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양주시에는 읽고 감상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책을 해체하고 다시 엮으며 예술로 확장하는 창작의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는 결과보다 과정에 머무는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종이를 만지고, 실을 엮고, 손의 감각에 집중하는 사이 마음은 자연스럽게 느슨해진다. 책과 예술이 주는 위로와 회복의 힘을 일상 속에서 천천히 경험할 수 있도록, 공방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경기 남양주시 ‘두다하리’ 이윤하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 [두다하리] 이윤하 대표 |
Q. 귀 사의 설립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두다하리는 ‘다시 보는 책, 예술이 되다’라는 슬로건에서 출발했습니다.
그 시작은 아주 사적인 고민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책 읽기를 어려워하던 아이가 부담 없이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글자를 따라 읽기보다는 찢고, 오리고, 만들며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를 위해 버려지는 책을 활용해 공을 만들어 던져보기도 하고, 책의 일부를 모아 전혀 다른 이야기를 가진 새로운 책을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아이는 점차 책에 대한 거부감을 내려놓았고, 이 경험은 ‘책은 예술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두다하리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이 활동을 이어가며 책과 예술이 단지 창작의 대상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풀어주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산후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동네 카페에서 들었던 “아이를 잠깐 안아줄 테니, 천천히 커피 한 잔 하세요”라는 말은 공간이 주는 위로가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를 몸으로 느끼게 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두다하리는 책과 예술을 매개로 아이와 어른, 그리고 일상에서 쉽게 소외될 수 있는 이들까지 누구나 잠시 머물며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Q. 귀 사의 주요 프로그램 분야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두다하리는 업사이클링과 책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창작 프로그램을 통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버려지거나 더 이상 읽히지 않는 책과 종이를 재료로 삼아, 찢고 오리고 엮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형태의 책으로 다시 태어나는 업사이클링 팝업북과 업사이클링 북바인딩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책을 단순히 읽는 대상으로 머무르게 하지 않고, 해체하고 다시 엮는 경험을 통해 ‘다시 보는 책’이라는 의미를 확장하며, 환경과 창작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전하고자 합니다.
북아트와 북바인딩 클래스는 ‘손의 감각’에 자연스럽게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종이와 실, 가죽 등 다양한 재료를 직접 다루며 자신만의 책과 기록물을 완성해 가는 과정으로, 결과의 완성도보다는 만들어가는 시간 그 자체에 머물며 천천히 손으로 생각하는 경험을 존중합니다.
또한 향과 오브제를 결합한 감각 중심의 창작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책 속의 감정과 기억을 향으로 풀어내는 북퍼퓸, 그리고 향과 오브제가 어우러진 센터피스 작업을 통해 시각과 후각이 함께 작동하는 입체적인 창작 경험을 제안합니다. 이는 개인의 기억과 감정을 공간으로 확장해 보는 감각적 작업이기도 합니다.
원데이 클래스를 기본으로 학교, 도서관, 공공기관 등 다양한 현장에서 출강을 진행하며, 업사이클링 분야에서는 업사이클링 팝업북 자격증 과정과 수료 과정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술 습득에만 머무르지 않고, 각자의 창작 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과정 중심의 수업을 지향합니다.
Q. 귀 사만의 특징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이곳은 무언가를 반드시 배우거나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그저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그런 창작의 시간을 허락하는 공간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버려지거나 쓰임을 다한 책과 종이를 다시 사용하는 작업에는 환경에 대한 메시지도 담겨 있지만, 그보다 먼저 손에 잡히는 재료를 부담 없이 만지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열려 있습니다.
Q. 귀 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대표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이 공간에서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단순한 체험을 넘어, 다음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업사이클링 팝업북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며 자격증 과정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실제로 마련하게 되었고, 협회와의 협의를 통해 현실적인 지원이 가능해졌을 때였습니다.
그때 비로소 이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배움의 기회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립을 준비하는 하나의 통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분명해졌습니다.
![]() ▲ [두다하리] 로고와 북바인딩 및 업사이클링 팝업북 모습 |
Q. 향후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두다하리는 책과 예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환경이나 조건에 따른 차별이 생기지 않는 공간으로,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확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업사이클링 팝업북뿐만 아니라 현재 운영 중인 다양한 창작 수업들 역시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한 형태로 열어두며, 배움과 경험의 기회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공간의 역할을 넓혀갈 계획입니다.
Q. 독자들에게 전할 말
A. 책이나 예술이 어렵게 느껴졌던 순간이 있거나, 어느 날 하루가 유난히 버겁게 느껴진다면
두다하리를 그저 잠시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떠올려 주셔도 좋겠습니다.
잘 해내야 할 필요도, 무언가를 꼭 만들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책을 천천히 만지고, 종이를 넘기며 그 시간 속에서 각자의 속도를 되찾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믿습니다.
두다하리는 언제든 그렇게 들어와도 괜찮은 공간으로, 조용히 그 자리에 머무르려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