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업계가 ‘숏폼 드라마(Short-form Drama)’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중국 숏폼 드라마 시장이 2025년 기준 영화 산업의 약 4배를 웃도는 매출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에서도 숏폼 콘텐츠가 새로운 영상 시장의 주류로 부상할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TV 드라마는 러닝타임이 길수록 제작비와 완성도가 일정 부분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하지만 모바일 중심의 미디어 환경이 확산되면서, 짧은 분량 안에 높은 몰입도를 담아내는 ‘숏폼 드라마’가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짧은 영상, 소비 방식의 구조적 변화”
현직 드라마 감독으로 활동 중인 이은규 감독은 숏폼 드라마 열풍의 배경으로 두 가지 변화를 꼽았다.
그는 “첫째는 모바일 콘텐츠 소비의 급격한 확대이며, 둘째는 ‘짧은 영상’ 자체가 이제 하나의 독립된 콘텐츠 형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숏폼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소비 방식의 구조적 변화”라며, “시청자들의 생활 패턴이 모바일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드라마의 형태도 이에 맞게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숏폼 드라마 시장은 기존 방송사가 아닌 새로운 사업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오디오 플랫폼 기업이 선보인 ‘비글루’, 웹툰·웹소설 기업 리디가 설립한 ‘칸타’ 등 신흥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먼저 진입했다. 반면 전통적인 드라마 제작사들의 참여는 아직 제한적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방송사 외부의 독립 PD들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 PD협회’가 설립 움직임을 보이면서, 업계 내부에서도 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협회 측은 “시장을 지켜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주류 제작진이 직접 참여해 숏폼 드라마의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영화계도 합류… 시장 성장 ‘가속화’
숏폼 드라마의 확산 움직임은 영화계까지 번지고 있다. 영화 <동주>, <자산어보>의 이준익 감독과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숏폼 플랫폼 **‘레진스넥’**을 통해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드라마 PD협회의 움직임과 영화계의 합류가 맞물리며, 숏폼 시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은규 감독은 “새로운 장르는 초기에 미숙할 수밖에 없다”며 “초창기 5분짜리 무성영화나 초기 TV 드라마도 완성도가 낮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중성과 예술성이 함께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자극보다 스토리… 본질은 ‘드라마’
물론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모바일 환경에서 빠르게 소비되는 자극적인 ‘도파민형 콘텐츠’의 확산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TV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비슷한 비판이 있었다”며 “새로운 형식은 언제나 논란을 동반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질적 성장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짧은 형식은 제작비 부담을 낮추고 창작 기회의 문을 넓힌다”면서도 “숙련되지 않은 인력에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자극적인 소재에 기대면 오히려 콘텐츠가 단명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핵심은 스토리텔링의 본질이다. 대중의 정서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이야기만이 살아남는다”며 “형식이 달라지더라도 드라마는 결국 ‘이야기’다. 그 본질을 지킬 때 숏폼에서도 한류의 새 바람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숏폼 드라마는 이제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콘텐츠 산업의 지형 변화를 이끄는 새로운 실험대 위에 올라섰다. 업계의 견인과 창작 생태계의 성숙이 맞물릴 때, ‘한류 숏폼’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탄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