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찻집에서 시작된 작은 미소
지난 토요일이었다. 요즘 구상하고 있는 계획을 정리하기 위해 한 찻집을 찾았다. 훗날 꿈꾸는 공간과도 닮아 있는 곳이었기에 생각을 정리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가게 안에는 은은한 차 향이 퍼져 있었고,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은 따뜻했다. 꽃차 한 잔을 주문한 뒤 창가 옆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한글 파일을 열고 머릿속에 정리해 두었던 생각들을 하나씩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고요한 공간 속에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을 때였다. 휴대폰에서 카카오톡 알림이 울렸다. 아내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사진이 여러 장 함께 도착해 있었다. 궁금한 마음에 사진을 열어 보았다. 그런데 화면에 보인 것은 싱크대였다. 말끔하게 정리된 싱크대의 모습이 여러 장 찍혀 있었다. 이어서 아내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빤짝이가 찍어서 보낸 사진이야. 설거지 하고 수건으로 깨끗이 닦았슈.”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아이는 보고 있었다
집에서는 자연스럽게 역할이 나뉘어 있다. 아내가 음식을 준비하면, 나는 설거지를 맡는다. 그리고 설거지를 마친 뒤에는 싱크대 주변의 물기를 수건으로 한 번 더 닦아낸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지만, 물기가 남아 있으면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다. 그래서 습관처럼 싱크대를 한 번 더 정리하곤 했다. 그 모습을 어린 아들이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식사를 마친 뒤 아이가 엄마를 도와 설거지를 했고, 설거지를 마친 뒤에는 수건을 가져와 싱크대 물기까지 닦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자랑스러웠는지 사진까지 찍어 나에게 보냈던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 특별히 가르친 적도 없었고, 그렇게 하라고 말한 적도 없었다. 그저 평소 내가 하던 모습을 아이가 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일상 속에서 이어지는 작은 닮음
돌이켜 보면 이런 장면은 처음이 아니었다. 하루를 마치고 씻고 나올 때면 아이는 세면대 주변에 튄 물을 수건으로 닦아 놓기도 했다. 아이를 씻기고 나면 바닥에 남은 물기를 밀대로 닦겠다며 나서기도 했다. “아빠, 내가 닦을게.” 작은 몸으로 밀대를 잡고 바닥을 닦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 한편이 뭉클해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괜히 이런 모습을 보여 준 것은 아닐까. 하지만 곧 생각이 이어졌다. 그래, 아이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자라는구나.
경험을 넘어 보편으로_부모라는 이름의 영향력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나 역시 그랬다. 부모님의 삶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특별히 가르침을 받은 기억은 많지 않지만, 부모님의 삶의 방식 자체가 하나의 배움이었다. 부모님께서는 오랫동안 음식점을 운영하셨다. 한식당을 시작으로 해장국집, 치킨집, 분식집까지 여러 가게를 운영하시며 가족의 삶을 지켜 오셨다. 그 곁에서 자연스럽게 배운 것은 두 가지였다. 성실함과 청결함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늘 같은 모습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몸이 힘들어도 가게 문을 열었고,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은 언제나 깨끗하게 유지했다. 손님에게 정성을 전하는 마음은 결국 공간의 청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부모님은 몸으로 보여 주셨다. 그 모습을 보며 자란 나는 어느새 비슷한 습관들을 자연스럽게 이어받고 있었다.
우리는 어떤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가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본 말이다. 그러나 이 문장의 의미는 생각보다 깊다. 이들은 부모의 말을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대신 부모의 행동을 기억한다. 부모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며 세상을 이해하고, 삶의 태도를 배운다. 그래서 부모라는 자리는 생각보다 무거운 자리이기도 하다.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보다, 어떤 모습을 보여 줄 것인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아이에게 좋은 말을 건네고 있는가.
아니면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가.
지금의 생활 태도는 아이에게 어떤 습관으로 남게 될까.
부모의 삶은 결국 아이의 기억 속에서 하나의 기준이 된다.
가장 좋은 교육은 삶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그날 찻집에서 사진을 보며 미소 짓던 순간은 단순한 일상이 아니었다. 부모로서의 태도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시간이기도 했다. 집에 돌아온 뒤 아들을 꼭 안아 주었다. “아빠가 사진 봤어. 너무 잘했네.” 아이는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아이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아빠도 더 좋은 모습 보여 줄게.”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치기 전에, 먼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일. 그것이 부모라는 이름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책임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일상을 통해 또 하나를 배운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