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징그러운 짐승의 표상이 되고 있는 뱀은 고대에는 치료의 상징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건강기구의 마크는 물론이고, 한국의사협회의 마크에도 나사처럼 빙빙 꼬며 올라가는 뱀 모양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스클레피오스(Asclepios)의 의술을 기린 데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아버지 아폴론(Apollon)에게서 의술을 전수받아 명의로 이름을 떨쳤지만 죽은 자까지 살려내자 사후세계의 신이었던 하데스(Hades)가 분노하여 그의 동생 제우스(Zeus)로 하여금 번개를 쳐 그를 죽게 했다. 그가 죽은 후 많은 사람들이 그를 의신(醫神)으로 추앙하고 기렸는데 그를 기리는 신전에는 뱀이 많았다고 한다.
두 마리 뱀이 막대를 감고 올라가는 모양의 지팡이를 카두세우스(Caduceus) 지팡이 혹은 헤르메스(Hermes) 지팡이라고 하는데 그 지팡이는 그때부터 의신(醫神) 아스클레피오스를 기리는 표징이 되었다. 근대에 와서 미국의 군의대(軍醫隊)가 그 지팡이를 부대의 상징으로 사용하면서 뱀은 의학계의 상징이 되었고, 그래서 한국의 군의관 마크에도 그 뱀 지팡이가 들어있다. 또 의신 아스클레피오스를 도와주었던 막내딸의 이름은 Hygieia(휘게이야)였는 데 그녀의 이름을 따 지금도 위생학을 영어로 하이진(hygiene)이라 하고 치과간호사인 위생사를 하이지니스트(hygienist)라고 한다는 것이다.
또 태양은 고대 여러 지역에서 신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등장한다. 이집트의 태양신 라(Ra)를 비롯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아폴론(Apollon) 같은 많은 태양신이 있다. 잉카 제국의 태양신은 인티(inti)였고, 그래서 잉카제국의 통치자는 태양신 인티의 현신(現身)으로 받아들여졌으며, 그 이름을 따 페루의 옛날 화폐단위는 인티(inti)였다. 잉카제국의 신화에 의하면 인티(inti)는 아들 망고 카파크(Manqu Qhapaq)를 땅으로 내려보내 왕이 되게 하여 인간에게 문명을 전했다고 한다.
잉카의 통치자들은 모두 그 태양신의 후예임을 자처했으며 그래서 왕들의 미라(mirra)는 모두 태양신의 신전에 안치되었다. 또 잉카인들은 태양신이 화를 내면 일식이 생긴다고 믿었다. 이렇게 많은 고대 왕들은 스스로 태양의 후손임을 주장하며 태양신을 내세워 그 힘으로 통치하고자 했다. 그렇게 태양을 인격화한 태양신들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절대적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태양은 최고의 신과 동일시되거나 최고의 신이 가지는 모든 속성을 가진 상징물로 여겨졌다. 통치자들은 그런 태양신과 자신을 동격화함으로써 절대적 권한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태양신을 모시고 받들기 위한 수많은 제례적 행사, 즉 문화적 행사가 정치의 수단으로 이용되었음을 의미한다. 신(神)이 인민을 다스리는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신정정치(神政政治, theocracy)가 탄생된 기원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집트에는 “라(Ra)”라는 태양신이 있었다. 이 “라(Ra)”라는 태양신은 이집트 제5왕조 때부터 주신(主神)으로 모셔진 이집트 신화의 최고신이며 신들 중 가장 강하고 위대한 힘을 지닌 신이었다. 이 주신(主神)을 모셨던 신앙의 도시는 태양의 도시라 불렸던 헬리오폴리스(Heliopolis)였고, 고대 이집트의 수도였던 멤피스(Memphis)에서는 창조신인 아툼(Atum)을 최고의 주신으로 모셨다. 헬리오폴리스의 신화에 의하면 아툼(Atum)이 원초(原初)의 언덕인 벤벤(Benben)으로 올라와 제일 먼저 만든 신이 “라(Ra)”라고 한다.
태양신이자 창조신이기도 한 “라(Ra)”는, 엄밀한 의미에서는 “정오의 태양”을 지칭하는 신이고, 동틀 무렵의 태양은 “케프리(Khepri)”, 해가 질 무렵의 태양은 “아툼(Atum)”이라는 하였다. 라(Ra)라는 신이 땅의 신이 사는 게브(Geb)의 동쪽에서 출발하여(탄생) 서쪽 하늘의 신 누트(Nut)에게 가는 것(죽음)을 하루라고 생각한 이집트 인들은 부활을 상징하는 피라미드와 무덤을 나일강 서쪽에 지어 부활을 바라기도 했다. 이는 오시리스(Osiris) 신화가 남긴 흔적이기도 하다.
라(Ra)가 하늘을 건너는 배에 올라타 하늘을 일주한 뒤 밤에는 지하세계를 통과하게 되는데, 12시간으로 나누어진 밤 7시가 되면 아포피스(Apophis)라는 밤의 독사신(毒蛇神)이 그를 공격한다. 이 밤의 독사신은 불사신에 가까운 몸을 가졌기 때문에 태양신이자 낮의 신인 라(Ra) 혼자서 싸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메헨(Mehen)이라는 신이 거대한 또아리를 튼 뱀의 형상으로 나타나 라(Ra) 신과 함께 싸워준다. 이에 힘입어 라(Ra)는 마지막 힘을 다해 아포피스의 배를 갈라 그 안에 들어가 밤의 독사신(毒蛇神)을 제압한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이렇게 낮의 태양신(神) 라(Ra)가 아포피스(Apophis)라는 밤의 암신(暗神)과 싸울 때는 밤이고, 라(Ra) 신이 아포피스(Apophis)를 제압하고 승리하는 때는 낮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아포피스(Apophis)라는 밤의 독사신(毒蛇神)은 밤이 되면 항상 낮의 신(神)인 대양신 라(Ra)에게 싸움을 걸고, 낮이 되면 항상 태양의 신(神) 라(Ra)에게 패퇴하였다고 한다. 이는 만물이 잠자는 밤(어둠)을 지하세계로 보았고, 만물이 생명활동을 하는 낮(광명)을 천상세계로 보았던 고대 이집트인들의 사고를 반영한 신화라고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뱀과 의술에 얽힌 신화, 밤과 낮에 읽힌 신화는 인간세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손 영일 컬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