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헤이룽장성 최북단 국경도시 헤이허(黑河)가 혹한의 기후 조건을 산업 경쟁력으로 전환하며 세계 자동차 산업의 주요 시험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헤이허는 러시아 블라고베셴스크와 마주한 도시로 겨울 평균 기온이 영하 20도 안팎이며 최저 기온은 영하 48도까지 내려간다. 연간 결빙일수는 약 200일, 적설일수는 140일을 넘는다. 과거에는 이러한 기후 조건이 지역 발전의 제약 요인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현재 헤이허의 겨울은 자동차 산업의 중요한 시험 기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세계 각국 자동차 기업들이 동계 성능 시험을 위해 이 도시를 찾는다. 눈길과 빙판, 극저온 환경은 차량 시동 성능, 제동 성능, 전자 시스템 안정성 등을 검증하는 데 적합한 조건으로 평가된다.
헤이허의 자동차 시험 산업은 1989년 중국 상용차 기업 제팡이 이 지역에서 한랭지 시험을 진행하면서 시작됐다. 초기에는 얼어붙은 강과 일반 도로에서 시험이 진행되는 수준이었다. 이후 지방정부가 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하면서 시험 운영 기업과 관리 체계가 구축됐다.
2006년 이후 헤이허시는 자동차 시험 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전담 조직을 설치했다. 시험 차량 임시 번호판 발급, 시험 도로 관리, 충전 인프라 구축 등 기업 지원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확대했다. 민간 시험 기업도 설립되면서 시험 기술과 데이터 관리 체계가 체계화됐다.
현재 헤이허는 중국 자동차 한랭지 시험 물량의 약 85%를 담당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시장 기준으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시험 거점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헤이허의 경쟁력을 세 가지 요소로 설명한다. 첫째는 안정적인 극저온 자연환경이다. 온도와 강설 조건이 비교적 일정해 반복 가능한 시험 데이터를 확보하기 쉽다. 둘째는 지방정부의 지속적인 정책 지원이다. 시험 행정 절차와 인프라 구축을 통합 지원하는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셋째는 숙박과 물류 등 도시 인프라다. 시험 산업 특성상 수개월 동안 체류하는 엔지니어 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 생활 기반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자동차 산업 변화에 맞춰 시험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면서 극저온 환경에서의 배터리 성능과 센서 안정성 검증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시험 시즌에는 전기차를 포함한 신에너지 차량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이허시는 계절 산업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계절 저온 시험 시설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실내 환경에서 극저온 조건을 재현할 수 있는 시험장을 통해 겨울이 아닌 시기에도 시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이다.
시험 산업은 지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험 기간 동안 수천 명의 엔지니어와 산업 관계자가 도시를 방문하면서 숙박, 외식, 차량 정비, 관광 등 지역 서비스 산업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과거 겨울철 비수기였던 지역 경제 구조도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헤이허 사례가 기후와 지리적 조건을 산업 전략으로 활용한 사례라고 분석한다. 자연환경 자체를 산업 경쟁력으로 전환하고 이를 제도와 인프라로 연결한 점이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 기사의 저작권은 이비즈타임즈에 있습니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