 이미지를 과감히 벗어던졌다. 현대적인 인테리어의 화룡점정이자 예술적 영감의 원천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민화 르네상스’의 격랑 속에서 전통의 맥을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현대인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조형 언어를 탐구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사)한국현대민화협회를 이끌고 있는 박승온 작가다. 그는 우리 민화가 현대 예술의 당당한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예술적 기틀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가 이끄는 협회는 전통의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수용하는 열린 플랫폼으로 성장했으며, 이는 곧 한국 민화의 외연을 넓히는 기념비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단단함, 그 위에 핀 현대적 미감
박승온 작가의 작품을 관조할 때 가장 먼저 다가오는 감각은 ‘기본에 충실한 단단함’이다. 그는 전통적인 채색 기법을 고집스럽게 고수한다. 한지 위에 겹겹이 쌓아 올린 색층은 단순히 시각적인 화려함을 넘어, 시간의 켜가 쌓인 듯한 깊이 있는 발색을 구현한다. 민화의 전형적인 소재들은 그의 손길을 거치며 현대적인 공간미를 입는다. 박 작가는 오방색의 강렬한 에너지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주거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파스텔 톤이나 절제된 무채색을 조화롭게 배치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공간 구성의 변화다. 전통적인 민화가 평면적인 구성에 집중했다면, 박승온 작가의 민화는 입체적인 시각과 과감한 여백의 미를 도입한다. 이는 감상자에게 시각적 개방감을 선사하며, 그림이 벽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 전체와 호흡하게 만든다. 그의 붓끝에서 탄생한 영물들은 저마다의 생명력을 뿜어내며 보는 이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한다. “그림은 그리는 사람의 마음을 닮는다.”는 그의 말처럼, 작품 곳곳에는 세상을 향한 따뜻하고 유연한 시선이 녹아 있다.
<도원으로 가는 길>
-민중의 예술로 되돌리는 ‘박승온식 입문법’
박승온 작가는 창작 활동만큼이나 민화 교육과 저변 확대에 평생의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교육 현장에서 민화가 과거 궁중이나 사대부의 전유물이 아니라, 본래 백성들의 삶과 가장 밀착된 ‘민중의 예술’이었다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초보자들이 붓을 잡을 때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잘 그려야 한다’는 압박감이다. 박 작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독창적인 입문법을 제시한다. 단순히 복잡한 도안을 기계적으로 따라 그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민화 속에 숨겨진 상징과 의미를 현대적인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다. 학습자가 그림 속 소재와 정서적 유대감을 먼저 형성하게 함으로써, 기술적인 숙련보다 ‘나의 이야기’를 담는 즐거움을 먼저 알게 하는 것이다.
“기교는 반복하면 늘지만, 그림에 담긴 마음은 억지로 만들어낼 수 없다”는 그의 지론은 수많은 이들에게 마법 같은 변화를 일으켰다. 붓을 잡는 두려움은 곧 설렘으로 변하고, 그 설렘은 자아를 발견하는 치유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청록산수>
-수평적 지도와 전통의 현대적 변용
박승온 작가의 지도 방식 중 가장 독보적인 점은 ‘전통의 현대적 변용’에 대한 개방성이다. 그는 제자들에게 늘 이렇게 강조한다.
“민화는 정답이 없는 예술이다. 전통의 격식은 배우되, 그 화폭 안에 담아낼 색채와 이야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본인만의 것이어야 한다.”
실제로 그의 강의는 파격적이다. 제자가 전통적인 오방색 대신 현대적인 파스텔톤을 선택하거나, 조선 시대 책가도 안에 현대적인 IT 기기나 소품을 그려 넣고 싶어 할 때 그는 결코 제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어떻게 하면 전통 기법과 조화롭게 연결해 예술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 이러한 수평적이고 포용적인 지도 방식은 학습자로 하여금 민화를 ‘박제된 유물’이 아닌 ‘살아있는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격식에 얽매여 있던 전통 예술을 대중의 삶 속으로 다시 불러오는 결정적인 마중물이 되고 있는 셈이다.
<핑크산수>
-세계인의 거실에 걸리는 K-아트의 미래
박 작가는 국내외 유수의 전시회에 참여하며 민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앞장서 왔다. 협회 차원에서 진행되는 정기전과 교류전을 통해 현대 민화의 현주소를 대중에게 알리고, 실력 있는 신진 작가들이 설 자리를 마련해 주는 멘토 역할도 자처한다. 그에게 민화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생명체’이며, 끊임없이 재해석되어야 할 ‘살아있는 텍스트’다.
“우리 민화에는 한국인의 DNA가 담겨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처럼, 민화가 전 세계인의 거실에 걸리는 날까지 붓을 놓지 않겠다.”
박승온 작가의 포부는 단호하고 원대하다. 그의 민화는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마음속에 'K-Art'의 가장 따스한 색채로 각인될 준비를 마쳤다. 전통이라는 단단한 뿌리를 지키면서도 현대라는 가지를 뻗어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예술의 꽃을 피워낸 그의 집념과 열정이 우리 민화의 지평을 어디까지 넓혀갈지, 그 희망찬 미래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이 기사는 본지 공식 블로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