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의 허리를 잇는 최북단, 긴장감 서린 철책선이 이제는 평화와 치유의 길로 탈바꿈하고 있다. 경기도는 김포와 고양, 파주, 그리고 연천을 잇는 총 189km의 도보 여행길인 '평화누리길'을 사계절의 변화에 맞춰 즐길 수 있는 월별 추천 코스를 발표했다. 이번 기획은 'DMZ 사색(四色)하다'라는 슬로건 아래, 단순한 걷기를 넘어 역사와 자연, 그리고 계절의 정취를 온전히 체감할 수 있는 8개의 핵심 구간을 조명한다.
지난 2010년 첫발을 내디딘 평화누리길은 총 12개의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현장에서 생태계의 보고로 거듭난 이곳은 매달 새로운 얼굴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먼저 만개하는 봄의 전령사는 4월의 연천 임진적벽길(11코스)과 고양 행주나루길(4코스)이다. 임진강의 웅장한 주상절리와 숭의전지의 고즈넉함이 벚꽃과 어우러지는 연천 코스는 5월 구석기 축제와 연계되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안성맞춤이다. 고양의 행주나루길은 행주산성을 수놓는 봄꽃의 향연과 함께 세계적인 규모의 고양국제꽃박람회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꽃길'의 정석을 보여준다.

신록이 짙어지는 5월과 6월은 김포의 시간이 된다. 조강철책길(2코스)은 문수산의 철쭉과 병인양요의 흔적이 서린 성곽길을 따라 역사의 숨결을 전하며, 염하강철책길(1코스)은 대명항의 활기와 손돌바람의 전설이 흐르는 시원한 강바람으로 이른 무더위를 식혀준다.

가을의 문턱인 9월에는 고구려의 기상이 서린 연천 고랑포길(10코스)이 주인공이다. 호로고루 성벽 위에서 바라보는 임진강의 낙조는 통일바라기 축제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이어 10월과 11월은 파주의 반구정길(8코스)과 율곡길(9코스)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황희 정승의 청렴함을 되새기고 율곡 이이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이 길은, 특히 반려견과 함께하는 '펫 트레킹' 등 현대적 감각의 프로그램이 더해져 MZ세대의 발길을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의 추천지는 김포 한강철책길(3코스)이다. 후평리 일대를 찾는 재두루미 등 겨울 철새들의 군무는 생태 관광의 정점을 찍는다. 경기도는 이러한 월별 테마를 통해 도민들이 단순한 이동이 아닌, 길 위에서 사유하고 휴식하는 고품격 도보 문화를 향유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평화누리길은 단순한 물리적 거리를 걷는 통로가 아니다. 4월의 꽃길부터 12월의 생태길까지, 월별 테마에 맞춰 설계된 이번 코스들은 방문객들에게 역사의 교훈과 자연의 위로를 동시에 선사하는 대한민국 대표 '슬로우 로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