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캘리그라피는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할 수 있는 취미로 남녀노소의 공감을 얻고 있다. 잘 써야 한다는 부담 없이 자신의 속도로 감정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글씨를 통해 마음을 정리하고 스스로를 돌보는 경험이 확산되며 캘리그라피의 대중적 사랑도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경기 고양시 ‘안주희캘리그라피’ 안주희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 [안주희캘리그라피] 작품 사진 |
Q. 대표님께서 운영하시는 공간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숨’ 또는 ‘숨결’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안주희 캘리그라피 수업은 글씨를 잘 쓰는 기술을 익히는 시간이라기보다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스스로를 바라보며 숨을 고르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늘 잘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놓여 있지만 이 공간에서는 그 부담을 내려놓고 천천히 호흡하며 써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기교가 없어도 괜찮고, 반듯하지 않아도 괜찮으며, 나만의 감성이 담긴 삐뚤어진 글씨 하나하나 역시 존중받을 수 있는 호흡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의 수업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는 결과물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소통과 공감 그리고 위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 [안주희캘리그라피] 수업 모습 |
Q. 지금의 사업을 통해 지역이나 사회에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이길 바라시나요?
A. 올해로 전통서예를 전공한 지 35년이 되었습니다. 지금의 이 길에서 거창한 변화를 만들기보다 ‘마음이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동네 한 켠’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캘리그라피는 글씨를 넘어 사람과 사람 세대와 세대를 잇는 언어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공간이 누군가에게 오늘 하루는 잘 버텼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줄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고 그 여유가 다시 일상과 관계로 이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마음에 공감하는 분들이 조금씩 모이면서 글씨를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분들과 함께하는 연계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역 어르신을 위한 ‘손글씨 기록 프로젝트’로 삶을 글씨로 남기는 사업을 진행하고 성경 필사와 캘리그라피를 결합한 지역 모임을 통해 교회와 지역 소그룹과 연계한 수업도 이어가고자 합니다. 또한 우리 동네 문장을 캘리그라피로 제작해 지역 공간에 전시하는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에는 마음 회복을 위한 캘리그라피 치유 클래스를 통해 감정 돌봄형 지역 프로그램과 ‘아이, 청소년 자존감 손글씨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글씨를 잘 쓰는 기술보다 내 마음을 표현하는 글씨를 배우는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캘리그라피가 지역사회 안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더 많은 공감을 만들어 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대표님의 고객들이 이 사업장을 통해 어떤 ‘감정이나 기억’을 가지고 가기를 바라시나요?
A. 수업에 오는 그 시간만큼은 스스로에게 온전히 집중했던 기억을 가지고 가셨으면 합니다. 글씨보다 내가 먼저였던 시간, 용기를 내어 시작했던 취미의 순간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압박이나 비교에서 벗어나 잠시 숨을 고르듯 자리에 앉아 자신의 속도로 글씨를 쓰며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던 곳이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이 공간이 떠올랐을 때 배우는 장소라기보다 글귀 하나하나에 마음이 풀리고 감정이 정돈되던 시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몇 년이 지나서도 예전에 글씨 쓰러 다니던 곳이 있었다며 자연스럽게 미소가 떠오르는 그런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 ▲ [안주희캘리그라피] 작품 사진 |
Q.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을 ‘대표님만의 방식’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을 저만의 캘리그라피 수업 방식은 ‘전통의 정석 위에서 자유를 배워 가는 과정’입니다.
수업의 기초 단계에서는 전통서예의 운필과 구조를 바탕으로 붓을 잡는 법과 힘의 방향, 호흡의 흐름 등 글씨의 근간이 되는 정석적인 방식을 먼저 익히도록 돕습니다. 이는 틀에 가두기 위함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몸에 자연스럽게 담기 위함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후 응용과 창작 단계에 들어서면 그 틀을 과감히 벗어나기도 합니다. 다만 중심은 잃지 않은 채 각자의 감정과 리듬을 글씨에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같은 문장을 써도 모두 다른 글씨가 나오고 그 차이를 틀림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존중하는 것이 제 수업의 중요한 태도입니다.
그래서 수업을 경험한 분들이 시간이 지나 기억하는 것은 특정 서체가 아니라 정석을 배웠기에 나만의 글씨로 나아갈 수 있는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통에서 출발해 자기만의 표현으로 완성해 가는 이 과정이 안주희 캘리그라피 수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오래 남는 방식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 [안주희캘리그라피] 출강 및 수상 이력 |
Q. 독자들에게 전할 말
A. 캘리그라피를 처음 배우시는 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글씨를 잘 쓰기 위해 시작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처음이라 서툴러도, 늦게 시작해도, 중간에 잠시 멈추게 되더라도 그 모든 과정은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알아가고 익숙해지는 과정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나에게 맞는 취미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성경 필사를 조금 더 정성스럽게 쓰고 싶어 시작하시는 분도 계시고 나이가 들수록 글씨가 마음에 걸려 자신감을 찾고 싶어 붓을 잡는 분들도 계십니다. 캘리그라피는 연령과 상관없이 붓과 친해지고 싶은 분, 글씨에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싶은 분, 내 글씨는 늘 부족하다고 느껴왔던 분들께 열려 있는 취미라고 생각합니다.
망설임이 있다면 그 마음 그대로 언제든 문을 두드려 주셔도 됩니다. 이곳은 글씨보다 사람이 먼저인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캘리그라피는 누군가와 비교하는 기술이 아니라 나를 천천히 알아가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마시고 오늘 쓴 한 글자만으로도 스스로를 충분히 칭찬해 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