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더 이상 마약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경기도가 국내 마약 대응 시스템의 지형도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11일 도청 본청에서 '2026년 제1차 마약류 중독 대응 협의회'를 개최하고,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공고히 하는 한편 중독자들의 사회 복귀를 위한 '회복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번 회의는 단순한 논의를 넘어 실질적인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언론계와 의료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조례 제정을 통한 컨트롤타워의 법적 근거 마련이다. 경기도는 지난 4일 '경기도 마약류 중독 대응 협의회 설치 및 운영 조례'를 공식 발효시켰다. 이는 마약 중독 문제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국가적 과제임을 시사한다. 도 교육청, 검찰, 경찰 등 사법기관은 물론 치료보호기관까지 아우르는 거대 협력 구조가 상설화되면서 행정적 공백 없는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경기도의 선제적 행정은 이미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지난 2024년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설립된 공공 마약중독 치료센터(경기도립정신병원 내)는 중독 치료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도 관계자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외래 및 입원 실적은 전년 대비 약 440%라는 경이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는 과거 음지에 숨어있던 중독자들이 공공 의료 시스템 안으로 적극적으로 유입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특히 이번 정책의 '하이라이트'는 오는 6월 개소 예정인 '여성 마약류 중독자 전용 병상'이다. 그동안 마약 치료 인프라는 남성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여성 중독자들이 신분 노출이나 성별 특수성에 따른 불편함으로 치료를 기피하는 경향이 짙었다. 경기권역 치료보호기관인 경기도립정신병원은 기존 남성 전담 10병상에 더해 여성 전담 10병상을 추가 확보함으로써, 성별 맞춤형 정밀 치료 체계를 완성하게 된다. 이는 전국 최초의 시도로, 치료의 사각지대를 완전히 소멸시키겠다는 도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예산 지원의 규모 역시 역대급이다. 경기도는 올해 치료보호비 지원 예산을 전년 대비 2억 4,000만 원 증액한 총 5억 8,000만 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중독자들이 경제적 빈곤으로 인해 치료를 포기하고 다시 범죄의 늪에 빠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전략적 투자다.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다'는 말이 경기도에서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청소년들을 위한 맞춤형 접근도 돋보인다. 경기도는 올해 1월부터 SNS 기반의 익명 상담 채널인 ‘G마톡’(경기도 마약 회복·희망Talk) 운영을 시작했다. 대면 상담을 극도로 꺼리는 10대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단순한 상담을 넘어, 위기 가정을 발굴하고 전문 기관으로 연결하는 '디지털 게이트웨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치료보호기관에서 퇴원한 환자들은 방치되지 않는다. 도내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와 연계된 밀착형 사례 관리를 통해 재활 교육과 사회 복귀 훈련이 이어진다. 예방 홍보가 입구라면, 재활과 사회 복귀는 출구다. 경기도는 이 입구와 출구를 하나의 거대한 선순환 구조로 묶는 '경기도형 통합 대응 모델'을 완성했다.
유영철 경기도 보건건강국장은 "이번 조례 제정은 마약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법적 무기를 장착한 것과 같다"며 "관계기관과의 유기적 협력을 극대화하여 예방은 넓히고, 치료는 늘리며, 재활은 끝까지 책임지는 행정을 펼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마약은 한 개인의 파멸을 넘어 공동체를 붕괴시키는 암적인 존재다. 경기도의 이번 대응 체계 강화는 '처벌' 위주의 정책에서 '회복' 위주의 정책으로 패어다임을 전환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크다. 이제 경기도민은 마약의 위협으로부터 더 안전한 보호막을 갖게 되었으며, 이는 대한민국 전체의 마약 방역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