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지방이 빠르게 비어가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절반이 넘는 118곳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 청년층은 일자리와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지방에는 고령화된 인구와 쇠퇴한 산업 기반만 남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지방소멸은 더 이상 가상의 문제가 아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40년에는 현재 지방자치단체 상당수가 인구 유지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장시성의 내륙 도시 징더전의 문화예술 지구 ‘타오시촌’이 하나의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타오시촨(陶溪川)은 과거 국영 도자기 공장이 밀집했던 산업단지였으나 현재는 문화 창작 중심지로 재탄생했다. 폐공장 22곳을 보존형 도시재생 방식으로 재활용해 조성된 이 공간에는 현재 3만 명이 넘는 청년 창작자가 활동하고 있으며 연간 방문객은 1천만 명을 넘어선다.
특히 이곳 창작자의 평균 연령은 20대 중반 수준이다. 청년 인구가 빠져나가는 한국 지방과 달리 청년 창작자가 모여드는 도시로 변화한 것이다.

타오시촨(陶溪川)의 변화는 산업유산을 철거하지 않는 도시재생 전략에서 시작됐다.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기존 공장을 철거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오래된 공장 건물과 산업 시설을 최대한 보존했다. 과거 생산 공간이었던 공장은 전시관, 창작 스튜디오, 체험 공간, 카페 등으로 재구성됐다. 방문객은 산업의 흔적 속에서 새로운 문화 경험을 동시에 접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니라 산업유산 자체를 브랜드 자산으로 활용하는 도시 전략이다.
타오시촨(陶溪川)이 청년 창작자를 끌어들인 또 다른 요인은 단계별 창업 구조다. 창작자들은 먼저 주말 창작 장터에서 자신의 작품을 판매하며 시장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일정 기간 활동한 창작자는 정식 스튜디오 공간에 입주할 기회를 얻고 이후 브랜드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 확장 지원을 받는다.
낮은 진입장벽에서 시작해 시장 검증과 성장 지원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창작 생태계의 기반이 됐다.
또한 타오시촨(陶溪川)은 관광지에 머물지 않고 교육과 창작 기능을 결합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도예 교육센터와 공예 체험 공간, 국제 창작 레지던시 프로그램 등이 함께 운영되며 도자기뿐 아니라 금속공예, 직물, 목공 등 다양한 공예 분야가 모여들고 있다.
이는 단순 방문형 관광지를 넘어 반복 방문을 유도하는 창작 교육 도시로 기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네트워크도 중요한 요소다. 타오시촨(陶溪川)에는 세계 여러 국가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국제 장터와 문화 교류 프로그램이 정기적으로 개최된다. 이러한 국제 교류는 지역 산업을 세계 시장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창작자의 생활 기반을 지원하는 정책도 특징이다. 창작자 전용 공공 임대주택과 생활 편의시설이 함께 조성돼 주거 부담을 줄이고 창작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또한 지식재산권 상담과 출원 지원 서비스가 운영돼 창작자의 아이디어 보호 체계도 구축돼 있다.
운영 방식 역시 차별화된 요소다. 타오시촨(陶溪川)은 공기업 중심의 통합 운영 구조를 통해 장기적인 생태계를 관리하고 있다. 단기 수익보다 창작자 유입과 지역 문화 산업 성장에 초점을 맞춘 운영 모델이다.
이 사례는 지방소멸 대응 전략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도시 경쟁력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라는 점이다. 산업유산이라는 공간 자산에 청년 창업, 교육 프로그램, 국제 교류, 주거 인프라, 공공 운영 체계를 결합하면 새로운 지역 성장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지방정부 역시 지역 고유의 산업과 문화 자원을 기반으로 사람을 모으는 도시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단순 관광 개발이나 단기 사업이 아니라 창작자와 청년이 정착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은 존재한다. 사람을 중심에 둔 도시 전략이 구축될 때 지역은 다시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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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